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거래대금 1억원 미만 종목, 연초 대비 86.2%↑
동전주 증가…정부 정책에도 중소형주 외면 심화
변동성에 ‘대형주 수급’ 불가피…악순환 반복 우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밸류업 프로그램 본격 시행에도 상장기업들의 거래대금 감소 및 주가 하락 기조가 나타나는 가운데 대형주 쏠림 현상으로 소외되는 종목이 급증하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인 28일 기준으로 하루 거래대금이 1억원 미만인 코스피·코스닥시장 상장 종목은 676개로 파악됐다. 올해 첫 거래일인 1월 2일 기준으로 363개 종목의 일 거래대금이 1억원을 밑돌았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86.2% 급증한 수준이다.
주가가 1000원 미만인 동전주의 수도 급격히 불어났다. 같은 기간 166개였던 동전주는 222개까지 늘었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거래대금이 줄어든 종목들이 증가했을뿐만 아니라 동전주까지 등장한 것이다.
상장기업의 가치와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행된 지 3개월이 경과했으나 효과가 미미한 모양새다. 다만 밸류업 효과가 중소형주가 아닌 대형주에 한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포함한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종목의 전일 합산 거래대금은 2조6812억원으로 나타났다. 코스피 상장기업들의 합산 거래대금(10조4948억원) 중 25.5% 비중에 달했다.
코스닥 시장의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같은날 알테오젠·에코프로비엠 등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0종목의 합산 거래대금은 6879억원으로 코스닥 시장 전체 거래대금(6조9500억원)의 9.9%를 차지했다.
코스피·코스닥 거래종목(스팩 제외)이 각각 958개, 1656개인 점을 고려하면 10종목에 투심이 몰린 상황이다. 이처럼 일부종목에 ‘거래 쏠림’ 현상이 이어지면서 투자자로부터 외면받는 종목들의 주가 하락도 불가피해진 구조다.
무엇보다 이달 5일 미국 경기침체 우려로 국내 증시를 비롯한 전세계 증시가 폭락한 ‘블랙먼데이’ 이후 점차 반등세를 보이고 있는 점이 ‘대형주 쏠림’을 보다 가속화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최근과 같은 증시 변동성 확대 구간에서는 방어적인 우량주 선호도가 높아지는 만큼 소외주에 대한 외면은 심화되고 대형주로 수급이 몰릴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처럼 밸류업 효과가 부진하자 기업들의 참여도 저조해질 수밖에 없다. 기업들의 참여가 미미하면 밸류업이 제대로 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에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제기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내달 중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출시되면 편입기업들이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밝히며 정부 정책에 참여했음에도 지수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외되거나 상대적으로 수혜를 적게 보는 기업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