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도입 과목·시기 조정안 발표…시도교육감 협의회 의견 반영
국회 입법에 따라 '교과서'에서 '교육자료'로 격하 가능성도 있어
내년 신학기부터 본격 도입되는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DT)와 관련해 정부가 일부 과목의 도입 여부와 시기를 조정했다. 국어는 초중고 모두 도입이 전면 보류됐고, 초등학교 사회(역사)·과학, 중학교 과학은 도입 시기를 당초 예정보다 1년 늦춘 2027학년도로 미뤘다. 최근 교육계 안팎에서AI교과서 도입 교과목을 조정하고, 도입 시기를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자 이를 반영한 것이다.
다만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한 수학과 영어, 정보 과목은 예정대로 내년부터 도입한다.
교육부는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런 내용의 'AIDT 도입 로드맵 조정안'을 발표했다. 조정안에 따르면 2026학년도부터 도입하기로 했던 초등학교 국어, 실과와 중학교 국어, 기술·가정은 '적용 제외' 과목에 포함됐다. 2028학년도에 도입기로 했던 고등학교 국어, 실과도 제외하기로 했다.
도입 시기가 조정된 과목은 초등학교 사회(역사), 과학, 중학교 과학이다. 당초보다 1년 뒤인 2027학년도부터 보급해 2028학년도에 도입을 완료하기로 했다. 고등학교 사회(한국사)와 과학은 예정대로 2028학년도 도입될 예정이다.
특수학교의 경우 2027학년도에 도입기로 한 생활영어와 2028학년도 도입 예정인 정보통신이 각각 '적용 제외' 과목에 들었다.
앞서 교육부는 2026학년도 초등학교 국어, 사회(역사), 과학, 실과와 중학교 국어, 과학, 기술·가정, 2027학년도 중학교 사회(한국사), 2028학년도 고등학교 국어, 실과, 사회(한국사), 과학에 AIDT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교육계 안팎에서는AIDT로 국어, 기술·가정 등을 수업하면 부작용 등이 우려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어의 경우 문해력이 떨어질 수 있고, 기술·가정은 실기 위주라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도AI교과서 도입 시기와 적용 과목을 조정하자는 의견을 교육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교육부는 AIDT 도입 계획을 조정한 배경에 대해 교육현장, 전문가 의견과 시도교육청의 정책적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단 AIDT 생태계가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구성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교과 과정상 위계가 있고 AIDT 도입의 효과가 분명한 과목부터 먼저 안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AIDT의 연착륙을 위해 올해 상반기 1만여명의 '교실혁명 선도교원'을 양성하는 한편, 시도교육청과 협력해 하반기에는 15만명의 교원을 대상으로 연수를 진행 중이다.
아울러 학교의 디지털 기반 시설도 적극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교육부는 "2025학년도 AIDT 적용 학년은 디바이스(기기)를 완비했고, 시도교육청과 함께 내년 2월까지 전국 학교의 디바이스·네트워크를 점검·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교사의 디지털 기반 시설 관리 부담 완화를 위해 '디지털 튜터'를 학교에 총 1200명 배치하고, 교육(지원)청별 '테크센터'도 운영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AIDT도입 과목과 시기 일부를 조정했지만, 내년도부터 교육 현장에 이를 도입한다는 계획은 유지했다.
그러나 실제 학교에서 쓰일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지난 28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AIDT의 법적 지위를 격하하는 내용의 법안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이 법안이 본회의까지 통과하면 AIDT는 법적으로 학교에서 써야 하는 '정식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가 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AIDT 도입을 앞둔 지금은 디지털 기술을 지혜롭게 사용해 잠자는 교실을 깨울 때"라며 "선생님들의 여러 어려움이 있겠지만 교실과 학교를 변화시킬 수 있는 골든타임에 힘을 모아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