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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절한 SK온 일병 구하기…그렇게까지 해야 할 이유[기자수첩-산업IT]


입력 2024.07.18 07:00 수정 2024.07.18 10:03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SK그룹, SK온 재무구조 개선 위해 SK이노·SK E&S 합병 추진

소수를 위해 다수를 희생하는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 상황과 비슷

실제로 합병을 두고 기업 가치 희석 우려로 반대 여론

높은 수주잔고 400조·국산화율 등 SK온 가치 고려하면 국가 경쟁력 살리는 길

전국도시가스노동조합연맹과 SK노동조합협의회가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앞에 내건 합병 반대 플랜카드.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단 한 명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위험을 감수해야 할까.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관람객들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전쟁 상황에서 8명의 병사가 목숨을 걸고 라이언 일병을 구하러 가는 내용이다.


최근 SK온과 SK그룹의 상황이 이 영화와 겹쳐 보인다. SK온을 살리기 위한 SK그룹의 치열한 노력을 언론에서는 종종 ‘SK온 일병 구하기’에 비유하곤 한다.


최근 SK그룹이 전방위로 SK온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추진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SK온은 2021년 출범 후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SK온의 지난해 연결기준 5818억원의 적자를 냈다. SK이노베이션과 SK합병 성사 시 SK E&S의 안정적인 수익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실적 부진을 겪는 ‘SK온 숨통 틔우기’에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SK온·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엔텀 합병 추진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합병되는 기업 가치가 희석될 우려가 있어서다. SK온 하나를 살리기 위해 여러 기업들과 주주들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데에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유명한 논제 ‘트롤리 딜레마’와 같은 상황이다. 여기서는 대부분의 사람이 다섯 명을 구하기 위해 한 명을 희생하는 것에 동의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 문제의 답을 단순히 숫자로 저울질할 수 있는 일일까?


이 질문의 답을 라이언 일병 구하기 작전의 통솔자이자 주인공인 존 H. 밀러와 부하 마이크 호버스와의 대화에서 찾았다. 한 부하가 한 명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더 많은 인원이 투입돼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에 탐탁지 않게 생각하자 밀러는 이렇게 말한다.


“라이언이 그럴 가치가 있는 사람이기를 바라야지. 고향에서 사람들 병을 고쳐주거나 수명이 긴 전구를 만든다거나 말이야.”


밀러가 사람의 가치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말하는 장면이다. 그렇다. 한 사람만을 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가 지닌 잠재성도 함께 구해내는 일인 것이다.


밀러가 언급한 라이언 일병의 가치는 미지수였지만, 미국 정부가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나선 것은 확실한 긍정적 효과를 계산한 것이었다.


아들 셋을 잃은 어머니에게 네 번째 아들마저 잃게 할 수 없다는, 자국 국민의 슬픔을 보듬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효과다.


SK온도 마찬가지다. SK온은 미지수가 아닌, 이미 입증된 가치를 지닌 기업이다.


SK온은 출범 2년 만에 180조원 규모 물량을 추가 수주해 누적 수주 잔고가 40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SK온의 매출이 12조원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가히 폭발적인 성과로 볼 수 있다. 현재 업황 불황으로 제대로된 힘을 못쓰는 상황이지만 수익성도 점차 개선 중이다.


또한 SK온의 성장은 국내 소·부·장 업체의 성장으로 이어진다. 해외에서 SK온은 신규 배터리 공장의 국산화율이 95% 이상으로 공장이 해외에 있지만 국내 업체들이 수혜를 입는다.


이제 SK온의 재무구조 정상화는 더 이상 한 기업만의 과제가 아니게 됐다. SK온 살리기는 SK이노베이션, SK그룹 더 나아가서는 국가 경쟁력을 살리는 길이다.


일병. 이등병보다는 위이지만 전체 계급상으로는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국내 배터리 기업 중 막내인 SK온도 이제 걸음마를 뗐을 뿐이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 온 마을이 필요하듯 따뜻한 응원과 지원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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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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