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장애인·미혼의 삶…베스트셀러로, 해외로 뻗어가 ‘내 이야기’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5.07.18 11:32  수정 2025.07.18 11:32

‘혼자서도 잘 사는’ 한 유튜버의 일상이 해외 출판사의 러브콜을 받는가 하면, 시각장애인 작가가 풀어낸 경험이 울림을 선사하기도 한다. 솔직하게 풀어낸 ‘내 이야기’가 국내 독자들을 매료시키고, 해외 시장에서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대표적인 예는 유튜버 신아로미의 에세이 ‘혼자서도 잘 사는 걸 어떡합니까’다. 한국의 시골 또는 해외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여행 유튜버이자 명상 지도자, 강연자인 신아로미가 쓴 에세이로, ‘혼자’이지만, 자유롭고 행복한 일상을 담았다.


‘혼자 살고 싶다’고 말하면, ‘혼자는 위험하다’ 혹은 ‘외롭다’는 주변 사람들의 잔소리가 쏟아지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인 신아로미는 ‘누군가와 함께하는 일은 개인의 선택’이라고 말한다. ‘혼삶’(혼자 사는 삶)의 즐거움을 느끼고 싶지만, 조금은 두려운 이들을 위해 구체적인 방법과 준비해야 하는 것들도 친절하게 알려준다.


‘혼자여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이 책에 위로받은 독자들의 호응을 바탕으로 해외 독자들도 만난다. 영국 펭귄 퍼블리싱 그룹 산하 트랜스월드와 약 1억 원 규모의 선인세 판권 계약을 체결, 브라질, 스페인, 태국 출판사들과도 판권 계약이 성사됐으며, 오는 8월 완역본이 나올 예정이다.


그의 솔직한 경험이 녹아있는 이 에세이는 할리우드 제작사로부터 영상화 제안도 받고 있다고 알려졌다. 현재 뉴욕에 본사를 둔 바바라 J. 지트워 에이전시의 영국 파트너사인 에밀리 헤이워드 휘트락 소속 에이전트를 통해 영화 및 시리즈 판권 계약 논의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 수필집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시각장애인 작가 조승리는 최근 연작소설 ‘나의 어린 어둠’으로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는 때로는 고되고, 아픈 삶이지만 언젠가는 ‘축제’가 될 작가의 삶을 풀어낸 도서였다. 열다섯 시력을 잃기 시작한 조 작가의 어린 시절 일상부터 마사지사로 활동하며 겪은 일 등을 솔직하면서, 동시에 유쾌하게 풀어내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나의 어린 어둠’은 연작 소설이지만, 실명을 앞둔 중학생이 겪는 첫사랑, 특수학교에서의 기숙사 생활, 냉혹한 사회에서 겪은 좌절 등 조 작가의 경험이 담긴 동시에, 독자들도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남다른 여운을 남긴다.


이 외에도 올해 초 김하나·황선우 작가, 두 여성의 동거 일상을 담은 에세이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가 영국 펭귄랜덤하우스의 임프린트 더블데이 및 미국 하퍼콜린스의 임프린트 에코 각각 ‘프리엠트 계약’(타 출판사와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 압도적으로 높은 선인세를 제시해 계약을 성사시키는 방식)을 맺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으며, 윤이나 작가의 에세이 ‘라면: 지금 물 올리러 갑니다’가 억대 선인세를 받는 조건으로 세계 5대 영어권 출판사 중 하나인 펭귄랜덤하우스 트랜스월드에 판권을 수출하기도 했다. ‘라면’을 소재로 1인 가구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로, 언급한 두 에세이 또한 작가들의 특별하면서도 사적인 경험이 중심인 책이다.


일각에서는 ‘일상’을 통해 ‘힐링’에 방점을 찍는 ‘요즘’의 에세이에 대해 ‘깊이가 얕아졌다’고 말하는가 하면, 1인 출판이 활발해지면서 ‘가벼운’ 책이 대폭 늘어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기도 한다.


그러나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로, 진입장벽을 낮출 수는 있지만, 언급된 도서들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결코 깊이가 없지는 않다. 첫 예시로 언급한 신 작가 또한 이미 20만 구독자의 선택을 받은 유튜버로, 조지아 등 낯선 곳에서 정착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의 일상을 향해 응원하는 시청자부터 그의 용기에 힘을 얻는 구독자들까지. 다양한 반응들이 이어진다.


나아가 ‘모두’를 만족시키는 ‘대중적인 콘텐츠’보다, ‘나의 취향’을 저격하는 콘텐츠가 더 중요해진 요즘, ‘다양한’ 경험들이 독자들에게 남기는 의미가 국내를 넘어, 해외 독자들에겐 어떤 반향을 불러일으킬지 기대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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