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유명 연예인 팬 미팅 현장 방불케
이재명 "아저씨" 강조, 박상혁 "오빠?" 실언
전과·형수 욕설 파문 야당 대표와 사진 촬영
이 아이들, 훗날 사진 보며 무슨 생각할까
지난 24일 한 어린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하여금 웃음을 터뜨리게끔 했다. 경기 김포시 해병대 부설 청룡어린이집을 방문한 이 대표를 '잘생긴 할아버지'로 소개했지만, "잘생긴 할아버지가 어디 있냐"는 어린이의 반문 때문이다.
어린이집 창문 바깥으론 어른들의 웃음소리와 이 대표를 향한 팬심 짙은 함성만 흘러나왔다. 곧이어 어린이들의 "이재명 아저씨 사랑해요"란 외침이 어른들의 목소리와 어울리지 않게 교차했다.
해병대 장병들을 격려한 뒤 청룡어린이집을 찾은 이 대표는 입장부터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입구엔 '민주당 대표님의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걸렸고, 하트 모양의 실내화와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사랑합니다' 문구가 쓰인 케익이 준비됐다. 유명 연예인 팬 미팅 현장을 방불케 했다.
이윽고 어린이집 관계자는 이 대표에게 기념사진 촬영을 요청하며 열댓명의 원생들을 불러 모았다. 관계자가 "잘생긴 할아버지랑 사진찍자"고 하자 어린이들은 "잘생긴 할아버지가 어딨어요?"라고 물었다. 이 대표는 웃으며 "아저씨입니다. 아저씨"라고 말했다.
앉은 채로 진행된 촬영에서 관계자는 원생들에게 "얘들아 '할아버지 사랑해요' 시작"이라고 했고, 이 대표는 "할아버지 아닙니다. 이재명 아저씨"라고 거듭 강조했다.
옆에 있던 박상혁 민주당 의원(김포을)은 "오빠?"라며 실언에 가까운 말을 내뱉기도 했다. 대여섯살 어린이더러 예순이 넘은 이 대표를 향해 '오빠'라고 부르란 뜻인가 싶다.
약 2분간 진행된 촬영을 마친 뒤 한 어린이가 "아파"라고 했고, 다른 어린이도 "너무 다리 아팠어"라며 투정을 부렸다. 각자의 놀이를 하던 어린이들을 불러 앉혀 놓고 다리를 아프게 만들면서까지 촬영을 했어야 했을까.
민주당은 이날 군장병 처우개선 총선 5호 공약을 어린이집 앞에서 발표했다. 군 부대내에서 공약을 발표할 경우 공직선거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공약에는 △예비군 동원훈련 기간 1년 단축 △당직 근무비 평일 2만원에서 3만원으로, 휴일 4만원에서 6만원으로 인상 △병사 이동통신 요금할인 비율을 20%에서 50%로 인상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군장병 처우개선 공약 발표를 하는 야당 대표 옆에 어린이들을 출연시킨 이유는 여전히 의문이다. '따뜻한 정치인' 이미지 연출을 위해 어린이를 끌어들인 촌극이란 일각의 지적이 타당해 보인다.
음주운전, 공직선거법 위반 등 전과와 형수 욕설 파문을 빚은 이 대표와 함께 촬영 당한(?) 아이들이 훗날 사진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