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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조선 '맑음', 자동차‧배터리 '흐림'…새해 산업기상도


입력 2024.12.11 12:08 수정 2024.12.11 17:52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대한상의, 주요 업종별 협회와 '새해 산업기상도' 전망

"정치혼란·미중갈등 따른 불확실성 우려"

"국회 '경제법안' 처리, 정부 '실리외교'" 당부

대한상의·업종별협회가 꼽은 2025년 주요산업의 긍·부정 요인. ⓒ대한상공회의소

새해 산업기상도는 AI산업 성장세와 트럼프 2기 정책의 유불리에 따라 희비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1개 주요 업종별 협회와 함께 실시한 ‘2025년 산업기상도 전망 조사’를 11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반도체‧디스플레이‧조선‧바이오‧기계 업종은 ‘대체로 맑음’, 자동차‧이차전지(배터리)‧섬유패션‧철강‧석유화학‧건설 분야는‘흐림’으로 예보됐다.


반도체산업은 데이터센터, 서버 등 AI산업 인프라 지속투자, AI기기(device) 시장출시로 인해 고부가가치 반도체의 견고한 상승 흐름이 예상된다. 미국의 대중수출 규제 압박 및 관세 인상 등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급격한 시황 악화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올해 수출은 당초 예상치를 상회하며 전년대비 41% 증가한 1390억 달러 내외가 될 것”이라며 “2025년에는 소폭(-2.9%) 감소한 1350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고종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략기획실장은 “내년 글로벌 반도체 설비투자는 주요국들의 반도체 지원책에 힘입어 올해대비 7.9% 증가한 1872억 달러로 전망된다”며 “한국 또한 용인반도체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설비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산업 역시 스마트폰 AI기능 적용 본격화에 따른 교체수요, 프리미엄 OLED IT·TV 출하량 증가로 인해 ‘대체로 맑음’으로 예보됐다. 특히, 내년 출시될 아이폰17 전 모델에 LTPO(저전력 디스플레이) 패널이 적용될 예정으로, 이전 모델에서 공급경험이 있는 국내 기업의 수혜가 기대된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이에 따라 2025년 수출은 올해 대비 4% 가량 증가한 194억8000만 달러로 예상된다”며 “다만 트럼프발 미·중 무역분쟁 심화에 따른 국내 패널기업 고객사(애플 등)의 중국 내 점유율 감소 우려는 큰 하방리스크”라고 지적했다.


조선업은 트럼프의 화석연료 부흥책에 따라 에너지 운반선(탱커, LNG운반선)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또한 건조·수리·선박수출 분야에서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 기대감을 호재요인으로 꼽았다. 2025년 선박류 수출액은 올해 대비 9.1% 증가한 267억60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하방요인으로 온실가스 배출 저감 대응 약화로 인한 친환경선박 교체 수요 감소 가능성과 미국 관세정책에 따른 국제교역 감소 우려 등을 꼽았다.


바이오산업은 트럼프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기조, EU·미국의 교체 처방 장려 등으로 인해 바이오시밀러 분야 국내기업의 글로벌 진출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외에도 미국·유럽·아시아 등 글로벌 소재 제약기업과의 지속적인 위탁생산(CMO) 수주 계약 체결, 남아프리카 중심으로 발발 중인 콜레라 등의 백신 수요 급증으로 수출도 증가세가 예상된다.


한국바이오협회는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은 GMP(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규제 적용을 받고 있어 GMP 생산시설 전반에 대한 세제지원 범위 확대가 필요하다”며 “현재 조세특례제한법상 직접 제조시설에 대해서만 투자세액공제 혜택을 받고 있는데, 이를 바이오의약품 제조에 필수적인 시설이면서 GMP 규제 적용대상인 보관·유틸리티 시설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계산업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무역정책에 따른 미국 내 중국산 대체효과와 글로벌 반도체 설비투자 증가 등을 통해 수출이 소폭 늘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기계산업진흥회는 다만 “국내 설비투자 부진과 해외투자 확대 등으로 2025년 국내 생산은 올해대비 1.9%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동차업종은 ‘흐림’으로 예보됐다. 트럼프 당선에 따른 통상 환경 악화, 중국 자동차 산업 팽창을 위협요인으로 꼽았고, 이에 따라 내년 수출은 올해 대비 3.1% 감소한 270만대로 예상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는 “한-필리핀 FTA 발효에 따른 5% 관세 철폐, 하이브리드카의 수출 증가세 등 호재요인에도 불구, 대미흑자 비중이 가장 높은 자동차·자동차부품의 추가관세 도입 가능성과 코로나 이후 대기수요 소진으로 인한 주요국의 재고량 증가, 보호무역 정책에 따른 현지화 비중 증가 등 불확실성 요인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철강산업 역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부과 및 수입쿼터 축소 가능성 우려와 자동차·건설 등 수요산업 부진, 중국의 공급과잉에 따른 원가 이하 수출공세 등으로 인해 ‘흐림’으로 전망됐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2018년 한국산 철강재에 대해 관세 부과 대신 수입쿼터제(물량할당제)를 도입했다. 직전 3년(2015~2017년)의 연평균 대미 철강수출량의 70%를 수출물량으로 정한 것인데, 이 비율을 축소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조규언 철강협회 계장은 “하방리스크가 큰 상황이지만, 철강기업들의 신시장 창출 등 수출확대 노력으로 내년 수출은 올해 대비 1.6%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터리는 중국에서 과잉생산된 저가 제품이 유럽 등 주요시장에 판매됨으로 인해 우리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가장 큰 하방리스크로 꼽았다.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중국 배터리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중국 제외)은 2021년 18.2%에서 2024년 상반기 38%로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다만 최근 주요국들의 ESS 수요 급증에 따른 수주확대, 대중 고율 관세부과에 따른 반사이익은 긍정적 요인으로 전망된다.


김승태 한국배터리협회 정책지원실장은 “미국 IRA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30D) 폐지 우려, 전기차 의무화 정책 후퇴 등 위기요인을 최소화하는 한편 미국의 탈중국 디커플링 기조 강화에 따른 반사이익, EU의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강화로 인한 유럽 완성차 업체의 EV용 배터리 수요 확대 등 기회요인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업계와 정부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유화학산업은 누적된 신증설 물량과 구조적 공급 과잉으로 단기간에 드라마틱한 시황 반전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19년부터 글로벌 에틸렌 생산능력 증가율은 수요 증가율을 상회하고 있다. 다만, 이스라엘-헤즈볼라 휴전협상 타결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와 트럼프 당선에 따른 미국의 석유생산 및 수출 확대로 인해 유가가 하향 안정화되면 에틸렌 생산비용이 감소해 생산원가가 줄 것으로 예상했다.


섬유패션산업은 트럼프 정부의 대중 고관세 부과가 국내와 동남아 등지에서 중국산 덤핑 물량 증가를 부추기진 않을지 우려했다. 이에 따라 아라미드 등 국내 증산 및 해외 판매 증가, 한류 확산에 따른 K-패션 수요 증가에도 불구, 2025년 수출은 올해 대비 1.9%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건설업 부진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건설협회는 “건설경기 선행지표인 건설수주액이 올해 10월까지 누계기준 전년동기대비 0.1% 감소한 약보합 수준”이라며 ‘흐림’으로 전망했다.


공공수주는 토목 공사를 중심으로 9.9% 증가했지만, 더 큰 수주시장인 민간부문에서 3.6% 감소한 영향이 컸다. 2025년 건설수주 전망은 공공수주 부문에서 SOC 예산 감소와 건전재정 기조로 올해 대비 1.7% 하락하겠으나, 민간수주는 정비사업 및 3기 신도시 추진 등으로 4.1% 증가해 전체 건설수주 실적은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전년도 기저효과가 크고, 공사비 상승과 부동산 PF부실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점은 큰 불확실성이라고 건설협회는 진단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한층 격화될 미중 무역갈등과 중국의 저가공세에 더해 국내 정치혼란에 따른 불확실성 지속이 업종 전반의 성장세 하락을 부추기지 않을까 업계의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정부의 실리적 외교 노력은 물론, 첨단산업 인프라 구축 지원 등 시급한 경제법안들의 국회 처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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