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반발에…분당 이주대책용 부지 원점 재검토
통합재건축 ‘명과 암’…단지별 이해충돌 가능성↑
“불안요인 곳곳…2027년 착공, 2030년 첫 입주 ‘글쎄’”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지정이 한 달가량 지난 가운데 사업지 곳곳에서 불안요인들이 포착되고 있다.
여러 단지를 묶어 통합재건축으로 추진되다 보니 단지 단지마다 이해관계가 달라 갈등이 불거질 여지가 남아서다.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의 경우 정부가 지정한 이주주택 부지를 놓고 주민 반발이 거세 결국 대체부지 발굴에 나섰다.
9일 국토교통부와 성남시 등에 따르면 성남시는 지난 3일 관내에 이주지원용 아파트를 지을 만한 복수의 유휴부지를 국토부에 제안했다.
앞서 국토부는 분당신도시 재건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주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야탑동 중앙도서관 인근 보건소 예정부지를 개발해 2029년까지 공공분양주택 15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교통 혼잡 등의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세졌다. 이에 성남시는 국토부에 “사전에 협의 없는 일방적 발표였다”며 부지 취소를 요청했고, 국토부는 “대체 부지를 제시하지 않으면 재건축 물량을 축소하겠다”고 강수를 뒀다.
주민 의견 수렴 없이 갈등만 키운 야탑동 이주주택 부지
성남시, 대체부지 국토부에 제안…국토부, 적합성 검토
주민 반발이 사그라지지 않자 성남시는 관내 그린벨트를 포함한 5곳 정도의 유휴부지를 제안한 상태다. 국토부는 성남시가 제안한 대체부지를 놓고 적합도를 따져본단 입장이다.
오는 2028~2029년 이주수요를 흡수하기 위한 주택을 제때 공급하기 위해선 빠르게 주택 공사가 진행돼야 하지만, 부지 선정부터 삐걱거리는 모습이다.
시장에선 사전에 주민 의견 수렴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으면서 갈등을 키웠다고 지적한다.
분당의 한 재건축 단지에 거주 중인 주민은 “주민 공청회 한 번 진행하지 않고 부지를 덜컥 발표하는 게 어디 있냐”며 “사전에 제대로 검토하고 주민들 목소리를 들었으면 부지를 이렇게 선정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새해 들어 바로 착공에 들어갈 것처럼 발표했지만, 또 지지부진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며 “시장 상황도 좋지 않은데 대통령 탄핵까지 겹쳐서 재건축이 제대로 추진될지 걱정이 앞선다”고 토로했다.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에 따라 통합재건축으로 추진되는 탓에 향후 사업 추진 과정에서 각 단지 주민들의 이해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선도지구 공모 당시부터 통합재건축으로 단지별 갈등이 불거진 바 있다. 선도지구 접수를 앞두고 여러 아파트 단지들이 통합재건축을 시도했으나, 단지마다 희망하는 조건이 달라 협상이 결렬된 사례가 잇따랐다.
통합재건축 추진 단지별 이해관계 복잡
일부 단지 조합원 '재자리 재건축·독립정산' 등 요구
사업 지연 최소화하려면…관련 논의 충분히 해야
이 때문에 특별법을 따르지 않고 일반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들도 남아있다.
문제는 선도지구 지정을 위해 주민 동의율을 채우는 데 집중한 나머지 통합재건축의 핵심인 조합원 분양 아파트 위치 선정이나 단지별 수익 및 비용 정산 등을 해결하지 못한 것이다.
일부 단지에선 조합원들이 기존 인프라와 입지 등을 유지하며 새 아파트를 받는 ‘제자리 재건축’을 원하고 있다. 각 단지의 대지지분과 허용 용적률에 따른 분양수익을 반영해 분담금을 산출하는 ‘독립정산제’를 적용하자는 의견도 적지 않다.
가령 분당신도시 금호1단지는 양지마을 중에서도 지하철 수인분당선 수내역과 인접해 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역세권 입지 그대로 새 아파트를 받길 바란다. 문제는 양지마을 내 타 단지 주민들도 이를 원하고 있어 향후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사업이 속도를 내더라도 정부가 목표한 2027년 착공, 2030년 첫 입주는 불가능하단 의견이 나온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국토부도 지자체도 사업 속도를 앞당기는 데만 매몰돼 졸속으로 이주주택 부지를 마련한 게 오히려 사업을 지연시키는 원인이 됐다”며 “대체부지 선정 과정에서 잡음이 생기지 않으려면 충분히 주민들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단지를 재건축하는 데도 주민들 간의 의견이 다 다른데 여러 단지를 통합재건축하는 건 이해관계가 더 복잡하다”며 “재건축 이후 조합원 물량을 배정하는 방식이나 분담금 산출 방식 등 단지별 논의가 충분히 이뤄져야 추후에 시장 불확실성이 해소됐을 때 사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