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의 구속 수사를 둘러싸고 그 정당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미네르바가 일본 만화 주인공을 모방했다”는 이색적인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14일 인터넷 매체 <폴리뉴스>에 따르면, 전직 증권맨이기도 한 조동현 21세기문화예술협회 간사는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미네르바가 일본만화작가 쿠라시나 료가 1년 반 전쯤에 출간한 의 주인공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 간사에 따르면, 만화 <돈(DAWN)>의 주인공 캐릭터는 ‘동양인으로 월스트리트의 전설이 되었다가 조국의 경제위기를 외국에서 설계하는 데 도움을 주고 방관한데 대한 죄책감으로, 짐 로저스처럼 세계를 유랑한 뒤 고국으로 돌아와 나라의 재건을 외치는 사나이’로 설정돼 있다.
또 이 만화의 줄거리에 대해 조 간사는 “주인공이 노숙자들과 청년 실업자들에게 경제 정의를 부르짖으며 용기를 주고, 미국이 지배하는 세계 경제 구도를 바꾸어 모든 사람이 부유해져야한다는 비전을 부르짖으며 썩어빠진 정경유착과 사대외교를 하는 정부를 갈아치워야 한다며 정치모임을 조직해 대항해나간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조 간사는 “일본 만화의 줄거리와 미네르바의 생활과 집필 자체가 너무도 닮아 있다”며 그 근거로 몇 가지 사례를 들었다.
조 간사는 먼저 ‘신주쿠에서 노숙자와 함께 생활하는 야하기 타츠히코(주인공)는 과거 미국 월스트리트의 엘리트 금융맨이다. 그가 미국은행의 횡포에 반성하면 일본 경제를 살리기 위해 일본으로 돌아온다’ 와 1권 중반에 ‘조국의 경제위기를 외국에서 설계하는 데 도움을 주고 방관한데 대한 죄책감으로 다시 일본으로 왔다’는 대목을 들었다.
조 간사는 “미네르바는 ‘아고라’에 올린 글에서 자신에 대해 ‘30대 중반 이후 미국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기업 인수합병과 서브프라임 자산 설계에 발을 담갔으며 IMF외환위기 당시 조국의 경제위기를 외국에서 방관했다’고 소개했다”면서 “이는 만화 주인공의 이력과 매우 흡사하며 자신을 소개한 부분은 거의 똑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 만화책의 1~2권에 걸쳐 ‘이런 젊은 애들한테조차 희망이라는 걸 빼앗아 가는 매국적인 고위층과 경제 때문에 프리터와 젊은이들의 희망이 없어져가는 일본이 된 것이다’, ‘프리터나 니트라고 불리는 일하지 않는 젊은이가 출현하고 늘어나고 있는 것은 이 경쟁 원리 사회의 일그러짐, 왜곡된 결과예요!’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미네르바는 이 대사를 ‘30대가 자살하는 나라..현재의 한국’이란 글에서 ‘이런 젊은 애들한테조차 희망이라는 걸 빼앗아 가는 고위층 경제 조폭이 더 소름끼치게 무서운 것이여. 지금?..3년은커녕 막말로 3개월도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극한까지 몰려있는 애들..길바닥에 쌔 빠지게 널려 있어..’라는 말로 바꿨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4권에서는 주인공이 ‘노숙자 주체의 벤처기업을 세우고, 헤지펀드를 설립. 주인공은 전광석화의 움직임으로 일본 경제만이 아니라, 세계 경제에 커다란 충격과 영향을 끼친다. 이렇게 경제 개혁을 위한 단초를 마련한 주인공의 다음 목표는 경제와 뗄 수 없는 정치의 개혁이고 은행가를 비롯하여, 각계에서 활약 중인 야하기의 친구들이 새로운 도전을 위해 다시 한 번 뭉친다’는 내용과 비교해 미네르바는 글에서 ‘결국 천민들을 구원해 줄 수 있는 건 정치인이 아니라 천민들 스스로의 저력이여.. 그런데 이 나라 천민들은 너무 순둥이들이라서..결국 노예로 부려먹다가 이간질 속에서 그렇게 죽어 나가는 거겠지.. 제발 정신 수습하고 정치인은 아무도 믿으면 안 된다..’고 한다”고 밝혔다.
조 간사는 “5권에서 ‘외국자본의 적대적인 주식공개 매수TOB(take over bid)를 막기 위한 주인공의 노력을 정부에서 ’신세기은행 타카시마 상무의 부하인 금융청 담당 차장이 사전 교섭하여, 금융청(금감원)과 연동을 한 주인공 때리기였다‘는 대목은 미네르바의 2008년 7월 30일 글인 ’외환예산 환전업무 8월 1일부로 전면중단‘이라는 글이나 2008년 12월 29일 ’정부가 금융기관 등에 달러 매수를 금지하라는 긴급 공문을 전송했다‘는 부분과 대비해 마치 만화속의 음모이론을 현실에 적용한 것처럼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5권 159~160p에 ‘각오했던 거야. 전에도 말했지만..., 언젠가는 이 썩은 정계를 망가트리려고 생각하니까. 이 나라의 정치를 바꾸지 않는 한 진짜 재생, 새벽은 없어’라는 부분은 2008년 10월 26일자 미네르바의 글 중 ‘한 번 쓸어버린 다음에 그 다음에 말하는 게 대안이야.. 그럼 그러지.. 왜 한번 쓸어버리자는 비관적인 소리 하냐고.. 왜냐고?... 이게 바로 양비론에 찌들대로 찌들어서 조중동에 세뇌당하기를 30년 역사의 퇴물이라는 거야’와 흡사하다”고 주장했다.
조 간사는 “편집증적인 이 책에 대한 표절은 만화책을 읽어보시면 너무나도 많아 일일이 열거할 수조차 없다”면서 “미네르바는 만화 속의 주인공처럼 영웅이 되고 싶었나보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일본을 중심으로 아시아가 뭉쳐 미국에 대항하자는 것이 이 책의 메시지인데, 마치 예전에 세계대전을 일으킨 대동아공영권 주장을 떠올리게 한다”며 “일본 극우 경제관을 반영한 만화인데 이 만화의 주인공 행적과 ‘미네르바’란 분의 행적이 너무도 공통점이 많다”고 말했다.
조 간사는 미네르바 구속 수사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미네르바가 아고라라는 공개된 장에 전문가인양 가면을 쓰시고 전문의견이라고 자신의 글을 올렸다. 즉 전문가의 의견을 대중에게 전달 한 것”이라면서 “그런데 그가 전문가인가? 학력위조 아닌가? 아니면 경력 사칭 및 사기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는 “전문가, 자칭 파생금융상품을 만들어 우리나라 경제위기를 가져온데 일조했다는 양반이 우리나라 경제를 아주 어둡고 파멸 직전의 상태라고 주장하면 그 여파는 실제로 아주 크다.”며 “그래서 그분의 죄가 크다”고 말했다.
‘미네르바의 예측이 비교적 정확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조 가나는 “주사위를 던져 1이 나올 확률은 6분의 1, 안 나올 확률은 6분의 5이지만, 가끔은 6분의 1의 확률도 실현되는 법이다. 6분의 1의 확률에 베팅해 맞히면 ‘용하다’는 소리를 듣겠지만, 그것은 과학적 태도는 아니다”며 “과학에서 중요한 것은 예측이 적중했느냐가 아니라, 그 예측의 근거가 얼마나 건전한지(sound) 따지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100% 거짓말은 거짓말이지만, 90% 진실 10%의 거짓말은 사기”라며 “진실을 포함한 거짓말이 더 나쁘다”고 미네르바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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