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찬 감독 연출
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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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잃고 사진관을 정리하려는 영미(김연교 분)는, 신혼부부가 찾아와 이 공간을 카페로 쓰고 싶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리에 마음이 기운다. 그 무렵 말을 하지 못하는 할머니 행자(변중희 분)가 찾아와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지만, 영미는 더 이상 사진관을 운영하지 않는다며 거절한다.
행자는 다시 나타나 수첩에 “영정사진이 필요하다”는 글귀를 적어 보여주고, 결국 영미는 카메라를 든다. 행자는 해녀복을 입고 사진을 찍은 뒤 인화를 기다리는 동안 바다로 향한다.
중개사를 통해 행자가 곧 요양원에 들어갈 예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영미는 돌아가던 길, 바다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행자의 뒷모습을 발견한다. 바다는 평생 해녀로 살아온 행자의 삶 그 자체였을 것이다. 영미는 그런 행자에게 다가가 바다를 배경으로 환하게 웃는 얼굴을 정성껏 담아준다.
며칠 뒤 영미가 직접 찍은 사진을 건네자, 행자는 쓸쓸하면서도 따뜻한 미소로 화답한다. 사진관을 정리하려던 영미는 사진관에 행자의 사진을 남기며 공간을 이어가기로 결심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영미는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카메라에 담으며, 이제는 피하지 않고 아픔을 정면으로 마주하겠다는 용기를 낸다.
'영미 사진관'은 사진이라는 기록 행위를 통해 삶과 죽음, 상실과 치유를 교차시킨다. 행자에게 영정사진은 해녀로 살아온 자신을 드러내는 마지막 기록이며, 영미에게 사진은 남편의 죽음 이후 피하고 싶었던 상처이자 다시 마주해야 할 현실이다. 두 인물의 시선이 교차하는 순간, 감독은 타인을 담는 일이 곧 자기 자신을 직면하는 일임을 보여준다.
영화는 설명을 절제하고, 말을 하지 못하는 행자의 침묵과 영미의 시선을 따라가며 잔잔한 울림을 남긴다. 특히 바다를 배경으로 행자가 웃는 장면은, 삶의 무게와 죽음을 준비하는 의연함이 동시에 담겨 인상 싶다. 마지막에 영미가 스스로의 얼굴을 촬영하는 순간, 사진관은 과거의 상실을 붙잡는 장소에서 미래를 향해 나아갈 힘을 되찾는 공간이 된다. 러닝타임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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