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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도 정체를 모른다…범행 소굴 곁에 둔 '간첩설' 女시장


입력 2024.05.20 09:54 수정 2024.05.20 09:57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BBC

필리핀의 한적한 시골 마을 '밤반'의 여성 시장이 '중국 스파이설'에 휩싸였다.


19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필리핀 수도 마닐라 북쪽에 위치한 루손섬 밤반시의 앨리스 궈(35·여) 시장이 중국 스파이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벼농사를 짓는 작은 마을의 시장인 궈 시장은 별다른 관심을 받는 인물이 아니었다. 그러던 중 지난 3월 당국이 시장실 바로 뒤쪽의 온라인 카지노 영업소를 단속하면서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됐다.


단속 결과 이곳이 실제로는 사람 수백 명을 가둬놓고 이성에게 접근해 돈을 뜯어내는 '로맨스 스캠' 같은 사기 범행을 시키는 소굴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당국은 이곳에서 중국인 202명과 다른 외국인 73명을 포함해 감금된 약 700명을 구출했다.


조사 결과 궈 시장이 문제의 업소가 있는 땅의 절반과 헬기 1대를 소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나머지 절반은 2년 전 그가 시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판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궈 시장의 출신 배경까지 제대로 확인되지 않으면서 '진짜 국적'이 중국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필리핀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궈 시장은 2021년 밤반시에서 처음 유권자 등록을 했으며 이듬해 시장 선거에 나와 당선됐다.


이에 상원이 이달 초 그를 청문회에 불러들여 경력을 묻자 그는 "내 출생증명서는 17세가 되어서야 등록됐다"고 주장했다. 또 돼지 사육 농가인 자기 집에서 홈스쿨링을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출신 배경이나 학력 등에 대한 추가 질문에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 못했다.


이에 리사 온티베로스 상원의원은 궈 시장이 경력·배경에 대해 불투명하게 대답한다면서 그가 중국의 '자산'이냐고 추궁했다. 온티베로스 의원은 "앨리스 시장, 그리고 그처럼 배경이 수수께끼인 이들이 중국을 위한 자산으로서 일하고 있느냐. 필리핀 정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우리나라에 심어졌느냐"고 질문했다.


궈 시장은 청문회 이후 말을 아끼면서 언론과의 접촉을 대체로 있다.


이와 관련해 필리핀 내무지방행정부(DILG)는 지난달 5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궈 시장의 불법 행위 관련 여부를 조사한 결과 심각한 불법 행위가 발견됐다면서 "시장 직무 정지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또 선관위와 법무부도 궈 시장에 대해 각각 조사에 착수했으며 불법 행위가 확인되면 그의 직위를 해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도 지난 16일 궈 시장에 대해 "아무도 그를 모른다. 우리는 그가 어디 출신인지 궁금하며 그것이 우리가 이 사안을 이민국과 함께 조사 중인 이유다"라고 밝혔다.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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