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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클래스 신형 왜 안팔려?... 벤츠, 홍해 물류대란에 ‘골머리’


입력 2024.03.11 06:00 수정 2024.03.11 06:00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E클래스, 올 1~2월 1612대 판매… 전년比 37.2% ↓

홍해 물류 대란 여파… 해상 운송 약 15일 더 걸려

"신차 효과 떨어질까" 속타는 벤츠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예상치 못한 ‘홍해 물류대란’에 부딪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올 1월 야심차게 신형 E클래스를 출시했음에도 배에 실린 차량이 제때 도착하지 않아 차량 출고에 차질을 빚고 있어서다.


중동과 유럽서 전쟁이 지속되면서 홍해 물류대란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물류비가 치솟을 경우 판매 실적 뿐 아니라 수익성에 있어서도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벤츠 E클래스의 올해 1~2월 국내 누적 판매량은 총 E클래스 판매량은 161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7.2% 줄었다.


전체 판매량 중 E클래스가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떨어졌다. 지난 2월 벤츠코리아 전체 판매량인 5519대 중 E클래스의 판매량은 960대로, 15.7%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작년 2월 E클래스 판매 비중이 30%에 달했던 것을 감안하면 1년 사이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E클래스의 국내 판매량 하락이 주목되는 것은 벤츠가 국내 시장에 판매하는 전 모델 중 가장 많이 팔리는 차량이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국은 전세계 시장 중에서 E클래스가 가장 많이 팔리는 시장이다.


게다가 지난 1월 중순에는 8년 만에 신형 E클래스를 출시하면서 판매 확대에 대한 벤츠의 기대감도 높아진 상황이었다. 당시 신형 E클래스 출시행사에서 올리버 퇴네 벤츠AG 제품 전략 및 운영 총괄 부사장은 "지난해 한국에 판매된 벤츠 3대 중 1대가 E클래스였다"며 "한국은 E클래스 최고의 시장으로서 그 중요도가 매우 크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예상대로라면 고객 인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월부터 판매량이 크게 높아졌어야했지만, 그렇지 못한 바탕에는 이른바 '홍해발(發) 물류대란'이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홍해 물류대란은 지난해 11월 예멘의 후티 반군이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의 철수를 명분으로 홍해 인근 상선들을 공격하면서 시작됐다. 홍해는 유럽과 한국을 잇는 물류 지름길이자 핵심 교역로로, 기존 홍해를 지나오던 선박들이 현재 남아공 쪽으로 경로를 선회하면서 물류 지연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EU 항로의 운항 일수는 수에즈 운하를 통과했을 때와 비교해 12∼14일 길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벤츠 역시 홍해발 물류대란으로 인해 독일에서부터 오는 차량을 예상했던 시기에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E클래스는 다른 모델들과 달리 최근 신형 모델이 출시된 만큼 국내에 보유한 재고가 적을 가능성이 크다. 통상 수입차업계에서 신차를 출시하기 2~3달 전부터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차량을 요청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벤츠는 올해 1월 E클래스를 출시하기 두달 전인 지난해 11월 이미 홍해사태가 시작돼 차량 수급에 더욱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현재 벤츠 뿐 아니라 유럽에서 차량을 받는 대부분 브랜드가 홍해 사태로 차량 수급에 문제를 겪고 있다"이라며 "신차가 없는 브랜드들은 기존에 보유했던 재고를 판매할 수 있지만, 벤츠 E클래스의 경우 1월에 출시된 신차라 물량을 넉넉히 확보하지 못해 타격이 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홍해 사태가 언제 끝날 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세계 2위 해운업체인 머스크는 최근 미국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홍해에서 어떤 변화도 곧 일어날 것 같지 않다. 고객사에 2분기와 어쩌면 3분기까지 홍해 문제가 지속될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며 홍해발 물류대란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당장 신형 E클래스의 신차효과를 누려야하는 벤츠코리아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통상적으로 자동차업계가 신형 모델 출시에 앞서 전작 모델의 재고를 모두 소진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벤츠코리아는 독일에서 오는 E클래스를 마냥 기다려야하는 처지다.


게다가 앞으로 물류대란이 장기화할 경우 높아질 해상 운임도 큰 우려 요인이다. 현재 물류대란으로 3개월 째 치솟고 있는 해상운임이 올 하반기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경우 차량을 받아 판매했을 때 수익성도 기존보다 크게 하락할 수밖에 없어서다. 실제 40피트 컨테이너 기준 유럽발 한국행 운임은 기존 800달러에서 2300달러까지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벤츠는 E클래스의 최대 경쟁모델인 BMW 5시리즈와의 판매량 경쟁에서도 당분간 밀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BMW는 지난 2월 한달동안 벤츠보다 2500대 가량 많은 총 6089대를 판매하면서 수입차 전체 판매 1위 브랜드에 올랐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독일에서 생산된 차가 배에 실리면 한국으로 바로 오는 것이 아니라, 오는 길에 여러 국가를 거쳐오는 경우도 있어 실질적으로 차량을 받는 데 까지 얼마나 걸릴지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어렵다"며 "현재 전체 트림 중 국내에 출시된 트림이 2가지인데, 차량의 옵션과 색상 등에 따라 보유한 재고가 다르기는 하지만 고객들에게 평균적으로 한달 이상 대기해야한다고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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