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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 이곳에 가는 이유 있었네…국내 첫 '라면 편의점' 가보니 [데일리안이 간다 22]


입력 2024.01.30 05:09 수정 2024.01.30 05:09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점심시간대 홍대 '라면 편의점' 직장인·학생들 북적북적…"부담 없는 한끼, 일주일에 세 번 먹는다"

"하루 식비 1만원 내로 해결하고 싶은데 교통비 줄일 순 없고 최대한 식비라도 아껴 보려는 것"

전문가들 "젊은 1인 가구, 주거비·교통비 등 절대 고정지출 있어 지출 줄이기 힘들어"

"1인 가구 혈액검사 하면 혈중칼슘농도·헤모글로빈 수치 저하…단백질·섬유질 꾸준히 섭취해야"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CU홍대상상점에서 고객들이 라면을 고르고 있다.ⓒ데일리안 김하나 기자

치솟는 외식물가로 식사비 지출이라도 줄이기 위해 라면과 삼각김밥, 도시락 등 편의점 간편식으로 한 끼를 해결하려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특히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청년층을 겨냥해 아예 '라면 전문'을 내세운 편의점까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29일 오후 12시께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국내 편의점업계 최초 라면 특화 점포인 CU홍대상상점. 가로 6m, 세로 2.5m 크기의 100칸짜리 초대형 라면 전용 진열장에서 5명의 고객들이 라면을 고르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들은 라면을 고른 뒤 전용용기를 선택하고 즉석 라면조리기에 바코드를 찍은 후 '조리시작' 버튼을 눌러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다.


◇ "월요일과 금요일 기간 두고 편의점 음식 먹어"


IT업계에서 일하는 직장인 김모(25)씨의 이날 첫 식사는 라면이었다. 그는 짜장맛 컵라면과 삼각김밥, 캔음료를 한 끼 식사로 선택했다. 일주일에 2번은 라면을 꼭 먹는다는 김씨는 "식당에서 라면을 사먹으면 최소 5000원은 하는데 편의점에서 사먹으면 같은 가격으로 삼각김밥까지 곁들여 먹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김씨는 "계속 편의점 음식을 먹으면 물리니 월요일과 금요일, 기간을 두고 먹는 편"이라며 "요즘은 일본식라멘, 우동 같은 면류도 최소 1만~1만2000원은 하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서울에서 자취 생활을 하고 있는 직장인 김모(35)씨는 950원짜리 봉지라면과 조리용기 900원을 합해 1850원을 결제했다. 김씨는 "일주일에 라면을 세 번은 먹는다"며 "뜨끈뜨끈한 국물에 계란까지 넣고 먹으면 든든한 한끼 식사"라고 만족스러워했다. 그는 "10여년 전만 해도 2000원이면 김밥 한 줄을 먹고 2500원이면 참치김밥을 먹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라면 사먹을 돈 밖에 안 된다"며 "며칠 전에 지하철 당산역 안에서 김밥, 떡볶이 세트를 사먹었는데 5500원이나 해 물가인상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CU홍대상상점에서 한 직장인이 짜파구리 컵라면, 삼각김밥 등을 구매했다.ⓒ데일리안 김하나 기자

경제적 이유로 인해 휴학을 오래 했다는 대학생 이모(33)씨는 구입한 컵라면에 익숙하게 물을 부은 뒤, 전자레인지에 30초를 돌렸다. 이씨는 "저렴하게 끼니를 해결하고 싶어 편의점에 왔다"며 "학교에 가면 급식을 먹지만 밖에서 사 먹으면 너무 비싸다"고 말했다. 그는 "약국 보조 아르바이트를 하며 한달에 40~50만원을 버는데 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하기에는 부족한 돈이라 편의점 간편식을 자주 이용한다"고 전했다.


컵라면 용기 모양을 본떠 만든 입식 테이블에서 중학생 2학년 아들과 라면을 먹던 주부 조모(44)씨는 "1만5000원은 써야 밥 다운 밥을 먹지 요즘은 된장찌개, 김치찌개도 1만원"이라며 "밖에서 라면과 김밥을 사먹어도 이것저것 주문하면 어차피 1만원이 나온다. 그럴 바에는 고기류를 든든하게 먹이는 게 낫다. 아들이 한창 많이 먹을 나이라서 라면은 간식으로 먹으러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직장인이 점심 한끼를 해결하기 위해 집에서 챙겨나온 청포도, 무료로 받은 편의점 간편식을 도시락으로 챙겼다.ⓒ데일리안 김하나 기자
◇ 매일 매일 도시락 챙겨다니는 직장인…"물가 재앙 수준"


도시락을 챙겨다니는 직장인도 있다. 일주일 동안 먹을 도시락을 미리 싸 냉장고에 넣어놓고 아침에 하나씩 가지고 나온다는 박모(29)씨는 이날 청포도, 무료로 받은 편의점 간편식을 점심으로 챙겼다. 박씨는 "하루 식비를 1만원 내로 해결하고 싶은데 밖에서 사먹으면 한끼도 쉽지 않다"며 "교통비를 줄일 순 없고 최대한 식비라도 아껴 보려는 것이다. 물가가 그야말로 재앙 수준이다. 그나마 저렴했던 구내식당도 요즘 7000~8000원이나 해 도시락 외에는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출판업계에서 일하는 한모(55)씨는 "2년 전만 해도 사무실에 도시락을 싸오는 직원이 거의 없었는데, 요즘은 젊은 친구들이 도시락을 많이 싸온다. 10명 중 3명만 밖에서 사먹는 것 같다. 사무실에 냉장고가 있으니 빵을 넣어뒀다가 먹거나 전자레인지가 있으니 토스트를 해먹는다"고 전했다.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CU홍대상상점에서 한 직장인이 조리한 라면을 시식대로 가져가고 있다.ⓒ데일리안 김하나 기자
◇ "돈 아끼는 것도 좋지만 건강 우선 생각해야"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점심값을 아껴야 그나마 돈을 모을 수 있는 젊은이들의 고육지책이 편의점 라면과 삼각김밥"이라며 "소득이 적은 청년층이 자산을 형성해나가기 위해서는 지출을 줄여야 하는데 젊은 1인 가구는 주거비와 교통비 등 절대 줄일 수 없는 고정지출이 있기 때문에 힘들다"라고 분석했다.


가톨릭의대의 박종민 임상병리학 전문의는 "내원환자 혈액검사를 하면 1인 가구에 많이 나타나는 현상이 혈중 칼슘농도와 헤모글로빈 수치 저하"라며 "이는 단백질 섭취가 부족할 때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강을 위해서는 단백질과 섬유질을 꾸준히 섭취해야 한다"며 "돈을 아끼는 것도 좋지만 건강을 생각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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