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매일 매일 주차 지옥이지만…그래도 목동 못 떠나요" [데일리안이 간다 38]


입력 2024.03.14 05:10 수정 2024.03.14 05:10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1980년대 주차장 기준 낮을 당시 지어져 '세대당 0.5대'…이중주차는 기본

소방차 전용 공간까지 빽빽하게 주차…재난상황시 큰 인명피해 가능성

자녀 교육 문제와 재건축 기대감까지 겹쳐…목동 떠나지 못하는 주민들

"아이들 교육이 우선…목동 아파트 팔면 얼마든지 딴 데 갈 수 있지만 곧 재건축 시작될 수 있어"

13일 낮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아파트 단지. 주차장이 부족해 소방차 전용구역에 이중주차된 차량들이 보인다.ⓒ데일리안 김인희 기자

서울의 주차난이 심각하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서울에서도 유독 주차난이 심각한 지역이 있다. '교육특구'로도 알려진 양천구 목동 아파트 단지에서는 매일 저녁 주차 '전쟁'을 넘어 '지옥'에 가까운 소란이 벌어진다. 주차문제로 인한 시비도 수시로 벌어지며 이웃 간의 분위기마저 흉흉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자녀의 교육을 위해 목동을 떠나지 않겠다는 사람들과 재개발을 바라는 주민들의 기대 심리까지 더해져 이 곳의 주차난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3일 데일리안은 목동 아파트단지 몇 곳을 방문했다. 목동 아파트단지는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에 대비해 저개발지였던 서울 서부지역에 조성된 대규모 주거지역이다. 단지별로 다소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 1985~1988년 사이에 입주가 이뤄졌다.


가장 먼저 찾은 목동 7단지 아파트에서는 들어서자마자 지상 주차장을 거의 가득 메운 승용차들이 보였다. 낮이라 일부 주차공간은 비어있었으나, 주차구획선을 벗어나 이중주차된 차량들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만으로도 밤 사이의 주차전쟁을 짐작할 수 있었다. 심지어 소방차 전용구역에도 주차된 차량이 있을 정도로 이곳의 주차난은 심각했다.


인터넷에 올라와있는 목동 7단지 부동산정보에는 주차대수 2921대로 세대당 1.14대의 주차면적이 확보돼있다고 나오지만 현실은 크게 달랐다. 단지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우리 단지에 총 2550세대가 거주한다. 또 등록된 주민 차량은 3000대가 넘는 반면 주차면수는 1400면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1988년 입주가 이뤄질 당시의 주차장 확보율이 세대당 0.5대였다"고 털어놨다. 현재 주민 차량 2대 중 1대는 주차구역에 제대로 주차할 수 없는 것이다.


입주 당시부터 이곳에 계속 거주했다는 문모(68)씨는 "입주 당시에는 차 있는 집이 드물어서 주차장이 말 그대로 남아돌았다. 1997년 IMF(외환위기)때 까지만 해도 주차가 힘들다는 얘긴 안나왔다"면서 "2000년대 중반이 되면서 자동차가 급격히 늘었다. 이제는 저녁 7시만 돼도 주차구역이 꽉 찬다. 지하주차장도 없어서 더 혼잡하다. 80년대 들어선 목동 단지는 다 그렇다"고 전했다.


13일 낮 서울 양천구 목동 한 아파트단지. 이중주차는 물론이고 삼중주차된 차량도 여럿 찾을 수 있었다. ⓒ데일리안 김인희 기자

인근의 목동 3단지도 사정이 비슷했다. 총 1588세대로 1986년 입주가 이뤄진 이 곳의 주차장은 총 1199면으로 확보율은 세대당 0.75대다. 이곳에서도 이중주차는 기본이고 삼중주차까지 이뤄진 흔적이 쉽게 보였다. 3단지 관리사무소에서는 "차량을 보유하지 않은 집은 10가구 정도에 불과한 반면 차량을 2대 이상 보유한 집은 200가구가 넘는다"며 "주차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재건축만이 답이긴 하지만 언제 재건축이 이뤄질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런 주차난으로 인해 관할 지자체인 양천구에서도 야간(밤 9시~아침 7시)에는 주택가 이면도로 주차를 허용하는 등 가용한 공간을 모두 동원하고 있지만 여전히 차량에 비해 주차공간은 너무나도 부족하다. 더 심각한 것은 소방차가 진입할 공간까지 주차장이 돼버리면서 화재 등 재난상황이 벌어지면 큰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목동 아파트단지 인근의 이면도로. 어린이보호구역임에도 불구하고 길가에 주차한 차량이 줄지어있다.ⓒ데일리안 김인희 기자

중학생 자녀의 교육을 위해 지난해 가을 목동 3단지로 이사왔다는 성모(43·여)씨는 "목동 주차난이 심각하다는 얘기는 이사오기 전부터 듣기는 했는데, 실제 겪어보니 말로 듣던 것을 뛰어넘는다"며 "이중 삼중으로 주차를 해놓다보니 주말 아침같은 경우에는 차를 빼는 데만도 20분이 넘게 걸린다"고 전했다. 성씨는 "주차가 너무 불편하고 밤에는 소방차 들어올 공간도 없어서 안전에도 문제가 있다"고 걱정했다.


그래도 '교육특구'로 유명한 목동인만큼 자녀 교육이 끝나기 전까지는 목동을 떠나기도 쉽지 않다. 3단지와 인접한 4단지에 거주하는 김모(46·여)씨는 "첫째 아이가 이제 고등학생이고 둘째는 중학생인데 이곳 학군이 좋기로 유명하지 않은가"라며 "아이들 교육이 우선인 이상 주차가 불편하다고 해서 목동을 떠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자녀 교육이 다 끝났어도 목동에 여전히 눌러앉은 집들도 많다. 곧 목동 아파트 단지에 대한 재건축이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목동에서 공인중개사를 운영하는 최모씨는 "사실 아이들 교육 끝난 집들은 이사가려면 얼마든지 갈 수 있다. 시세도 비싸서 목동 아파트 팔면 강서구나 마포구 신축 아파트로 얼마든지 들어갈 수 있다"면서도 "나이든 사람들 중에 계속 눌러앉은 사람들은 재건축 기대감 때문에 남아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