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주총장서 자취 감춘 한미 임종윤·종훈 형제…인사 ‘내홍’ 탓?

임종윤 불참…임종훈 출근했으나 자취 감춰

안건은 원안 가결…우호 지분만 50.56%

이사회 미정…박재현 대표 거취 여부 주목

18일 오전 8시 30분경 서울 송파구 한미타워 1층에서 한 주주가 임시 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명부를 등록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성아 기자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의 한미약품 대표 즉위식 날이 밝았지만 분위기는 어둡다. 한미그룹 오너 일가 전체가 주주총회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다. 일각에서는 지주사와 핵심 계열사에 임종윤·종훈 형제의 우군만 포진되면서 기존 임원들의 불안감에 내홍이 일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미약품은 18일 오전 9시 서울 송파구 한미타워 2층 파크홀에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하고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의 대표 선임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임 이사 선임 안건 이외에도 ▲사내이사 임종훈 선임의 건 ▲기타비상무이사 신동국 선임의 건 ▲사외이사 남병호 선임의 건 등 총 4건의 안건을 의결했다.

4건의 안건은 무리 없이 통과됐다. 임 형제의 우호 세력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지분까지 포함하면 총 50.56%로 절반을 넘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지분 9.95%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임 이사의 저조한 이사회 참석률을 이유로 반대표를 던졌으나 이는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승리가 점쳐지는 주총에 임 형제 모두 현장에 등장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으나 실상은 달랐다. 임종훈 이사는 이날 오전 7시 30분경 본사에 출근했으나 주총장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대표이사 선임이 유력한 임 이사는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신 회장과 남병호 사외이사 후보 역시 대리인을 보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주총장에는 잠깐의 소요가 일기도 했다. 임 형제의 발언을 듣기 위해 현장을 찾은 소액주주들이 반발의 목소리를 내면서다. 다만 소요는 곧바로 잠재워졌으며 주총은 약 40분만에 원안 가결 폐회했다.

임 형제의 불참 때문일까, 대표이사 선임 이후 으레 곧바로 진행되는 이사회 역시 열리지 않았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이사회는 개회 공시가 난 바 없으며 일정은 신규 이사진과 기존 이사진의 일정 조율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이사회 의장을 맡고있는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가 이사회를 연기시킨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됐다. 임 이사의 측근은 “이번에는 공동 대표 선임 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원래 이사회가 바로 진행되기로 했으나 박 대표의 결정으로 이사회가 미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당초 2026년 3월 29일까지 대표직을 유지하기로 했으나 이번 임 이사의 대표 선임으로 거취가 불투명해졌다.

앞서 임 이사가 밝힌 조직 개편안에 따르면 박 대표는 5개 사업부 체제 내 제조사업부 수장을 맡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이렇게 된다면 박 대표는 회사 대표에서 사업부장으로 ‘좌천’을 피하지 못하게 된다.

한편 이번 임시 주총 결과로 한미약품의 이사진은 총 10명이 됐다. 기존 6명의 이사진에 더해 임 형제를 비롯한 4명이 더해지면서다.

만약 박 대표가 추후 개회될 이사회에서 이사진에 제외된다면 임 형제는 한미사이언스는 물론 한미약품 이사회 역시 절반 이상의 우호 세력을 갖게 된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총 9명으로 이 가운데 임 형제 우호 세력은 5명, 과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