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의원 108명 모두 자리했는데
'김건희 특검법' 반대 104표에 불과…
당정관계의 파국까지는 피하면서도
대통령 내외에 위기감 환기하는 결과?
국회로 되돌아온 '김건희 특검법'이 찬성 194표, 반대 104표로 가까스로 부결됐다. 파국은 피하면서도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내외가 주의를 환기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민심이 반영된 재표결 결과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재표결에 부쳐진 '김건희 특검법'은 찬성 194표, 반대 104표, 기권 1표, 무효 1표로 부결됐다. 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에 따라 국회로 환부된 법안이 가결되려면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200표)의 찬성이 필요한 탓이다.
이날 본회의장에는 국민의힘 의원 108명이 모두 자리했다. 반대표 108표가 나왔어야 마땅하지만, 실제로 나온 반대표는 104표가 전부였다. 국민의힘에서 최대 4명의 '이탈표'가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본회의 표결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재의요구 (법안들을) 부결시켰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단일대오가 깨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일대오는 확고히 유지되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탈표'가 발생한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이날 본회의에서는 여권에서 이탈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일각의 관측이 그대로 맞아돌아갔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여권 관계자는 본회의가 시작되기 전인 이날 오전 "'김건희 특검법'이 이탈표로 통과돼버리면 그것은 당정관계의 파국이니까 곤란하지만, 적절한 이탈표는 베스트 시나리오일 수 있다"며 "지금 용산(대통령실)이 너무 위기감이 없고 안이하다. 순방 나가시기에 앞서 현 상황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실만한 계기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기권표'의 경우에는 가결이 필요한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번에는 '반대표'와 다르지 않은 효과를 가지면서도, 다음에 다시 본회의에 '김건희 특검법'이 상정됐을 때에는 빈 투표지에 어떤 글자가 적힐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묘한 여운을 남긴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내주부터 막을 올리는 국정감사 기간을 활용해 '약한 고리'인 김 여사를 겨냥한 총공세를 전개한 뒤, 국감 직후인 11월에 '김건희 특검법'을 재발의해 통과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그 때까지 '여사 문제'에 대한 진지한 돌파구가 마련되지 못한다면, 더 이상 국민의힘도 특검법 방어에 한계를 느끼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악화되는 국민 여론 속에서 집권여당이 총동원돼 영부인을 '방탄'하는 듯한 모양새가 너무나 곤혹스럽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민주당을 '이재명 방탄 정당'이라고 공격하려고 해도 '김건희는?'이라고 반문하면 말문이 막히는 게 사실"이라며 "11월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과 위증교사 혐의 사건 선고가 잇따라 내려질텐데, 이 때 야권에서 '김건희는?'이라고 반문하지 못하게 하려면 그 전까지는 어떻게든 사안을 정리할 계기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동훈 대표가 민주당의 재발의 상황을 가정한 취재진의 질문에 "미리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것에는 이러한 복잡한 상황이 자리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여사 문제'가 너무나 확산돼, 매듭을 짓거나 돌파구가 될 '계기 마련'이 쉽지 않아졌다는 비관론도 여권 일각에서 제기된다.
△김건희 여사의 대국민사과 △대통령실 제2부속실 설치 △특별감찰관 임명 등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이 지나가고 있고, △김건희 여사 2선 후퇴 △김 여사 자중의 의미로 윤석열 대통령 단독 해외순방 소화 △김 여사 수사기관 자진 출석 등 국민 여론에 강한 임팩트를 줄 수 있는 더욱 충격적인 수단이 등장해야 할 때가 돼버렸다는 것이다.
또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예전 적절한 시기에 진솔한 대국민사과가 있었더라면 정리하고 넘어갈 수 있었을 사안이, 이제는 사과도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라며 "영부인이 재판정에 서는 수밖에 없다는 말도 나오는데, 정말 그 수밖에 없겠느냐"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