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조 규모 송전선로 지중화 상당부분 비용 부담
전력망 구축 2.4조…삼성전자·하이닉스 1.7조 분담
반도체 세제지원↑…4조 규모 국가컴퓨팅센터 구축
중국이 자동차나 가전제품에 사용되는 레거시(구형) 반도체 생산을 늘리는 데 대해 불확실성이 커지자 정부가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반도체 산업을 뒷받침하기로 했다.
반도체 클러스터 기반시설에 필요한 1조8000억원 상당의 송전선로 지중화 비용을 정부가 상당 부분 지원한다.
반도체 기업에 대한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율을 상향하고, 내년 14조원 이상의 반도체 관련 정책금융을 공급한다.
인공지능(AI) 컴퓨팅 인프라 지원을 위해 4조원 규모의 민관 합작 투자로 국가 AI 컴퓨팅센터를 구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정부는 27일 오전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반도체 생태계 지원 강화방안·AI 혁신 생태계 조기구축 방안’을 발표했다.
1.8조 송전선로 지중화 정부가 책임진다
먼저 정부는 국회와 협의해 반도체 클러스터 기반시설 구축에 대한 기업 부담을 완화한다고 밝혔다.
특히 국회에 발의된 ‘반도체 특별법’이 통과될 시 반도체 클릇터 송전 인프라 구축에 대한 기업 부담 경감 방안을 즉시 마련할 계획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반도체 클러스트 송전 인프라 사업비는 총 3조원 수준이다. 정부는 이중 사업비 절반 이상인 1조8000억원을 투입해 송전선로 지중화 사업비를 부담할 예정이다.
지중화 비용은 가공선로 비용의 약 10배 수준(2회선 기준)이다. 평택(신평택~고덕3), 용인(서안성~신이동 등 3개) 등 총 4개 선로 지중화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정부가 어느 정도의 규모를 부담할 것인지에 대해선 국회와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기반시설 지원 한도도 상향할 방침이다. 이는 현행법상 지원 한도가 단지별 500억원에 불과해 대규모 투자사업의 경우 지원이 미흡하다는 업계 목소리 제기됐기 때문이다.
우수 인력의 해외 유출을 방지하고자 첨단기술 분야 해외 우수인재 유입 프로그램을 활성화한다.
또 4대 과학기술원 등의 우수 교원에 대한 인센티브·특성화대학원을 확대해 첨단산업 전문인력 양성도 돕는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한전 맞손…국가산단·일반산단 전력공급 협약체결
반도체 클러스터 인프라 지원에도 나섰다. 정부는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한 전력 공급계획을 확정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한국전력공사 등 관계기관 협약도 이날 체결한다고 밝혔다.
이는 국가산단(1·2단계) 및 일반산단(2단계)에 대한 전력공급 계획에 따른 비용 분담(국가산단 2단계 제외)도 논의를 마무리한 것이다.
호남이나 동해안에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까지 전력을 수송하는 장거리 송전선로 구축은 한국전력공사가 비용을 모두 부담한다.
용인 국가산단의 경우 1단계는 동서·남부·서부발전이 각 1GW(기가와트)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구축해 3GW의 전력공급에 나선다.
2단계의 경우 북천안~용인 송전선로 1개를 더 마련하고, 기존 변전소 계통 설비를 보강하기로 했다. 3단계는 내년 상반기 이후 마련될 11차 송변전설비계획 이후 논의된다.
용인 일반산단은 지난 2021년 협약을 체결한 1단계 3GW 공급방안에 더해, 2단계 신원주~용인 장거리 송전선로가 신설될 계획이다.
관계부처는 국가산단(1단계), 일반산단(1·2단계)에 필요한 전력공급에 총 사업비 약 2조4000억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이 중 공공은 7000억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은 1조7000억원을 분담한다.
국가산단 2단계는 1조3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되며 공급방안 논의가 이루어지는 3단계 관련 비용 분담 협의는 추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R&D 장비 등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확대…반도체 세제지원
정부는 기업의 연구개발(R&D)·시설 투자에 대한 세제지원도 대폭 확대한다.
국회와 협의해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 대상에 R&D 장비 등 연구개발 시설투자를 포함할 계획이다.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기업들은 사업화를 위한 시설의 경우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다만 R&D 장비 등 연구개발 시설은 일반 투자세액공제를 적용 받기에 대기업 1%, 중견기업 5%, 중소기업 10%의 세액공제가 적용된다.
또 반도체 기업에 대한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율을 상향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현재는 현행법상 기본공제에 10%까지만 추가로 공제 받을 수 있다.
아울러 내년 반도체 제조 주요 원재료에 할당관세를 적용한다. 대상은 ▲석영유리기판(포토마스크 원재료) ▲동박적층판용 동박 및 유리섬유(인쇄회로기판(PCB) 원재료) ▲주석 잉곳(Tin Ingot·노광장비 레이저 생성용 주석괴) 등이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팹리스·제조 등 반도체 전 분야에 대해 내년 총 14조원 이상의 정책금융을 공급한다.
이 밖에도 시중 최저 수준의 금리를 제공하는 산업은행 반도체 저리대출 프로그램을 내년 4조2500억원 공급한다.
아울러 1200억원 규모의 신규 반도체 생태계 펀드를 조성해 총 4200억원 규모로 확대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지원금액이나 수준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업계에서 요청했던 세제 부분에 대해선 국가전략기술투자 세액공제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I 강국 도약 골든타임…4조 규모 국가컴퓨팅센터 구축
정부는 AI 컴퓨팅 인프라 지원을 위해 4조원 규모의 민관 합작 투자로 ‘국가 AI 컴퓨팅센터’를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물량 확보 차원에서 센터 출범 전이라도 국가 주도로 GPU를 우선 구매해 제공하고 반도체 융자 프로그램 적용 대상에 AI 컴퓨팅 인프라를 포함한 전용 대출을 신설해 투자를 촉진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재부는 이날 ‘AI 혁신 생태계 조기구축 방안’을 발표하고 최근 선진국들의 AI 대규모 투자 발표들과 정책적 환경을 고려할 때 AI 생태계에 대한 전면적인 투자확대가 필요한 골든타임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내년은 인프라 조성의 핵심연도이자 우리나라 글로벌 AI 경쟁력이 6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AI 3대 강국(G3) 도약 비전을 선포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 AI 컴퓨팅센터는 앞서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위원회가 지난 9월 밝힌 2조원 투자 규모를 확대한 것이다.
당시 위원회는 센터를 통해 GPU 규모를 현재 우리가 보유한 규모의 15배인 2엑사플롭스(EF·1초에 100경 번의 부동소수점 연산 처리 능력) 이상으로 확충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전날 국민의힘은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센터 출범 이전 우선 구매 방침을 밝혔다. 정부도 이날 방안 대책을 발표하면서 GPU 확충 타임라인이 더 빨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정부는 차세대 AI 생태계 선점을 위해 내년도 예산안 중 AI 반도체와 AI 서비스산업 연구개발(R&D)에 올해보다 2000억원 증가한 1조11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PIM(지능형반도체)·2세대 신경망 처리장치(NPU) 등 차세대 AI 반도체 초격차 투자 확대에 4000억원, 범용 인공지능(AGI) 등 차세대 AI 핵심기술 선도 투자에 7000억원을 편성한 바 있다.
특히 저전력 온디바이스 AI 반도체기술, AI 자율 제조 거점 육성, 혁신도전형 AI 기술 등 차세대 핵심기술에 대한 투자 확대할 예정이다.
국내 AI 업계의 인재 부족 심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양성·확보에도 나선다.
생성형 AI 선도인재, AI 반도체 특화 고급인재 양성 프로그램 확충 및 최고 신진연구자 육성을 위한 스타펠로우십 지원 등을 추진한다.
또 글로벌 R&D 프로그램과 연계한 해외 AI 우수인재 유치 확대, AI 특성화대학원 확충 등을 통한 핵심인재 지원을 강화한다.
이와 함께 안정적 전력공급을 유도하고 급증하는 AI 전력수요 대비 소형모듈원자로(SMR) 설계·운영기술·안전성 강화 기술개발도 확대한다.
민간 투자를 촉진하는 방안으로 반도체 산업 수준의 세액공제도 추진된다. AI 분야를 조세특례제한법상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는 것을 추진할 방침이다.
국가전략기술 공제율은 R&D의 경우 대·중견 30~40%, 중소 40~50%이며 투자는 대·중견 15~25%, 중소 25~35% 등이다.
초기 AI 스타트업 투자 촉진과 스케일업, 해외 진출 지원을 위한 모태펀드 내 AI 전용프로그램과 글로벌 AI 펀드도 신설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AI가 전 산업 분야에 퍼질 수 있도록 원천기술, 실증, 제조 AI 관련 지역 특화사업도 확충할 예정이다.
정부는 AI 관련 투자 방향에 맞춰 예산심의 단계에서 증액 등 국회와 협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