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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조건 전시…인기 소재의 ‘낯 뜨거운’ 변주 [기자수첩-연예]


입력 2024.02.25 07:01 수정 2024.02.25 12:06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외모와 경제력 등 조건 가감 없이 드러내는 결혼 예능

엠넷 ‘커플팰리스’ 호불호

치과의사부터 대기업 회사원, 연 매출 100억 이상의 자산가까지. 내로라하는 스펙을 자랑하는 남녀 100인이 ‘결혼’을 목표로 경쟁 중이다. 결혼 시장의 현실을 보여준다며 앞서 언급한 스펙을 늘어놓는가 하면, “살림해 줄 여자를 원한다”, “아이 4명을 낳아달라”며 각종 조건들도 가감 없이 펼쳐 놓는다.


그러나 스펙, 조건만으로 결혼이 가능할까. 연애를 넘어, 결혼의 현실을 보여주겠다는 엠넷 ‘커플팰리스’의 의도에 물음표가 따라붙고 있다.


커플팰리스 속 한 장면ⓒ엠넷 영상 캡처

엠넷 ‘커플팰리스’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내 인연을 찾기 위해 커플 메이킹 플레이스 ‘커플팰리스’에 입소하려는 싱글남녀 100인의 이야기를 담는 웨딩 프로젝트다. 출연자들은 각자 외모와 경제력, 라이프 스타일 등 결혼의 조건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동반자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일반인 출연자들의 썸, 그리고 사랑 이야기를 담는 연애 예능이 꾸준히 인기를 얻는 가운데, ‘커플팰리스’는 연애를 넘어, 결혼 시장의 현실적인 면모를 담겠다는 포부로 등장한 프로그램이다. 제작진이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결혼이 이 시대의 화두가 됐다. 결혼을 하고 싶어 하는 남녀가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결혼 상대를 어디서 만나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결혼에 진심인 이들이 모이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또 더 많은 커플들이 배출될 수 있을지 질문을 던지려고 했다”고 프로그램의 의도를 설명했다.


제작진의 의도대로 ‘가감 없는’ 조건 강조가 이어졌다. 출연자들의 직업 및 연봉이 공개되는 것은 기본, 원하는 여성상 및 남성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조건을 강조하는 모습도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살을 빼면 좋겠다. 다이어트 어렵냐”라는 출연자의 선 넘은 솔직함이 온라인상에서 회자되기도 했다. 다소 낯 뜨거운 발언까지 거르지 않고 담아내는 ‘커플팰리스’가 강조하는 ‘극사실주의’가 과연 어떤 메시지를 남기고자 하는 것인지, 의문이 이어지는 이유이기도 했다. 물론 스펙, 조건도 결혼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방송 프로그램이 이를 그대로 옮겨 담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무엇보다 ‘결혼’을 최종 목표로, 출연자들이 고군분투하는 프로그램의 콘셉트 자체도 다소 구시대적으로 느껴진다.


‘커플팰리스’도 최근 예능의 흐름을 따라가는 프로그램 중 하나인 것도 맞다. 일반인들이 출연해 썸을 타며 설렘을 유발하는가 하면 때로는 갈등하며 흥미를 고조시키는 연애 예능이 인기를 얻자, 각종 변주 프로그램들이 속출하고 있다. 돌싱들의 연애 이야기로 차별화를 꾀하기도 하고, 헤어진 커플들이 모여 관계를 다시 돌아보거나 새로운 인연을 찾는 프로그램도 있다.


연예인, 또는 일반인 부부가 출연해 일상을 공유하고, 고민을 나누는 프로그램이 흥한 이후 유사 프로그램이 쏟아지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앞서 이혼 부부가 출연해 관계 회복 가능성을 점쳐 본 바 있으며, 스타 부부가 가상으로 이혼을 체험해 보는 ‘한 번쯤 이혼할 결심’이 현재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여기에 채널A는 난임으로 고통받는 부부들의 리얼한 삶을 조명하는 ‘위대한 탄생’을 선보인다고 예고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위대한 탄생’ 측이 최근 “시험관 시술밖에 답이 없는 연예인 부부가 출연해 난임 시술의 전 과정을 공개한다”며 “임신의 성공 여부는 물론 난임으로 인한 오해와 아픔 그리고 갈등까지 진솔하게 보여줄 예정”이라고 언급했었다.


물론 ‘현실’을 잘 반영하는 것도 예능, 또는 교양 프로그램의 역할 중 하나다. 이를 통해 미처 몰랐던 현실을 마주하게 하기도 하고, ‘위대한 탄생’ 측이 언급한 것처럼, 때로는 진짜 현실을 통해 오해나 편견을 푸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 반영 그 이후에 대한 고민은 빠진 채 결국 소재를 자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에만 그치는 프로그램들이 다수인 것도 사실이다. 인기 소재를 변주해 선보이는 것이 트렌드를 쫓아가는 한 방식일 수는 있으나, 그 변주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필요해진 시점이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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