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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은 목표 아닌 과정…상법 개정 등 보완 필요"


입력 2024.09.20 14:30 수정 2024.09.20 16:06        노성인 기자 (nosaint@dailian.co.kr)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중간 평가' 세미나

주주 환원 뿐 아니라 자본 비용도 살펴야

독립적 이사회 구성 등 인식 변화 지적도

김우진 서울대 교수가 20일 서울 여의도 FKI에서 한국기업거버런스포럼 주최로 개최된 ‘밸류업 중간 평가, 무엇이 문제인가'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해 경영진의 책임을 강화하는 등의 기업가치 극대화와 주주가치를 일치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학계·금투업계 전문가들도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등을 제대로 된 밸류업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우진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20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한국기업거버런스포럼 주최로 열린 '밸류업 중간 평가, 무엇이 문제인가' 세미나에서 “주주환원은 목표가 아니고 수단·과정으로 기업이 적절한 선택을 통해 기업 수익성(ROE)을 극대화하고 제대로 된 주주 이익을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밸류업=주주환원'이라는 인식이 가장 큰 오해라고 지적하며 ROE는 물론 자본비용(COE, 투자자 요구수익률)을 고려한 기업가치 제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ROE는 특정 회사의 주주들이 해당 기업에 재투자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수익률을 의미한다면 COE란 투자자들이 기업의 자본조달 비용과 사업의 불확실성 위험에 상응해 기대하는 요구 수익률이다. 이에 ROE가 COE를 밑도는 기업은 자본이 효율적으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는 걸 의미라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국내의 경우 대부분의 기업의 ROE가 요구수익률 또는 자본비용보다 낮다"면서 밸류업의 궁극적으로 목표는 주주환원을 더 하든지 혹은 재투자를 더 하든지 해서 기업가치와 시가총액 및 주가를 올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김규식 변호사는 “국내 대기업들은 우량한 펀더멘털을 가지고 있지만 비영업용자산이 많은 동시에 주주환원에 적극적이지 않다”며 “배당 성향과 자사주 매입을 70%로 확대, 자본조달 능력 향상으로 순이익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주환원이 높을 경우 투자재원이 부족해질 수도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순이익은 성장을 위한 모든 재원이 차감된 숫자로 오직 주주에게 귀속될 이익”이라며 “이연된 주주이익을 중간에 탈취하는 불공정한 합병, 경영권 프리미엄, 물적 분할·중복 상장 등은 근절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상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 리츠의 경우 인가할 때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가 잘 이행되고 있는지 그 시스템을 갖췄는지를 심사하지만 일반 상장기업은 이사회가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가 없다고 한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 대법원판결 때문에 주주 수탈 행위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규식 변호사가 20일 서울 여의도 FKI에서 한국기업거버런스포럼 주최로 개최된 ‘밸류업 중간 평가, 무엇이 문제인가' 세미나에서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패널 토론에서도 학계·법조계·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전종언 마이알파 매니지먼트(MY. Alpha Management) 한국 대표는 “한국 증시 내 기업들을 보면 성장성이나 이익 창출력 측면에서 훌륭한 기업들이 많지만 실제 주가는 이를 반영하지 못한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은 해당 이유를 회사가 번 이익이 주주에게 돌아오는 일종의 고리가 망가졌기 때문이라고 판다하고 있다”고 말해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심지어 중국의 경우도 주식을 100을 투자한다면 그에 맞는 이익이 나오고 다시 주주가 돌려받는 구조가 기본인데 한국에서는 이를 감독해야 하는 이사회가 독립성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이에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투자, 현금 유출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면서 지배주주 외 투자자들에게 돌려줄 이익이 회수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연석 경기대학교 서비스경영대학원 교수는 “최대 주주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할 때”라며 “경영권의 세습을 고집하기보다는 성장에 의한 보유 지분의 가치 증대를 최우선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밸류업을 최대 주주의 선의에만 의지해서는 안 되며 당국 및 국회에서 입법을 통해 최대 주주의 재산권을 보장하고 경영자와 이사들이 전체 주주의 이익을 보장할 수 있다고 유도해야 한다”며 “이사의 충실 의무 조항 등 상법 개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성인 기자 (nosai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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