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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분쟁 불법 무관용" 금감원 엄포 8분 만에…MBK "적극 환영"


입력 2024.09.29 13:58 수정 2024.09.29 14:05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금감원 자료 엠바고 해제 8분 만에 1000자 분량 해명자료 배포…"미리 알았나?"

김광일MBK파트너스 부회장이 19일 서울 소공동에서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9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과열에 우려를 표하면서 “필요시 신속히 조사해 불법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조치할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고려아연 공개매수자인 MBK 파트너스가 즉각 환영 입장을 밝혔다. 이 원장의 발언이 기사화 된지 단 8분 만에 이뤄진 초고속 대응으로, 일각에서는 자료 사전유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MBK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금감원의 ‘상장회사공개매수’ 관련 당부사항을 적극 지지하고 환영한다”면서 “국내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는 기업으로서 금감원 부원장회의를 통해 전달된 당부 사항들을 유념하고 준수하겠다”고 다짐했다.


앞서 금감원은 이날 오전 9시 40분께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27일 있었던 부원장회의의 내용을 설명하는 ‘부원장회의 당부사항’이라는 해명자료를 배포했다. 다만 보도가능시점은 이날 12시로 제한함에 따라 이 원장의 발언은 정오를 기해 일제히 보도됐다.


MBK가 출입기자들에게 입장문을 배포한 것은 12시 8분이었다. 이 원장의 발언이 보도된 지 단 8분 만에 초고속으로 약 1000자 분량의 상세한 입장문을 만들어 단체메일로 발송한 것이다.


이정도 분량의 입장문을 8분 내에 작성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홍보업계 설명이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무관한 한 대기업 홍보 담당자는 “1000자 분량이면 불러주는 대로 받아 적더라도 8분 내에 가능하겠느냐”면서 “단순 워딩만 하는 게 아니라 문장 오류도 확인해야 되고 회사 입장과 배치되는 부분은 없는지 컨펌(확인)도 필요한 데 기사가 나온 지 8분 만에 그에 대한 입장문을 내는 건 원문 자료를 미리 입수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엠바고(보도유예)는 정보제공자의 요청, 혹은 기자단 사이에서의 합의에 의한 약속으로, 엠바고를 걸어 배포된 자료는 기자단 외부로 유출하지 않도록 돼 있다.


이날 입장문에서 MBK는 자신들의 입장이 금감원의 지침과 일치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MBK는 금감원이 공개매수 등 M&A 과정에서 발생하는 ‘건전한 경영권 경쟁’은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하지만, 공개매수 관련자들 간 경쟁 과열로 시장 불안이 야기되고 자본시장의 신뢰가 저해될 수 있는 만큼 공개매수자, 대상회사, 사무취급자, 기타관련자들이 공정경쟁의 원칙을 준수하고 제반 절차가 적법하게 진행되도록 각별히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또, 투자자들에게도 단기적으로 관련 종목의 주가가 급등한 상태이나 이후 주가 하락으로 투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투자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금감원의 당부 사항도 전했다.


그러면서 “고려아연 공개매수와 관련된 금감원의 당부사항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동의한다”고 밝혔다.


BMK는 특히 금감원이 ‘근거 없는 루머나 풍문 유포’에 대해 시장 감시를 할 것이라는 점을 겨냥해 자사가 ‘한국 정부가 육성한 토종 사모펀드산업 1세대’이자 ‘자본시장법에 따라 2005년에 설립돼 국내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는 국내사모펀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어 “고려아연 공개매수 기간 동안, MBK에 대해 중국계 펀드라고, 중국계 자본이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다고, 중국에 매각할 것이라고, 중국에 기술 유출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루머나 풍문 유포 등이 마구 이뤄졌다”고 언급한 뒤 “이런 근거 없는 루머 등은 투자자들의 잘못된 판단이나 오해를 유발시킬 수 있으며, 시장질서 교란 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MBK는 “이번 고려아연 공개매수의 목적은 최대주주의 경영권을 공고히 함으로써 훼손된 주주가치를 회복하고, 고려아연의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함”이라며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저희의 노력들이 고려아연 가치 증대로 귀결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는 고려아연에 투자한 주주들 또한 진정으로 바라는 일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MBK는 “고려아연의 기업 지배구조 문제를 개선하고,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이사회를 구성해 일반주주들의 입장에서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궁극적으로 고려아연의 모든 주주들에게 이익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코리아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자 한다”고 했다.


한편, 고려아연 측은 금감원 부원장회의 내용이 보도된 지 1시간 20여분 만에 입장문을 배포했다.


고려아연은 “금감원의 당부사항에 깊이 공감하며 최근 발생하고 있는 경쟁과열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면서 “기습적으로 공개매수를 선언하고 공개적으로 매수가 인상을 검토하지 않는다고 밝혀오다 또 다시 공개매수가격을 상향하는 등 시장질서를 교란하고 시장의 불안을 야기하는 행위들은 더 이상 이뤄져서는 안될 것”이라고 MBK와 영풍 측을 비판했다.


이어 “공개매수를 진행하면서 당사의 기업 실적이나 가치, 경영진의 경영 능력 등을 허위 또는 왜곡해 호도하는 등 근거 없는 루머성, 풍문성 정보를 유포하는 행위도 즉각 멈춰줄 것을 공개적으로 요청한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법적절차와 시장질서 유지에 부합하면서도 국가기간산업 고려아연을 건실하게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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