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프랜차이즈, 잠잠했던 오너리스크 재현에 '긴장’

호식이법 시행 이후 사실상 첫 사례...업계 주목

"배상 책임 인정돼도 손해액 산정은 별개 문제" 지적도

지난 5월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4 대구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를 찾은 예비창업자들이 창업 상담을 받고 있다.ⓒ뉴시스

외식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 동안 잠잠했던 오너 일가 리스크가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업계 전반에 걸쳐 규제가 한층 더 강화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오너리스크로 인해 해당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될 경우 당장 생업 전선에 있는 가맹점주들이 매출 감소 등 피해를 보고 이로 인한 손해배상 등으로 가맹본부까지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

19일 관련 업계와 서울 성북경찰서에 따르면 분식 프랜차이즈 김가네 김용만 회장이 술에 취한 여직원에게 성폭행을 시도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김가네는 2008년부터 가맹사업을 시작한 1세대 분식 프랜차이즈로 현재 전국에 400개가 넘는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다. 김 회장은 프랜차이즈산업협회 4대 회장도 역임하는 등 업계에서도 유명한 인물이다.

이 시간 후 지난 14일 김가네 측은 홈페이지 사과문을 통해 "우리 브랜드를 믿고 함께해 주시는 고객과 가맹점주, 임직원께 고개 숙여 사죄 말씀드린다"며 "피해 직원의 2차 피해를 방지하고 가맹점에 누를 끼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이 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맹본부에 대한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는 가운데 최악의 오너리스크까지 불거지면서 업계 전반에 대한 규제가 한층 더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앞서 지난 2017년 치킨 프랜차이즈인 호식이두마리치킨 최호식 회장이 여직원 성추행 사건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실형을 선고 받은 바 있다. 당시 이 사건으로 해당 가맹점주들은 매출 감소 등 피해를 입은 바 있다.

이 사건 이후 일명 호식이법으로 불리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마련됐다.

가맹본부 또는 가맹본부 임원의 위법행위로 가맹점에 손해가 발생할 경우 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을 가맹계약서에 필수적으로 기재하게 하는 내용이다.

2019년 일명 '버닝썬' 사태로 빅뱅 승리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아오리라멘에 대한 불매 운동이 이어지며 점주들이 피해를 본 바 있다. 하지만 당시엔 가맹사업법 개정안 시행 전에 매장을 낸 비중이 높아 제대로 보상을 받기 어려웠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호식이법이 적용되는 사실상 첫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김용만 김가네 회장이 경찰 조사에 이어 판결을 통해 최종 실형을 받을 경우 이로 인해 가맹점 매출 감소 등 손해가 이어질 경우 가맹점들이 호식이법을 근거로 손해배상 요구에 나설 수 있어서다.

해당 가맹점에 대한 배상 뿐만 아니라 업계 전반에 걸쳐 외식 가맹본부에 대한 부정 인식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간 외식 프랜차이즈업계는 '가맹본부=갑, 가맹점=을'이란 인식을 깨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왔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가맹본부와 업계에 대한 부정인식이 다시 불거질 경우 규제가 한층 강화될 수 있는 발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갈수록 가맹본부에 대해서는 규제가 강화되고, 가맹점주에 대해서는 권한이 확대되는 분위기인데 이번 사건으로 이런 움직임에 가속도가 붙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면서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배상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손해액을 제대로 배상받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는 주장도 나온다.

가맹본부 오너의 불법 행위로 인해 개별 가맹점이 얼마나 피해를 입었는지에 대한 입증 문제가 남아있다는 것이다.

프랜차이즈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커질 경우 호식이법이 적용되는 사실상 첫 사례가 되기 때문에 소송 과정에서 손해액이 얼마나 인정될 지 여부에 대해서는 예단하기 어렵다"면서도 "과거 가맹본부가 잘못을 저질렀던 사례를 보면 평균 매출의 60~70% 정도를 인정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