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역 ‘K-방공 벨트’ 구축...천궁·수리온 수출 성과
빠른 납기·맞춤형 설계...기존 미국·유럽 무기 대안 부상
기대 속 일정 차질 우려도...현대로템·HD현대 정세 주시
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격화되면서 중동 안보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다. 국내 방산업계는 수출 확대 기회를 맞았지만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일정 지연과 조달 차질 등 복합 변수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18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등 중동 주요국들이 한국산 무기체계 도입을 추진하면서 국내 기업들은 수출 기회를 확대하는 국면에 있다.
LIG넥스원은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II를 2022년 UAE에 이어 2023년 사우디, 2024년 이라크에 수출했고 지난해에는 이라크와 수리온 헬기 수출 계약도 체결했다. 회사는 중동 3개국을 ‘K-방공 벨트’로 삼고 추가 수출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KAI 역시 이라크에 FA-50(수출명 T-50IQ) 24대를 납품한 데 이어 현재는 해당 기종의 성능 개량과 고정익·회전익 추가 도입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작년에는 수리온 기동헬기 2대를 이라크에 수출하며 국산 헬기 첫 수출 성과도 기록했다.
K-방산의 경쟁력은 빠른 납기와 우수한 후속 지원, 맞춤형 개량 역량에 있다. 미국·유럽산 무기 대비 가격이 저렴하고 중동 각국의 지형·운용 환경에 맞춘 최적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업계는 이번 이스라엘-이란 충돌을 계기로 방공망과 중·장거리 유도무기, 해군 플랫폼에 대한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장기 성장 가능성도 긍정적이다. 시장조사업체 모르도르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중동·아프리카 지역 방산 시장은 2023년 1384억 달러(약 197조원)에서 2029년 1774억 달러(약 252조원)까지 연평균 5% 넘는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 가운데 국내 방산업계는 대규모 전력 현대화를 추진 중인 사우디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수출 잠재 규모만 50억 달러(약 7조2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현재 HD현대중공업은 사우디 호위함 수출 사업 입찰을 준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사우디 동부에 건설 중인 ‘킹살만 조선산업단지(IMI)’ 내 합작 조선소를 통해 현지 대응 기반을 구축 중이다. 해당 조선소는 올해 하반기 준공 예정이다. 회사 측은 현재까지 일정 차질은 없으나 정세 변화를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지정학적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업계의 수출 확대 기대가 단기적 기대에 그칠 수 있다는 경계감도있다. 부품 조달과 해상 운송 차질, 재정 부담 등은 공급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흔들 수 있는 요인이다.
이스라엘과 기술 협력을 병행 중인 일부 무기체계는 양국 관계 변화에 따라 수출 조정이나 일정 지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스라엘은 주요 무기 수출국 중 하나로 한국과는 협력과 경쟁 관계가 공존한다. 한화의 레드백 장갑차는 이스라엘 포탑과 능동방어체계를 적용하고 있고 이스라엘산 장거리 레이더나 무인기도 국내에 다수 도입돼 운용 중이다.
현대로템은 이스라엘 예루살렘 트램 사업 입찰 참여를 검토해 왔지만 최근 교전 격화로 발주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현대로템 측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으며,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가 과거 2017년 이란 철도청과 체결한 디젤동차 공급 계약 역시 미국의 제재 재개로 지금까지 실질적 진척이 없는 상태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전면전이나 장기전으로 번질 경우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물류비 부담이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며 “또 당장의 위협에 직접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소모성 지출이 증가하면서 신규 무기체계의 도입 등 중장기 전력 개선 사업들이 후 순위로 밀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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