원고, 법원 조정 통해 군인 배우자와 합의 이혼…군인연금 분할 못 받아 소 제기
법조계 "연금 분할가능 조항 추가된 연금법 시행 전 이혼…애초 수급권리 없어"
"조정, 분할청구할 권리만 인정한 것…행정소송 아닌 배우자에 민사소송 냈어야"
"개인 간 계약 중재하는 조정으로 법 넘어서는 권리 주장할 수 없어…연금법 따라야"
퇴역군인 배우자와 이혼 당시 법원의 조정을 통해 퇴직연금을 나눠 받기로 했다는 이유만으로 연금을 수급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조계에선 법원 조정을 거쳤다고 분할연금 수급권이 생기는 것은 아니고 연금분할 가능 조항이 추가된 군인연금법 시행 전에 이혼을 했기 때문에 받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은 개인 간의 계약을 중재하는 조정 만으로 법을 넘어서는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김정중 부장판사)는 최근 A씨가 국군재정관리단을 상대로 낸 퇴역연금 분할 청구 불승인 처분 취소 청구를 기각했다. 앞서 A씨는 2020년 군인인 B씨와 법원의 조정 성립으로 이혼했다. 당시 조정조항에는 '원고(A씨)는 피고의 퇴직연금에 대해 향후 절차에 따라 분할 지급받기로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A씨는 지난해 10월 이 조항을 토대로 국군재정관리단에 퇴직연금 분할지급을 청구했지만 거부됐다.
퇴직연금 분할지급은 개정 군인연금법 시행일(2020년 6월11일) 이후 이혼한 경우에만 가능한데, 두 사람의 이혼은 그 이전에 이뤄져서다. A씨는 이혼 당시 법원 조정의 취지는 향후 군인연금법 개정에 따라 받을 퇴역연금을 분할하겠다는 것으로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행정법원은 "법원 조정 조항만으로 A씨에게 분할연금 수급권을 뚜렷한 근거도 없이 인정한다면 이는 분할연금 제도의 요건과 시행 시기 등을 정한 군인연금법 관련 규정을 형해화시키는 결과를 야기한다"며 국군재정관리단의 손을 들어줬다.
검사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연금 분할 가능조항이 추가된 군인연금법이 시행되기 전임을 법원도 알았을 것이므로 이는 곧 피고가 연금을 받으면 원고에게 분할해 달라고 청구할 권리를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저 조정 만으로 바로 분할연금 수급권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군인연금법 상 분할 수급 권리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분할 수급을 거절한 국군재정관리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이 아니라 전 배우자를 상대로 연금을 나눠달라고 민사소송을 제기했어야 하는 사안으로 판단된다"며 "법원의 조정이 군인연금법 상 인정되지 않은 분할수급 청구권을 인정한 것으로는 해석되지 않으므로 극히 당연한 판결이다"고 강조했다.
김희란 변호사(법무법인 리더스)는 "이혼을 전제로 하는 계약을 별도로 진행하는 것이 조정인데 두 사람 사이에 약정할 수 있는 범위는 군인연금법에서 규정한 법률 그 이상까지 성립하지 않는다"며 "행정법원에서도 똑같은 결정을 내린 점에서 비춰보면 아무리 법원에서 한 약정이라도 개인 간의 계약을 중재하는 조정 만으로 법을 넘어서는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는 의미를 안기는 판결이다"고 말했다.
이어 "두 당사자 사이에 별건의 계약 내용을 바탕으로 국가기관에 청구를 할 경우 제도 자체가 형해화되거나 기준이 모호해질 우려가 있다"며 "공법상의 권리 자체에서 규정한 요건에 따라서만 적용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영 변호사(법무법인 한일)는 "법률불소급의 원칙에 따라 법률은 원칙적으로 시행한 날부터 효력이 발생하며 시행 이전의 사실관계에 대하여는 소급하여 적용하지 않는다. 개정 군인연금법에는 따로 경과규정도 없기 때문에 개정법 시행 전 이혼한 자는 애초에 분할연금 수급권이 없다고 본 것이다"며 "당사자 간 합의 만으로 연금수급권을 발생시킬 수 없다고 판시한 데에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