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지난 30년간 우리나라의 혼인·출생 변화’
평균 초혼연령 남자 33.9, 여자 31.6
출생아 수, 1995년 71.5만명→2024년 23.8만명
초저출산 가속화...둘째아 11.2%p·셋째아 1.8%p ↓
지난 30년 사이 출산과 혼인 풍경이 달라졌다. 남녀 초혼 연령은 평균 5~6세 증가하며 혼인 시기가 갈수록 늦어지고 있다. 2000년대 초부터 빚어진 초저출산 현상은 20년 넘게 지속되며 둘째아, 셋째아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이런 가운데 혼인 외 출산으로 태어난 신생아 수가 지난해 1만3800명으로 집계됐다. 혼인 후 아이를 갖는 공식도 깨지고 있다. 출산과 혼인의 변화 추세에 따라 정부의 대응도 달라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코로나19 이후 혼인 급증…지난해 국제결혼 ‘2만800건’
3일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30년간 우리나라의 혼인·출생 변화’에 따르면 혼인건수는 1996년 43만5000건을 정점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다 2022년에는 역대 최저인 19만2000건을 기록했다.
혼인의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를 기점으로 급격한 변화를 맞았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고조된 2020년 21만3500건, 2021년 19만2500건, 2022년 19만1700건으로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였다. 코로나19가 종식되기 시작한 2023년 19만3700건으로 다시 증가 전환했다. 그러나 여전히 20만건은 넘기지 못하고 있다.
인구 1000명당 혼인건수를 의미하는 조혼인율은 지난해 4.4건으로 1995년(8.7건) 대비 4.3건 줄었다. 조혼인율은 2020년(4.2건)부터 5건 아래로 떨어져 2021년 3.8건, 2022년 3.7건, 2023년 3.8건을 기록했다.
남녀 혼인건수는 2000년대 초반에는 20대 후반이 주를 이뤘다. 2022~2023년 들어 30대 초반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자의 연령별 혼인건수는 2006년까지는 20대 후반, 30대 초반 순으로 많았다. 2023년부터는 30대 초반, 30대 후반 순이었다.
여자의 연령별 혼인건수는 2004년까지는 20대 후반, 20대 초반이 가장 많았다. 그러나 2022년부터는 30대 초반, 20대 후반 순으로 집계됐다.
15세 이상 인구 1000명당 혼인건수는 남녀 모두 20건대에서 9건대로 크게 감소했다. 남자 일반혼인율은 1995년 22.9건이었다. 2024년에는 9.9건을 기록했다. 여자도 1995년 22.5건에서 2024년 9.7건으로 줄었다.
해당 연령 인구 1000명당 혼인건수를 의미하는 연령별 혼인율을 살펴보면 남자는 30대~50대에서, 여자는 20대 이하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늘었다.
평균 초혼연령은 남자는 5.5세, 여자는 6.2세 늘었다. 평균 초혼연령은 1995년 남자 28.4세, 여자 25.3세였으나 2024년 남자 33.9세, 여자 31.6세로 집계됐다. 특히 여자의 경우 평균 초혼연령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외국인과의 혼인은 2005년(4만2000건) 정점을 보였다. 2005년의 경우 2003년 7월부터 이뤄진 국제결혼 간소화 조치의 영향이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국제결혼 간소화 조치로 공증서 등 서류가 없이도 혼인이 가능했다.
이후 2010년 국제결혼 건전화 정책으로 2015년(2만1300건)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19로 국제이동에 제약이 걸리면서 2020년(1만5300건)과 2021년(1만3100건)에도 감소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국제결혼 간소화 조치 이후 증가했다. 국제혼인은 활발하고, 국내혼인은 감소했다”며 “2010년대 국제혼인이 감소한 후 코로나19로 또다시 감소했다가 국제이동에 대한 부분이 완화된 2022년부터 다시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초저출산 가속화…지난해 출생아 수 1995년의 33% 수준
초저출산 현상을 2000년대로 진입하면서 가속화하고 있다. 출생아 수는 1995년 71만5000명에서 감소 추세를 보이다가 2000년 64만명에서 2005년 43만8700명으로 크게 줄었다. 2023년(23만명) 최저를 기록한 후 2024년 23만8000명으로 소폭 늘었으나 1995년 출생아 수의 33% 수준으로 줄었다.
통계청은 ‘광복 80년, 통계로 본 한국 사회의 변화상’을 통해 “출산율 감소가 인구의 규모와 구조 변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1980년대 초반 이후 출산율이 대체출산율 아래로 떨어진 이후 2000년 초반부터 초저출산 현상이 20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를 의미하는 조출생률은 1995년 15.7명에서 2024년 4.7명으로 11.0명 감소했다.
합계출산율은 1995년 1.63명에서 2024년 0.75명으로 0.89명(54.2%) 줄었다.
둘째아와 셋째아의 감소는 저출산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둘째아와 셋째아는 1995년과 비교해 23만1900명(75.4%), 4만5100명(73.5%) 감소했다. 지난해 둘째아 비중은 1995년 대비 11.2%포인트(p), 셋째아 이상의 비중은 1.8%p 줄었다.
모(母)의 연령별 출산율은 1995년부터 2005년까지 20대 후반, 30대 초반, 20대 초반 순이었으나 2018년부터는 30대 초반, 30대 후반, 20대 후반 순으로 높았다.
통계청의 ‘2024년 출생통계’를 살펴보면 지난해 모의 연령별 출산율은 30대 초반이 70.4명으로 가장 많았고 30대 후반이 46.0명, 20대 후반이 20.7명 순이었다. 이 같은 변화는 30대 여성 인구 증가와 맞물려 출산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모의 평균 출산연령과 부의 평균연령 역시 늘고 있는 추세다. 모의 평균 출산연령은 1995년 27.9세에서 2024년 33.7세로 5.8세 상승했으며 출생아 부의 평균연령은 1995년 31.1세, 2024년 36.1세로 5.0세 늘었다.
35세 이상 고령산모의 출생아 수 비중은 1995년 4.8%에서 2024년 35.9%로 31.2%p 증가했다.
혼인한 후 출산하는 기존의 틀도 변화하고 있다. 혼인 외 출생아 비중은 1995년 1.2%에서 2024년 5.8%로 급증했다. 혼인 외 출생아는 1995년 8800명에서 2024년 1만3800명으로 5000명 늘었다.
혼인과 출산이 늦어지고, 출산의 형태가 다양해지는 만큼 정부 역시 정책 사각지대를 없애는 등 대책을 마련해 출산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이어가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인구·고용동향과 이슈’를 통해 “일·가정 양립을 위한 재정지원과 제도가 확충되고 있으나, 정책의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노력도 필요한 상황”이라며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정책과 예산은 증가하고 있지만, 해당 사업들의 혜택을 받는 것은 직장여성들 중심인 경우가 대다수다. 고용보험 미적용자의 경우, 고용보험 기금의 일·가정 양립 재정사업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재정사업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 해당 집단을 위한 정부의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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