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저축은행 부실 대출 年 4조 '손절'…더 곪기 전에 '고육지책'


입력 2024.06.28 06:00 수정 2024.07.08 10:49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대손상각비 1년 새 50% 넘게 늘려

손해 감수하고 리스크 관리 '총력전'

저축은행 대출 이미지. ⓒ연합뉴스

국내 저축은행들이 고객들에게 내준 대출에서 앞으로 돌려받지 못할 돈으로 보고 손실로 떠안은 비용이 한 해 동안에만 1조원 넘게 불어나면서 연간 4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는 고금리 터널 속에서 리스크가 계속 쌓이자, 손해를 감수하고 부실 정리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더 곪기 전에 대출의 질을 관리하려는 저축은행업계의 고육지책은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79개 모든 저축은행들의 대손상각비는 총 3조8940억원으로 전년 대비 54.7%(1조3776억원) 늘었다.


대손상각비는 금융사가 대출을 내줬지만 이를 돌려받지 못하고 손실로 떠안은 비용이다. 대손상각비가 확대됐다는 것은 금융사가 회수를 포기해야할 만큼 차주의 경제적 사정이 나빠진 대출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저축은행별로 보면 SBI저축은행의 대손상각비가 8140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38.9% 증가하며 최대를 기록했다. OK저축은행은 해당 비용이 2764억원으로 33.3% 줄었지만 여전히 규모가 큰 편이었다. 그 다음으로 애큐온저축은행의 대손상각비가 2096억원으로 60.3% 늘며 뒤를 이었다.


이밖에 ▲한국투자저축은행(1889억원) ▲웰컴저축은행(1804억원) ▲상상인저축은행(1789억원) ▲페퍼저축은행(1697억원) ▲KB저축은행(1384억원) ▲HB저축은행(1109억원)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1025억원) 등이 대손상각비 규모 상위 10개 저축은행에 이름을 올렸다.


이처럼 부실 대출 정리를 위한 저축은행업계의 출혈이 커지고 있는 배경에는 고금리 여파가 자리하고 있다. 높아진 금리로 대출 상환에 차질을 빚는 차주가 많아지면서 저축은행의 여신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주는 형국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취약 차주가 많이 찾는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의 특성 상 대출 관리에 더욱 애를 먹는 분위기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문제는 이처럼 높은 금리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타이밍이 계속 미뤄지면서, 한은으로서도 선뜻 통화정책 전환이 어려워진 실정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대출의 질도 더 나빠질 공산이 크다.


여기에 더해 극도의 실적 부진에 빠진 저축은행의 현실까지 고려하면 부담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저축은행업계는 지난해에만 5758억원의 순손실을 떠안았다. 저축은행들의 실적이 적자로 돌아선 건 9년 만의 일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금리로 인해 부실 대출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금융사가 적극적인 상각으로 대응하는 건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저축은행들이 일시적인 실적 악화를 이유로 부실채권 처리에 소극적인 자세로 임하지 않도록 금융당국 등이 환경 조성에 나서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