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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는 아이돌이라면 ‘팝업’ 하나쯤은 있어야지!” [K-팝, 업스토어①]


입력 2024.06.10 11:00 수정 2024.06.10 11:00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아이돌 팬덤의 새 놀이공간...'희소성' 자극

화려한 내·외관으로 MZ 겨냥...;SNS 전시'로 입소문 효과 기대

그룹 에스파의 첫 정규 앨범 ‘아마겟돈’(Armageddon) 발매 기념 팝업 스토어부터 방탄소년단의 팝업 ‘모노크롬’(MONOCHROME)까지. 지난 5월 한 달간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일대에서 진행된 아이돌 그룹 관련 크고 작은 팝업 스토어만 10여개가 넘는다. 여기에 브랜드 팝업까지 더해지면서 성수동은 한 집 건너 한 집이 팝업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방탄소년단 팝업 스토어 '모노크롬' ⓒ빅히트뮤직

때문에 성수동은 ‘팝업 스토어’의 성지, 핫플로 통한다. 팝업은 짧게는 3일, 길게는 한두 달 동안 생겼다 사라지는 임시 매장이다. 2000년대 후반 유통가를 중심으로 시작된 팝업은 이제 분야를 막론한 중요한 마케팅 도구가 됐다. 특히 소셜미디어와 젊은 세대가 흥행을 주도한 팝업 열풍은 자연스럽게 ‘1020세대’를 주소비층으로 하는 케이팝(K-POP) 산업에도 스며들었다.


케이팝 아이돌의 팝업 스토어는 2013년 롯데 영플라자 명동점에서 열린 SM타운 매장을 시초로 본다. 해당 매장에서는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 그룹의 굿즈를 판매했는데, 애초 기간제로 운영되다가 팬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면서 아예 상시영업으로 전환했다. 당시 월평균 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영캐주얼 매장 평균 매출의 6개월치에 해당하는 수익이었다. SM의 성공 이후 YG엔터테인먼트도 같은 방식으로 영플라자 1층에 빅뱅의 굿즈 매장을 오픈했다.


초창기 케이팝 팝업 스토어가 단순히 굿즈를 판매하는 형식에 그쳤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현재는 한 기업의 제품과 가치를 소개하는 브랜드 팝업과 마찬가지로 케이팝 업계도 아티스트가 신보를 내놓을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프로모션으로 활용하고 있다. 해당 그룹의 세계관과 신보의 콘셉트 등을 직접 보고, 느끼고, 즐기는 등 체험형 공간으로 발전, 팬들에게 하나의 ‘놀이공간’으로 읽힌다. 뿐만 아니라 각 그룹의 콘텐츠로 가득 채운 공간에서만 구매할 수 있도록 한 굿즈는 ‘희소성’ 면에 있어서 팬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요소가 된다.


팝업 스토어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기획사는 하이브다. 뉴진스는 데뷔 당시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면서 2주간 약 1만 5000여명 이상이 다녀가는 효과를 봤다. 신보 ‘하우 스위트’(How Sweet) 발매를 기념해 6월 5일부터 17일까지 라인프렌즈 스퀘어 신사에서 또 한 번의 팝업 스토어를 연다. 앨범 콘셉트를 차용해 빈티지 레코드샵으로 공간을 꾸밀 예정이다.


또 그룹 르세라핌은 지난해 성수동 쎈느에서 첫 단독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면서 팀의 정체성과 음악적 메시지, 서사를 공식 상품과 공간에 구현해 냈다는 평을 얻었다. 투어스는 데뷔 앨범에 ‘오디션’의 천계영 작가와 협업한 것을 계기로 공식 데뷔 전 진행한 더현대 팝업 스토어에서 역시 더 많은 이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했다.


뉴진스 '하우 스위트 팝업'을 기다리는 팬들 ⓒ

방탄소년단(BTS)의 팝업은 국경을 넘나든다. 방탄소년단은 지난달 12일까지 성수동에서 팝업 ‘모노크롬’(MONOCHROME)을 선보였다. 방탄소년단과 팬덤 아미의 추억을 담은 ‘기억 구름’(모노크롬)을 배송한다는 콘셉트로 기획됐다. 물류 창고 형태로 꾸며진 팝업 내부에 들어선 팬들이 이곳에 입고된 방탄소년단과의 추억이 담긴 ‘기억 구름’을 찾아가는 체험을 하는 식이다. 오프라인 팝업을 열기 전, 체험형 홈페이지를 개설해 팬들이 능동적으로 이번 이벤트에 대한 정보를 찾아가는 재미를 주기도 했다. 해당 팝업은 일본, 인도네시아, 태국, 미국, 필리핀 등에서 이어질 예정이다.


‘세계관에 진심’인 SM엔터테인먼트는 앨범의 콘셉트를 팝업에 고스란히 녹여내는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에스파는 첫 정규 앨범 ‘아마겟돈’ 발매 기념 팝업 스토어 ‘더 미스터리 서클’(The Mystery Circle)을 운영 중인데, 팝업은 ‘아마겟돈’의 전반적인 무드를 살린 테마로 꾸며졌다. ‘슈퍼빙’(Superbeing)으로 변신한 멤버들이 스쳐 지나간 듯한 느낌을 살린 포토존, 다중 세계 속 자신의 존재에 대한 혼돈을 담은 거울 존 등 에스파의 세계관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은 물론, 멤버들의 프레임이 적용된 네 컷 사진 포토 부스와 포토 티켓 키오스크, ‘아마겟돈’ 챌린지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틱톡 촬영존, 앨범 아트웍을 활용한 MD 및 앨범 구입 공간 등 앨범을 다채롭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마련됐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더현대에서 선보인 엔시티 드림의 ‘드림 이스케이프 존’(DREAM( )SCAPE ZONE) 팝업 역시 동명의 신보 콘셉트가 녹아든 공간으로 꾸며졌고 타이틀곡 ‘스무디’의 트레일러 영상과 뮤직비디오 속 오브제를 활용해 꾸민 포토존부터 피지컬 앨범과 공식 MD 실물 등 다채로운 콘텐츠로 채워져 팬들의 몰입감을 더했다는 평을 얻었다.


한 케이팝 관계자는 “신보를 기념해 진행하는 아이돌 팝업 스토어의 경우, 그 앨범이 가진 메시지를 팝업이라는 공간에 담아내고자 한다. 그룹이 가진 정체성과 앨범의 메시지가 작은 공간에 밀도있게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팬들이 아티스트를 더 밀도있게 알아가는 공간으로 인식하는 듯 보인다”면서 “뿐만 아니라 화려하게 꾸며진 팝업의 내·외관 인테리어는 소셜미디어에 전시하기 좋아하는 MZ의 특성과도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잘만 꾸며 놓으면 팬덤을 넘어 일반 대중에게까지 SNS발 입소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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