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 드라마 세트장에서 스튜디오 촬영하며 주목 받은 ‘지닦남’
“프로그램 성격만 맞으면 충분히 가능한 선택”
‘비우는 것’을 목표로 여행을 떠난 MBC 예능프로그램 ‘지구를 닦는 남자들’에서는 ‘익숙한’ 그림이 포착됐다. 같은 방송사인 일일드라마 ‘용감무쌍 용수정’에서 본 방이 ‘지구를 닦는 남자들’의 스튜디오로 ‘재활용’ 된 것이다. 없으면 없는 대로, 비워내는 여행을 통해 환경을 돌아보는 ‘지구를 닦는 남자들’이 ‘세트’에서 유발되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한 선택이었다.
영화, 드라마를 넘어, ‘피지컬: 100’ 시리즈,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등 예능에서도 ‘대형 세트장’으로 보는 이들을 압도하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그러나 ‘더 크게, 화려하게’를 강조하는 사이 늘어나는 ‘쓰레기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이어진다.
‘지구를 닦는 남자들’을 연출한 김경희 PD는 직접 실천해 본 ‘재활용’을 ‘지속가능한’ 방안으로 언급했다. “‘없으면 없는 대로’의 프로그램 콘셉트처럼, 안 쓸 수 있는 건 안 쓰는 게 가장 기본”이라고 설명한 김 PD는 “프로그램에 따라 재활용하기 힘든 프로그램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시선을 조금만 돌리면, 기존의 세트장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우리는 ‘용감무쌍 용수정’이 일일드라마라 세트가 오래 남아있어 스케줄만 맞추면 사용이 가능했다. 스케줄을 고려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지만, 직접 해봤을 때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세트장 외에, 촬영장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줄이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드라마 스태프는 “커피차를 비롯해 밥차에서도 쓰레기가 많이 발생한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 현장이다 보니 그렇다”고 말했다.
김 PD는 ‘지구를 닦는 남자들’의 ‘소품’ 또한 최소화했다며 “소품의 경우 세트 자재 같은 것보다는 재활용 빈도가 높긴 하다. 최대한 대여를 하거나, 필요한 것만 두는 방식으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개별 노력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방송사 또는 제작사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물론 일부 방송사, 제작사들도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KBS는 지난해 “방송 제작 가이드라인에 친환경 및 탄소 저감 조항을 신설하고, 내년부터 KBS 전 프로그램에 적용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으며,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국내 콘텐츠산업에 특화된 ESG 실천 방안을 담은 ‘콘텐츠산업의 ESG 경영 확산을 위한 친환경 콘텐츠 제작 가이드라인 개발 연구’를 발간하는 등 이제 막 논의들이 진행되기 시작한 것.
앞서 촬영장 쓰레기에 대해 지적한 스태프는 “환경오염을 소재로 한 예능처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방송 제작 가이드라인에 아예 포함이 돼 있다면, 자연스럽게 친환경을 추구하는 흐름이 생겨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