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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손에 들린 에코백, 최소 ‘이만큼’ 써야 환경에 도움[친환경의 역설③]


입력 2024.02.22 07:00 수정 2024.02.22 09:27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비닐봉지 대신 에코백, 집마다 수두룩

에코백 만들 때도 ‘온실가스’ 발생

덴마크 연구 결과 7100번 써야 친환경

많이 갖는 것보다 자주 쓰는 게 핵심

지난 2014년 9월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공동 입학설명회에서 참가자들이 기념품으로 받은 에코 백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 40대 A 씨는 평소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생활 속에서 작은 실천을 이어가는 중이다.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Tumbler, 다회용 컵)를 사용한다. 사무실에서는 불편해도 이면지에 인쇄한다. 화장실에서는 손을 씻고 종이 수건 대신 손을 털어 물기를 말린다. 상품을 구매할 때는 이왕이면 친환경 인증 제품을 산다. 장을 볼 때는 비닐봉지 대신 에코백을 꼭 챙기는 것도 환경을 위한 A 씨의 작은 실천 중 하나다.


# 30대 B 씨는 평소 가방 대신 에코백을 자주 메고 다닌다. 디자인이 예뻐서 직접 돈을 주고 산 것도 있고, 선물 받은 것도 다수다. 에코백이 많다 보니 그중엔 잘 메지 않는 것도 있다. 몇 개는 지인에게 선물도 했는데, 여전히 옷장 구석에 에코백이 쌓여 있다.


환경 오염 심각성이 서서히 피부로 느껴지면서 A 씨와 B 씨처럼 친환경에 관심을 두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일상에서 실천하는 친환경은 어떤 정책과 비교해도 효과가 크다. 다만 친환경을 위한 선택이 의도치 않게 환경에 해를 끼치는 현상, 즉 ‘리바운드 효과(Rebound Effect)’는 고민할 필요가 있다.


리바운드는 단어 그대로 물체에 부딪힌 공이 ‘작용·반작용 법칙’에 따라 다시 튀어 오르는 것을 의미한다. 환경에서는 친환경을 위한 노력이 반대의 결과를 낳는 것을 뜻한다.


1990년대 처음 등장한 ‘에코백(eco-bag)’은 비닐봉지, 종이봉투, 쇼핑백을 대신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세월이 지나면서 친환경 바람을 타고 최근에는 누구나 하나씩은 갖고 있을 만큼 널리 쓰이는 가방이 됐다.


다만 에코백도 ‘무(無)공해’는 아니다. 에코백을 만드는 과정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기 마련이다. 일회성으로 쓰는 비닐봉지나 종이봉투와 비교했을 때 환경에 이로울 뿐이다.


친환경의 대명사 ‘에코백(eco-bag)’은 얼마나 써야 친환경일까? 2018년 덴마크 환경식품부가 내놓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면 재질 에코백은 최소 7100회 이상 사용해야 그때부터 ‘친환경’ 기능을 한다.


이유는 에코백 생산 과정이 갖는 비(非)친환경성 때문이다. 면 재질 에코백은 생분해되기 때문에 친환경이라 부를 수 있으나, 소재가 되는 면을 재배하는 과정에 사용하는 살충제, 화학비료 등은 토양, 대기, 수생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 에코백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수천 가지 화학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덴마크 환경식품부 연구처럼 하나의 에코백을 7100회나 쓰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매일 들고 다녀도 20년 가까이 써야 한다. A 씨와 B 씨처럼 에코백을 여러 개 가진 사람들은 사실상 친환경 기능을 할 때까지 에코백을 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일부에서는 에코백이 환경적 가치보다 패션 소품의 하나가 되면서 그 의미를 잃기도 한다. B 씨와 같이 디자인이 예뻐서 손에 든 에코백은 사실 ‘가방’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연예인들이 들었던 에코백이 불티나게 팔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에코백에 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기업들도 회사 홍보 차원에서 에코백을 무분별하게 뿌리는 것도 문제다.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도 좋지만 포화 상태의 에코백은 지구를 위하는 길이 될 수 없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해법은 간단하다. 여러 번 쓰면 된다. 쓸 수 있을 때까지 써야 한다. 그래야 ‘친환경’이다. 사실 종류는 관계없다. 에코백이 아니어도 된다. 가죽 가방도 좋다. 심지어 비질봉지나 종이봉투도 여러 번 반복해서 사용만 하면 에코백 못지 않게 환경 영향을 줄여준다.


자원순환사회연대 관계자는 “에코백이나 텀블러나, 다른 어떤 친환경 용품 모두가 마찬가지인데, 결국 얼마나 반복해서 쓰느냐가 중요한 것”이라며 “과잉생산 시대, 하나의 자원을 끝까지 쓰면서 다른 불필요한 생산을 만들어내지 않는 게 가장 좋은 친환경 활동”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요즘 우리가 입는 옷이며 신발이 낡고 해져서 못 입는 경우는 없다”며 “낡은 옷을 얼마나 다시 활용하고 그 기능이 다할 때까지 쓸 방법을 함께 고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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