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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TV 논쟁이 즐겁지만은 않은 이유 [기자수첩-산업IT]


입력 2024.05.22 07:00 수정 2024.05.22 22:46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분기별로 쏟아지는 '글로벌 1등' 메시지

현실은 점차 국내 TV 설 자리 줄어들어

경기도 파주 한 갤러리에 진열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옛 브라운관 TV. 로고의 특성을 감안했을 때 1980년대에서 1990년대 만들어진 제품으로 추정된다.ⓒ데일리안 임채현 기자

"삼성전자는 글로벌 TV 시장에서 매출 기준 1위, LG전자는 OLED TV 시장에서 굳건한 1위"


최근 수년간 매 분기가 지날 때마다 국내 최대 TV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에서 기자들에게 알려오는 소식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전체 글로벌 TV 시장에서 매출 점유율 기준으로 1등을 했다는 것이고, LG전자는 매출 기준으론 2위지만 자사가 주력하는 OLED TV 분야에서 1등 지위를 굳건히 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물론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 삼성과 LG의 가전·TV 논쟁은 소비자들에게 지난 수십년간 즐거운 논쟁거리로 이어져 왔다. 과거 일본 소니 등 글로벌 선두를 달렸던 TV 제조사들이 차지했던 위상을 한국이 꿰차고 1~2 등을 엎치락뒤치락 다투는 것은 세계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기술력과 위상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다만 최근 상황은 이런 유쾌한 논쟁이 계속 이어질 만큼 심상치가 않다. 사실상 TV는 사양 산업으로 접어들었다는 평이 들릴 정도로 그 수요가 급감중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일은 중국 기업들이 한국 기업 뒤에 바짝 붙어 기술력과 그 위상을 넘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TV 제조에 있어 핵심 부품인 디스플레이 패널의 위기도 우려스러운 일이나, 세트 제품의 판매가 이전 같지 않다.


삼성과 LG의 TV가 기타 제조사들보다 뛰어난 '프리미엄'을 자부했던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이제는 수량보다는 매출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LCD(액정표시장치) 기반임에도 뛰어난 화질과 높아진 기술력을 장착한 TV를 저렴한 가격에 앞세운 중국 제조사들의 추격이 거센 탓도 크다. 최근 한국 제조사들이 중국산 저가 LCD TV와 차별화하기 위해 OLED에 더 힘을 싣는 이유기도 하다.


지금은 판매가 종료된 LG전자와 삼성전자의 CRT(Cathode-Ray Tube) TV. 흔히 '브라운관 TV'로 불린다. 2013년을 끝으로 단종됐다.ⓒ데일리안 임채현 기자

제조사들도 깊은 고심을 이어가고 있다. 떨어지는 TV 수요와 향후 예고된 매출 저하를 만회할 방법으로 TV의 활용도를 게임용으로 확대 판매하고, AI 기능을 장착, 스마트 TV 등을 적극 마케팅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전반적인 시장 부진을 만회하기는 역부족이라는 분위기다. 빠르면 수년 내에 현재 글로벌 1위 자리도 중국 제조사들에 모두 내줄 수 있다는 우려는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글로벌 1~2위를 수성했다'는 국내 TV 제조사들의 연이은 자화자찬보다 현 자리를 지키기 위해, 혹은 중국산과의 차별화를 두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쳐야할 때다. 더이상 중국산은 가격'만' 저렴하지 않다. 성능'도' 못지 않다. 되려 국산 성능을 뛰어넘는 제품들이 연일 쏟아진다.


일주일 전 한 전시관에서 'Gold Star', '금성', 별 세개 로고가 박혔던 과거의 'SAMSUNG' 로고는 물론 지금은은 사라진 'DAEWOO' 브라운관 TV도 우연히 접했다. 기업이, 그리고 제품이 흥망을 거치는 이유와 배경은 물론 여러가지다. 다만 어떤 이유로든 삼성과 LG의 TV만큼은 30년 후에도 '즐거운 경쟁'을 벌이는 영광을 만끽하고 있기를, 형태는 지금과 달라도 기업 내 핵심 사업부로 여전히 굳건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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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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