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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또 국민의힘에 '빨간약' 된 여의도역 5번 출구…출근길 민심은 냉랭


입력 2024.03.25 10:37 수정 2024.03.25 10:44        김은지 기자 (kimeunji@dailian.co.kr)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거리인사

셀카 요청 뜸하고 고개 숙여 인사만 무한 반복

출근길 인파 대부분 가던 길 가…韓, 굳은 표정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박용찬 영등포을 후보가 2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역 인근에서 출근길 거리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여의도역 5번 출구에서 이뤄진 출근 인사에서 정치권에 냉랭한 민심을 체감했다.


여의도역 5번 출구는 지난 2022년 1월 6일 당시 대선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지하철 출근을 하는 시민들에게 90도 인사를 하며 이른바 '연습문제'를 수행했던 곳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당시 엄동설한의 날씨에 이곳에서 출근 인사를 하며 정치의 엄혹함을 체감한 바 있다.


출근길의 싸늘한 민심은 2년여가 지난 2024년 3월 25일에도 재현됐다. 국민의힘 열렬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 진행된 일정이 아닌 출근길 '시민'들에게서 보여진 날 것 그대로의 기류였다. 특히 여의도로 출퇴근을 하는 중도층의 민심을 엿볼 수 있던 일정이었다는 분석이다.


오전 7시 45분, 여의도역 5번 출구 앞에는 아직 한동훈 위원장이 등장하기 전이었다. 이곳이 지역구인 박용찬 국민의힘 영등포을 후보는 "반갑습니다. 국민의힘 박용찬입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는 인사를 출근하는 시민을 대상으로 반복했다.


현장에는 빨간 배경의 '한동훈 파이팅'이라고 적힌 응원 피켓과 '산업은행 이전 반대 여의도 금융지구 해체 당장 중단하라'라는 피켓이 대조를 이뤘다.


오전 8시 2분쯤 빨간색 야구점퍼를 입은 한동훈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두 사람이 출근길 인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한 남성이 기다렸다는 듯 한 위원장의 앞으로 다가왔다. 산업은행 노조위원장으로 밝혀진 이 남성은 "한동훈 위원장, 산업은행 이전 왜 해야 하는 것이냐"라고 여러 차례 소리쳤다. 경찰로 보이는 이들이 선거운동을 방해하는 남성의 팔을 잡고 데려갔다.


본격적인 인사를 시작도 하기 전에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박용찬 위원장은 앞선 남성의 행동을 의식하듯 인사 도중에 "놀래가지고 갑자기……"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남성의 퇴장 후 산업은행 부산 이전과 관련해 "반드시 하겠다는 것이 우리의 공약"이라고 못박았다.


이후 한 위원장이 본격 인사를 시작했지만, 대부분의 출근길 시민들은 제 갈 길을 가는 데 바빴다. 한 위원장에게 눈길을 주는 시민의 모습은 종종 볼 수 있었지만 막상 다가오거나 반가운 기색을 하는 이들은 손에 꼽았다.


두 사람은 5번 출구를 빠져오는 시민들을 향해 "반갑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를 반복했다. 인사를 하고 몇분이 지나자 중장년 시민들 일부는 달려와 "감사하다. 수고해라" "열심히 하라"라고 악수를 청하기도 했다.


당 일정에서 보여진 한 위원장과 서로 셀카를 찍으려던 바글바글한 인파, 치열한 셀카 경쟁 분위기 등은 이날 전혀 형성되지 않았다. 중간중간 "한동훈 파이팅" "응원합니다"라고 하며 사진 요청을 하는 시민은 있었으나, 이른바 '셀카 타임'보다는 고개를 숙여 지나가는 시민에게 인사를 하는 시간이 훨씬 길었다.


한 위원장과 박 후보의 앞길이 아니라 그들의 뒤쪽인 상가 쪽으로 돌아서 출근을 하는 시민들도 다수 눈에 띄었다. 현장에는 기자와 경찰들이 도열해 있어 시민들이 부담을 느끼는 듯한 기류가 역력했다.


이날 한 위원장의 여의도역 인사 일정은 20여 분 만에 종료됐다. 한 위원장은 박 후보의 어깨를 두드리고 다음 일정을 위해 이동했다. 일정 종료에 맞춰 어디선가 "한동훈 파이팅"이란 목소리가 몇 번 들렸다. 한 위원장은 셀카를 찍을 땐 약간의 미소를 머금었으나, 이날 일정 내내 표정은 밝지 못했고 굳어 있었다.


이날 한 위원장은 여의도역 인사에 이어 성동구 왕십리역 광장과 중구 신당동 떡볶이 타운에서 거리인사를 이어간다. 오후에는 강동구 암사시장과 천호동 로데오거리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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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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