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금투세 폐지 이어 상법 개정 추진...탄핵 정국 변수
개인 “소액주주 보호”-기업 “부작용 우려”...찬반 엇갈려
정부 대안으로 ‘자본시장법’ 내세웠지만 추진 동력 상실
올해 자본시장의 뜨거운 감자였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가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이제 시선은 상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쏠리고 있다. 그동안 야당과 정부가 소액주주 보호를 명분으로 상법 개정안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각각 추진해왔지만 탄핵 정국으로 향후 입법화의 돌발 변수가 발생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상법 개정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탄핵 국면이 본격화되면서 향후 입법화 작업과 자본시장, 재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되고 있다.
일단 내년 1월 1일 시행 예정이었던 금투세 폐지 법안은 지난 10일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 민주당은 정부·여당의 금투세 폐지 요구를 수용하면서 결국 해결이 됐다.
민주당은 금투세 폐지 후속으로 상법 개정을 추진 중인데 현재 법 개정 논의는 ‘올 스톱’ 상태다. 상법 개정을 지난달 14일 당론으로 채택했는데 비상계엄 사태로 지난 4일 예정됐던 상법 개정안 토론회를 취소하면서 논의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이날 “상법 개정안을 계속 추진하고 내란 사태로 취소됐던 상법 개정 관련 정책 디베이트(토론)도 다시 일정을 잡아 추진할 것”이라고 언급하는 등 상법 개정 추진에 다시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에 탄핵정국으로의 변화에 따라 향후 야당의 상법 개정안 추진이 동력을 얻을 수 있을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은 현재 회사로 제한된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상법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로 한정하고 있다. 이에 이사회가 소액 주주에게 불리한 물적 분할·인수합병(M&A) 등을 의결해도 이사는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
민주당이 제시하는 상법 개정안은 재계의 우려가 큰 사안으로 정치권의 이견도 극명하게 엇갈려 왔다. 야당은 이전부터 꾸준히 입법화를 시도해왔지만 매번 정부여당과 재계의 반대에 부딪치면서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
재계는 정상적인 경영활동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사회의 경영적 판단에 소액주주들이 반발해 소송만 빈번해지고 경영권 공격 세력에게 악용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인협회와 국내 주요 기업 16곳의 사장단은 지난달 21일 이례적으로 긴급 성명을 발표하고 상법 개정을 멈춰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대체로 상법 개정안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올해 두산그룹의 불공정 합병 논란에 이어 고려아연(공개매수 직후 대규모 유상증자)·이수페타시스(유상증자 올빼미 공시)·현대차증권(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등 기업들의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잇따르면서 상법 개정안 요구 목소리가 더 높아졌다. 일반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다.
이렇게 엇갈리는 이견 상황에서 정부는 최근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한 소액주주 보호를 대안으로 내세웠다. 상법은 100만 개가 넘는 전체 법인에 적용되는 반면 자본시장법은 2400여개 상장법인으로 대상이 축소된다. 합병·분할 등 4가지 행위에 한정된 ‘핀셋 규제’를 통해 주주를 보호하되 소송 남용이나 경영 위축은 막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탄핵정국 돌입으로 정부의 자본시장법 개정이 추진 동력을 잃으면서 증권가에서는 상법 개정안 통과 가능성을 더욱 주목하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 맥쿼리는 지난 6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탄핵과 정권 교체 시 민주당이 내놓은 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
김윤정 LS증권 연구원도 “(조기 대선으로 인해) 향후 정권 교체 시 야당이 우선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시행될 가능성이 있다”며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소액주주 권리 향상이나 이사회의 책임 강화를 명시하는 상법 개정 등이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