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파리모터쇼 최초 참가 …유럽 완성차 영업
올해 CES2024, 북경 오토차이나 이어 3번째…美·中·유럽 공략 '박차'
현대모비스가 유럽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올해 파리모터쇼에 처음으로 발을 들였다. 전시회장 안에 '프라이빗 부스'를 차리는 방식인데, 관람객이 아니라 철저히 글로벌 고객들을 위한 영업 무대다. 현대모비스가 글로벌 전시회에서 영업을 편 것은 올해만 CES2024, 북경 오토차이나에 이어 세 번째다.
지난해 사상 최대 수주 기록을 쓴 가운데, 높아진 현대차그룹의 위상을 앞세워 올해 역시 지난해보다 높은 수주 실적을 달성해 글로벌 고객을 늘리겠다는 계산이다. 현대차그룹의 부품 계열사로서 의존도를 줄이고, 글로벌 수주를 확대해 자립하겠다는 야심이 읽힌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지난 14일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4 파리모터쇼'에 프라이빗 부스를 열고, 스테란티스, 르노 등 유럽 글로벌 완성차 고객 다수와 제품 관련 미팅을 진행했다. 현대모비스가 파리모터쇼에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파리모터쇼 현장에서 자동차기자협회와 만난 양승열 현대모비스 글로벌영업1실 상무는 "유럽 대부분의 메이커는 부스를 다녀갔다"며 "특히 우리의 가장 큰 고객중 하나인 스텔란티스, 르노 본사가 파리 근교에 있어 (우리 부스를) 방문했다. 유럽의 많은 메이커들이 부스를 다녀갔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가 그간 참가한 적 없던 파리모터쇼에 발을 들인 것은 유럽 고객들의 수주를 확대하겠다는 목표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현대모비스는 그간 미국, 중국을 중심으로 전시회에 참가해왔지만, 유럽 글로벌 완성차 고객의 눈길을 끌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2022년엔 CES(국제전자박람회)2022, 북미오토쇼, 중국 국제수입박람회 등 미국과 중국시장에서 열리는 전시회에만 참가했었다. 그러다 지난해 CES 2023, 상해모터쇼, 재팬 모빌리티쇼, 독일 IAA 등 4곳에 참가하면서 공략 시장의 범위를 넓혔다. 올해 역시 1월 CES2024로 미국을, 4월 북경 오토차이나로 중국을 공략한 데 이어 파리모터쇼로 유럽 공략에 나선 것이다.
양 상무는 "2009년부터 수출 아이템이 늘면서 본격적으로 글로벌화를 추진했다. 북미 시장은 물론 유럽 시장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고, 최근에 상당히 많은 수주를 추진하고 있다"며 "최근 2년부터는 글로벌 마케팅을 강화해 탑 제조사들을 상대로 본격적인 영업 활동을 해왔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진행하는 모터쇼가 있고 그 다음에 파리모터쇼에서 영업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가 파리모터쇼에서 눈길을 끈 품목은 단연 전동화다. 유럽 현지 완성차 고객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전동화, 자율주행 관련 핵심 제품 10가지를 선보였다. ▲3세대 전자드라이브 유닛(EDU) ▲22kW 지능형 충전 제어 유닛(ICCU) ▲배터리 관리시스템(BMS) ▲렌티큘러 조명 ▲자율주행 통합 제어기 ▲투명 디스플레이 ▲무선 제동장치 등이다.
양 상무는 "전동화와 관련된 기술은 모두 관심있어 한다"며 "우리가 이번에 출품한 약 10개의 아이템 모두 배터리, 모터, 자율주행 기술 등 전동화를 위한 제품"이라고 했다.
현대모비스가 특히 전동화를 핵심으로 내세운 바탕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점이 자리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하이브리드차가 미국, 유럽 판매량이 높아진 가운데 현대차그룹의 부품 계열사로서 글로벌 신뢰도를 얻기 좋은 상황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이형근 EU 글로벌영업실장은 "내부의 평가도 있지만, 고객사들의 평가도 있다. 해외 다른 완성차 제조사가 현대차·기아차를 벤치마킹 해보니 현대차의 주요 부품이 현대모비스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2~3년 사이 현대차·기아가 아닌 글로벌 완성차로부터 수주실적이 크게 증가한 만큼, 앞으로의 해외 영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글로벌 핵심부품 수주 목표치를 93억4000만달러(약 12조7071억원)으로 설정했다. 지난해 수주실적이 목표치를 크게 상회하면서 올해 목표는 두 배 가까이 올려잡았다.
지난해 현대모비스는 해외 수 주목표를 53억5800만 달러(약 7조원)로 설정했지만, 목표 금액 보다 38억5800만 달러(약 5조원) 많은 수주실적을 올리면서 172% 초과 달성한 바 있다. 글로벌 완성차를 상대로 벌인 적극적인 영업이 성과를 낸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벤츠,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와 수주 계약을 맺었다.
다만, 현대차·기아 의존도를 줄이고 글로벌 수주를 늘리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기아의 부품사라는 사실이 글로벌 시장 영업 환경에서 큰 도움이 되고 있는데다, 독일의 보쉬, 콘티넨탈 등은 물론 중국 저가 업체들까지 경쟁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양 상무는 "전기차에 들어가는 EDU나 지능형 콘트롤 유닛(ICU) 등 반드시 전기차에 들어가는 부품 같은 분야에서 중국은 아주 큰 경쟁자"라며 "저희 제품의 품질과 완성도 등이 중국에 비해 더 높다. 기술력으로 봤을 때 중국 업체들에 비해 좀 더 앞서 가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