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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오른팔' 장재훈의 세번째 시험대... 현대차 '수소'에 쏠리는 눈


입력 2024.09.30 06:00 수정 2024.09.30 06:00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제네시스, 아이오닉5 이은 세번째 숙제

CES부터 부산모터쇼, WSCE, H2MEET까지 '수소' 사활

중국 전기차 부상에 캐즘까지… 미래먹거리 확보 '불가피'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이 25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H2 MEET 2024’ 행사에서 현대차그룹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 수소 역량을 총 결집해 글로벌 완성차 합종연횡에서 뒤처지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 25일 개막한 국제 수소 전시회 'H2MEET'에 등장한 장재훈 현대차 사장이 기자들을 만나 한 말이다. 장 사장은 올해 각종 국제 전시회에서 그룹 차원의 수소 청사진을 제시하고, 그간 요연했던 수소 사업에 사활을 거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고 있다.


제네시스 브랜드와 아이오닉5를 시장에서 성공 시키면서 현대차 입사 10년 만에 사장 자리에 오른 그의 세 번째 미션이 바로 '수소' 사업이 된 것으로 보인다. 내년 수소 승용차인 넥쏘의 2세대 모델 출시를 앞둔 가운데 상용차, 수소연료전지 사업에 이어 수소 승용차까지 성과를 내보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장 사장이 수소 전시회 H2MEET을 직접 찾아 수소 사업에 대한 의지를 강조한 것도 그에게 주어진 '미션'의 무게를 짐작케 해준다. 장 사장이 H2MEET을 직접 방문한 건 2년 만이다.


그는 "그룹 차원에서 갖고 있는 역량을 모으는 부분과 이에 대한 다양한 모빌리티 애플리케이션(응용 부문)과 에너지 애플리케이션 부분에서 우리 역량을 강화하는 게 외부와 제휴를 계속 이끌어 나갈 수 있다고 생각된다"며 "특히 상용에 대한 부분은 상당히 다들 관심이 많고 그 부분을 같이 하려 한다"고 말했다.


올해 장 사장이 이끄는 현대차가 수소 사업 의지를 내보인 건 H2MEET 뿐만이 아니다. 현대차그룹은 올 초 CES 2024(국제 가전 박람회)에 참여해 자동차 한 대 없는 전시관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고, 당시 전시 주제도 수소가 핵심이었다.


이어 올 7월 부산모빌리티쇼에서도 현대차의 수소 밸류 체인 사업 브랜드 'HTWO'를 강조했고, 이달 초 '월드 스마트 시티 엑스포 2024(WSCE)'에서도 수소 관련 전시를 공개했다.


올해 현대차의 행보가 주목되는 건, 지난해 유독 수소와 관련한 행보가 요연했기 때문이다. 2021년만 하더라도 H2MEET 개막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SK그룹, 롯데그룹, 포스코그룹 등 주요 그룹 총수들과 함께 결집하며 수소에 대한 현대차그룹 차원의 의지를 내보였지만, 그 다음해엔 장 사장이 현장을 찾았고, 지난해엔 장 사장마저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수소보다 전기차를 앞세우던 현대차가 올해 들어 다시 수소에 집중하기로 한 건, 중국 전기차의 성장과 전기차 캐즘 장기화에 따른 미래 먹거리 확보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글로벌 전기차 보급 속도는 매년 전년 대비 늘고 있지만, 국내 뿐 아니라 미국, 유럽에서도 당초 기대했던 것 만큼 보급 속도가 빠르지 않은 상황이다. 이 가운데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중국 전기차 판매는 전세계에서 성장하고 있고, 주요 완성차업체들은 막대한 투자금을 쏟고도 위기감이 매년 커지고 있다.


실제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가 발표한 '중국 전기차 산업의 글로벌 확장과 시사점'에 따르면 중국 브랜드들은 올 상반기 자국을 제외한 해외 시장에서만 41만9946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전년 동기 대비 무려 33.9% 증가한 규모다.


이에 따라 '내연기관차 다음의 미래는 전기차'라고 굳게 믿었던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이후의 미래 먹거리를 확보할 필요성이 커졌다.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이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진행된 미디어데이 Q&A에 참석해 수소사업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현대자동차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그간 이끌고왔던 수소사업을 키우는 것이 빠른 선택지였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1998년 연료전지 연구 초기부터 수소 관련 기술을 집중 개발해왔고, 현재 수소차 및 수소연료전지 보급 1위 성과를 가지고 있다.


현대차의 굵직한 변곡점에서 주요 성과를 이끈 장 사장으로서는 수소 사업을 통해 다시 한 번 실력을 입증해야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그는 부사장 시절 제네시스를 국내 시장에서 성공시킨 성과를 인정받아 현대차 입사 10년 만에 초고속으로 사장이 됐고, 2021년 대표이사에 오른 이후 아이오닉5까지 성공적으로 전기차 시장에 자리매김 시켰다.


문제는 그간 최종 제품인 완성차 시장에서 성과를 내온 것과는 달리 이번 시험대는 수소와 관련된 생태계 전반을 구축해야 된다는 점에 있다. 남보다 앞서 홀로 시장에 뛰어든 개척자의 숙명이다.


장 사장이 올 초 CES에서 내건 전략은 현대로템, 현대트랜시스 등 그룹 계열사의 역량을 결합해 수소의 생산부터 운송, 활용까지 모든 단계까지 범위를 넓혀 수소로 연결된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자동차 업체에서 벗어나 수소 에너지를 직접 생산하고, 수소 사업의 모든 과정에서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표인데, 당장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보이기엔 쉽지 않다.


장 사장이 노려볼 수 있는 가장 빠른 성과는 수소를 연료로하는 차량의 보급 확대다.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등 상용차를 포함해 수소 승용차의 판매를 늘리고, 이를 위한 충전 인프라 구축과 소비자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다. 장 사장은 내년 5월 넥쏘 2세대 모델을 출시하겠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장 사장의 수소 사업에 대한 승부수는 현대차 창사이래 없었던 과감한 시도에서도 잘 드러난다. 현대차 최초로 미국 완성차업체인 GM에 손을 내민 것이다.


현대차와 GM은 차량 생산, 기술개발, 공급망, 수소 등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수소차 시장 개척에 있어 글로벌 업체를 우군을 확보한 셈이다. 아직 제대로 열리지 않은 수소 시장에서 홀로 승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서의 동맹군도 확보했다. 현대차는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순방 일정의 일환으로 지난 20일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한-체코 비즈니스 포럼’에서 스코다 그룹 산하 스코다 일렉트릭과 ‘수소 경제와 지속 가능한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조성을 위한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올해 정의선 회장이 역임했던 수소위원회 공동의장에 장 사장이 이름을 올리면서 앞으로 국내외 수소 관련 움직임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현대차에 이어 토요타 역시 BMW와 수소차를 위해 협력하기로 하면서 수소 시장에서의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낮은 수익성에 비해 막대한 투자금이 들어 시장에서도 수소사업에 뛰어들기가 쉽지 않았지만, 이제 전기차를 넘어 수소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업계에서도 형성되고 있는 듯 하다"며 "수소 사업이 장 사장의 중요한 역점 사업이 될 것이고, 그의 성과를 증명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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