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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9 고전 와중에…리릭‧아이오닉 9 '하필 지금'


입력 2024.06.12 06:00 수정 2024.06.12 06:00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캐딜락 리릭 이어 하반기 현대차 아이오닉 9 출시

준대형 전기 SUV 4종으로 늘지만…시장 상황 비관적

기아 EV9 월 판매 200대 미만…테슬라 모델X도 판매량 미미

캐딜락 리릭.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하반기부터 국내 시장에 준대형 전기 SUV 선택 폭이 다양해진다. 기존 테슬라 모델 X와 기아 EV9 외에 2종의 신차가 투입되며 전기차로 갈아탄 이후에도 당당한 덩치와 넓은 실내공간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어필한다.


다만 전기차 시장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캐즘(일시적 수요 침체) 현상의 영향을 크게 받는 고가 차종이라 시장 안착 여부에 대해서는 비관적 시각이 많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제너럴모터스(GM) 산하 프리미엄 브랜드 캐딜락의 준대형 전기 SUV 리릭은 지난달 23일 사전 계약에 돌입한 데 이어 7월 중으로 고객 인도를 시작할 예정이다.


현대자동차가 콘셉트카 ‘세븐’으로 공개했던 준대형 전기 SUV의 양산 모델은 올 하반기 중으로 국내 출시된다. 이 차에는 콘셉트카 시절의 넘버링과 달리 ‘아이오닉 9’이라는 이름이 붙을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오닉 9'의 선행 모델인 전기 대형 SUV 콘셉트카 '세븐' ⓒ현대자동차

준대형 전기 SUV는 국내 판매되는 전기차 중 가장 큰 덩치를 지닌 차급이다. 넓은 실내공간을 제공해 쓸모도 많지만, 이 덩치를 움직여 400km 중후반대의 1회 충전 주행거리를 확보하려니 배터리도 많이 탑재된다. 대체적으로 100kWh 내외의 배터리 용량을 지녔다.


전기차 제조 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를 많이 얹다 보니 가격 측면에서 부담이 커진다. 기아 EV9은 7337만~8397만원으로 대중차 브랜드로서는 최상위 수준의 가격표가 붙었다. 테슬라 모델X는 기본 모델 가격만 1억2875만원에 달한다. 최상위 트림은 1억4135만원이다.


프리미엄 브랜드 캐딜락은 리릭의 국내 판매 가격을 1억696만원으로 책정했다. 아이오닉 9은 그동안 현대차‧기아가 동급 차종 가격을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했던 전례를 감안하면 EV9과 비슷한 가격에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캐즘 현상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높은 가격부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준대형 전기 SUV들은 태생적 핸디캡을 안게 되는 셈이다.


EV9. ⓒ기아

실제, 먼저 시장에 투입된 차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EV9은 미국에서는 잘 팔린다지만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가격 대비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올해 2월 이후 5월까지 월 판매량 200대를 넘기지 못했다.


출발부터 썩 경쾌하지 못했다. 지난해 6월 출시 이후 네 자릿수 판매량을 넘긴 달도 몇 번 있었지만 점차 판매량은 줄었고, 결국 연말 임직원 대상 대폭 할인을 통해 재고 물량을 밀어내야 했다.


테슬라의 국내 상륙 초기 얼리어답터와 부유층 사이에서 선풍적 인기를 얻었던 테슬라 모델X도 올해는 월평균 두 자릿수 판매에 그치고 있다. 테슬라의 마케팅 정책이 프리미엄 지향에서 벗어나 대중형 전기차로 저변을 넓히는 쪽으로 전환되는 추세라 플래그십 차종인 모델X의 물량 자체가 많지 않다.


테슬라 모델X. ⓒ테슬라코리아

이같은 상황은 EV9과 대중차 시장에서 경쟁하게 될 아이오닉 9, 그리고 프리미엄 시장에서 모델X와 라이벌이 될 리릭 모두에게 비관적이다. 애초에 시장 자체가 형성돼 있어야 빼앗아갈 여지도 있을 텐데 국내에서는 준대형 전기 SUV의 안착이 쉽지 않은 모습이다.


캐즘을 넘길 때까지 ‘버티기’에 도움을 줄 만한 요인도 찾기 힘들다. 아이오닉 5나 EV6 등 중형 이하 차급들은 일반인 대상 판매가 다소 줄어도 연료비에 민감한 택시 수요가 어느 정도 보완해주며 월 판매 네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지만 준대형 SUV는 택시로 쓰기엔 부담스런 덩치와 가격과 전비를 지녔다.


리릭의 경우 그나마 캐딜락이 과거 에스컬레이드를 통해 프리미엄 대형 SUV 시장에서 브랜드 파워를 높였다는 데 기대를 걸 만 하다. 수입차 시장에서는 ‘충분한 가치를 증명하면 비싸도 팔린다’는 공식이 적용되는 만큼 리릭도 지갑이 두꺼운 소비자들을 노려볼 여지가 있다.


아이오닉 9의 경우 디자인이나 실내 구성 등에서 획기적인 차별성을 보이지 못한다면 국내 시장에서 EV9보다 월등히 높은 판매량을 기대하긴 힘들어 보인다. 다만 이들 차종의 주요 타깃이 북미 시장인 만큼, 수출 물량 위주로 생산라인을 유지하다 내수 시장 분위기 전환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의 중심이 얼리어답터에서 대중으로 옮겨가면서 전기차를 경제성 높은 출퇴근용 차량이나 세컨드카로 인식하는 수요가 많은데, 이는 고가의 대형 전기차에는 불리한 상황”이라며 “시기적으로 좋진 않지만 무작정 출시를 미룰 수는 없으니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차량의 장점을 알리며 수요가 풀리길 기다리는 전략을 택하는 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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