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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앨범?…실용성으로 ‘쓸모’ 찾는 엔터 업계 [D:가요 뷰]


입력 2024.06.02 14:01 수정 2024.06.02 20:31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찌질하게 포토카드 랜덤으로 돌려서 팔지 말고, 콘텐츠로 승부해서 얼마나 파는지 한번 보자”


그룹 뉴진스 소속사 어도어 민희진 대표는 지난달 25일 진행한 긴급 기자회견 당시 이같이 말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주된 내용은 모기업인 하이브가 제기한 민 대표의 어도어 경영권 탈취 시도 의혹에 반박하는 것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엔터테인먼트의 허울뿐인 친환경 마케팅과 포토카드 끼워팔기 등이 케이팝 소비자의 큰 공감을 샀다.


ⓒSM엔터테인먼트

민 대표의 기자회견 전부터 ESG 경영의 일환으로 친환경 앨범을 제작하겠다고 선언하는 동시에 앨범 구매를 반복적으로 유도하는 것에 대한 문제가 지적되어왔다. 앨범을 사면 따라오는 포토카드, 랜덤카드 등은 물론 이벤트 응모권이 팬들의 주된 목적이기 때문에, 정작 메인이어야 할 CD가 재활용 불가능한 ‘쓰레기’로 버려진다는 것이다. 최근 일본 도쿄 시부야 거리에 세븐틴의 앨범이 무더기로 버려져 있는 사진이 올라와 충격을 주기도 했다.


논란이 계속되면서 업계도 앨범의 ‘쓸모’를 찾기 위한 고민을 지속하고 있다. 실물 음반 무용론 속에서 시행착오를 겪고 있긴하지만, 최근 업계에선 실용성을 내세워 음반의 쓸모를 찾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그룹 에스파가 음반을 발매하면서 CD플레이어를 포함한 것이 대표적이다.


에스파는 5월 27일 발매한 정규 1집 ‘아마겟돈’(Armageddon)을 발매하면서 CDP(CD Player) 버전을 함께 선보였다. 이는 앞서 하이라이트 메들리로 공개되었던 CDP의 형태를 그대로 구현하여 제작한 것으로, 음악이라는 무형적 가치를 실물화하여 소유할 수 있도록 하고, 처치 곤란이던 CD를 실제로 감상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통상적으로 아이돌 음반에 멤버 한 명의 포토카드가 무작위로 삽입되는 것과 달리, 모든 멤버의 포토카드가 포함됐다.


데뷔 당시부터 앨범 내부에 멤버 전원의 포토카드를 넣어 판매해 화제를 모았던 그룹 뉴진스는 일본 데뷔 싱글 ‘슈퍼내추럴’(Supernatural) 발매 당시 음반을 가방 형태로 내놓은 바 있다. CD와 포토카드 등 음반 구성품을 실제 들고 다니는 가방에 담아 판매한 것인데, 앞서 이들의 데뷔 앨범인 ‘뉴 진스’(New Jeans) 역시 CDP 모양의 가방 형태로 출시했었다.


그룹 엔시티 위시는 데뷔 싱글 ‘위시’(WISH)의 ‘위츄’(WICHU) 버전을 선보였는데, 통상 앨범의 필수 구성품으로 여겨지는 CD와 사진 부록을 빼고 인형 위츄를 포함하고 있다. 이 인형의 뒷면 지퍼를 열면 음원이 담긴 NFC(근거리 무선 통신) 칩이 들어 있다.


물론 이 같은 형태의 앨범이 기후 위기를 초래하는 ‘앨범 쓰레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되지 못할 순 있다. 일각에선 “그저 그럴듯해 보이는 마케팅”이라고 쓴소리를 내기도 한다. 다만 한 관계자는 “무조건 쓴소리만 할 것이 아니라 시행착오를 겪으며 더 좋은 방향으로 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여겨주었으면 한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신뢰의 문제인 것 같다. 먼저 친환경 마케팅, 포토카드 끼워팔기 등으로 케이팝 팬들로부터 하락한 엔터 업계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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