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대량 적립과 금리 인하로
4대銀 전입액 크게 감소했지만
계속되는 리스크 확산에 '촉각'
국내 4대 은행이 부실 대출에 대비해 새로 쌓은 충당금 규모가 올해 들어 40%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고금리 상황에 대비해 3조원이 넘는 돈을 미리 적립해 뒀고, 여기에 더해 기준금리가 본격적으로 인하 기조에 들어서면서 연체 위험이 축소된 영향 등을 반영한 모습이다.
그러나 이들 은행의 부실채권이 여전히 많이 쌓여있는 만큼 충당금 부담이 해소되기엔 아직 상당 시간이 소요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개 은행의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은 총 1조32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6% 감소했다.
신용손실충당금이란 은행이 돈을 빌려준 후 받을 돈의 일부가 회수되지 못할 것을 대비해 미리 수익의 일부를 충당해 두는 금액을 말한다.
은행별로 보면 하나은행이 1580억원으로 같은 기간 동안 66.4% 감소하면서 가장 많이 줄었다. 이어 신한은행이 2390억원으로 50.3% 감소했고, 국민은행이 3796억원으로 46.3% 줄었다. 우리은행은 유일하게 9.3% 증가하면서 5529억원을 신용손실충당금으로 쌓았다.
은행들이 올해 들어 비교적 적은 금액을 신용손실충당금으로 쌓은 건 이미 지난해 고금리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많은 돈을 적립해둬서다. 지난해 1년 동안 이들 은행이 3조3629억원을 쌓아둔 것과 비교하면 올해는 상대적으로 적은 수준이다.
또 한국은행이 올해 하반기들어 기준금리를 본격적으로 인하하기 시작한 영향도 있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서 시장금리가 하락하면 대출에 대한 차주들의 부담도 적어져 부실채권 리스크가 줄어든다. 한은은 지난 10월과 11월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씩 내린 바 있다.
문제는 차주들이 갚지 못한 은행들의 부실채권 규모가 여전히 크다는 점이다. 4대 은행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은 3조8934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24.7%나 늘었다. 경기 침체와 고금리 여파로 가계와 기업 대출에서 돈을 제때 갚지 못한 사람들이 급증해서다.
업계에서는 당장의 리스크가 크지 않다고 보는 분위기지만, 일각에선 이런 낙관적인 전망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가 차주들의 부담을 실질적으로 완화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장기간 이어졌던 고금리 상황 탓에 부실이 더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는 경기에 후행하는 특성이 있다"며 "금리 하락이 본격화돼도 부실채권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