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과 MBK 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이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취득한 자기주식 204만30주(9.85%)의 처분을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지난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고 13일 밝혔다.
영풍·MBK 파트너스 관계자는 “계속되는 소각요구에도, 고려아연은 소각할 계획이라는 말만하고 소각 실행을 미루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영풍·MBK 파트너스 측은 “임시주주총회와 정기주주총회의 기준일인 12월 20일과 12월 31일에 인접해 자기주식을 제3자에 출연, 대여, 양도하는 등의 방식으로 의결권을 살리려는 꼼수를 얼마든지 감행할 가능성이 여전하다”며 “자기주식을 제3자에 대차한 뒤 다시 다수의 제3자에게 나누어 재대차하도록 하는 등의 방식을 취할 경우에는 위 각 기준일 기준 주주명부를 새롭게 열람, 등사하고 변경된 주주를 파악해야 하는 영풍과 MBK 파트너스로서는 차입자 특정이 곤란해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 등을 제기하더라도 적시에 구제받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자기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원은 지난 10월 21일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공개매수 절차의 중지를 구하는 영풍 측 신청에 대한 가처분 결정에서 자기주식 소각을 전제로 위 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고려아연도 자기주식 ‘소각’에 대한 이사회 결의(10월 2일)와 ‘주식소각결정에 대한 공시(10월 2일, 10월 28일)’,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11월 12일)에서의 답변을 통해 소각할 것이라는 말은 꾸준히 반복해오고 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소각의 구체적 시점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밝히지 않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고려아연 측 부인에도 불구하고, 자본시장에서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활용에 대한 의심의 목소리가 커져만 가는 이유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지난 11월 11일 기준 영풍·MBK 파트너스와 최윤범 측의 지분율을 발행주식 총수 기준으로 비교하면, 39.83% 대 17.5%로 격차가 많이 난다”라며 “그럼에도 최윤범 회장이 임시주주총회에서의 승리를 자신하며 이를 위한 추가적 조치가 예정돼 있다고 강조하고 있고, 또한 자기주식 소각 시점에 대해서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자기주식을 활용해 의결권을 부활시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밝혔다.
자본시장법 제165조 및 동법 시행령 제176조에 따라, 자기주식의 취득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자기주식을 처분하는 것은 금지되며, 금지되는 처분에는 대여(대차거래)도 포함된다. 또한, 고려아연이 자기주식을 소각하지 않고 처분할 경우, 자본시장법상 공시규정 위반 및 사기적 부정거래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자본시장법 제444조, 제178조), 자기주식 제도를 잠탈하는 행위가 된다.
법령 위반 행위 뿐만 아니라, 처분이 금지되는 6개월 내에 자기주식을 처분을 한 경우, 고려아연에는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생길 가능성도 높아진다. 즉, 자기주식 처분을 강행할 경우, 금융위원회로부터 임원의 해임권고, 일정기간 증권의 발행 제한, 고발조치에 따른 벌금, 과징금 등 제재조치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만일 증권발행 제한의 제재조치를 받게 될 경우, 고려아연은 회사에 자금수요가 있더라도 이에 대응해 주식이나 채권 등 증권을 발행해 사업 등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금지될 수도 있다. 자금수요가 요청되는 적시에 자금조달이 제한될 경우, 고려아연은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게 된다.
이와 같은 각종 손해 가능성에 더해, 자기주식이 처분돼 12월 31일 기준으로 명의개서가 됐을 경우, 그 유∙무효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고려아연이 원래 자사주로 남아 있었다면 지급하지 않아도 될 배당금까지 지급하게 되므로, 이런 점에서도 또 한 번 고려아연에게 손해가 발생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