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전기차 수요 둔화 속 B2B 포트폴리오 효과
여의도 LG트윈타워 전경.ⓒ데일리안DB
LG전자가 미국 관세 부과와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수요 둔화 등 대외 변수 속에서도 전장(VS)과 냉난방공조(ES) 사업을 앞세워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3분기 실적을 냈다. TV·가전 사업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B2B 기반 포트폴리오 전환이 점차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LG전자는 31일 2025년 3분기 매출액 21조8737억 원, 영업이익 6889억 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각각 전년 대비 1.4%, 8.4%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를 14% 이상 상회했다. 순이익도 4610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배 이상 늘었다.
회사 측은 "미국 관세와 전기차 캐즘(Casm, 전기차 수요 정체) 영향이 있었음에도 전장과 공조 사업이 실적을 견인했다"며 "B2B 및 구독·온라인 기반의 질적 성장 전략이 안정적인 수익 구조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장 사업을 맡는 VS사업본부의 3분기 매출액은 2조6467억 원, 영업이익은 1496억 원으로 집계되며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특히 영업이익률은 처음으로 5%를 돌파했다. 유럽 완성차 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확보된 수주 잔고와 제품 믹스 개선, 원가 구조 효율화가 효과를 냈다는 평가다.
냉난방공조 사업을 담당하는 ES사업본부 역시 3분기 매출 2조1672억 원, 영업이익 1329억 원을 올렸다. 국내 시장에서 상업용 공조와 구독형·온라인 판매 중심의 구조 개선이 매출 증가로 이어졌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와 투자 확대 영향으로 수익성은 전년 대비 15% 감소했다. 회사는 상업용 및 산업·발전용 대형 칠러 수요 확대와 함께, 데이터센터용 액체냉각(AI DC 쿨링) 솔루션 상용화·액침냉각 기술 파트너십을 성장축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HS사업본부는 6조5804억 원의 매출과 3659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프리미엄과 볼륨존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과 온라인·구독 매출 확대로 매출과 이익이 각각 4.7%, 3.2% 늘었다. 가전 구독 매출은 전년 대비 31% 증가한 7000억 원을 기록했다. 다만 3분기부터 본격 반영된 미국 관세 영향은 생산지 다변화·판가 조정·원가 최적화 등을 통해 상당 부분 상쇄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LG전자 측은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3분기부터 미국 관세 부과 영향이 본격화됐고, 전사적으로 약 6000억원 상당의 타격을 예상하고 있다. 미국과 멕시코 내 생산을 늘리고 10월부터는 멕시코 공장에서 세탁기를 추가 생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세 충격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TV 사업을 맡는 MS사업본부는 매출 4조6525억 원, 영업손실 3026억 원으로 부진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중국 등 경쟁 심화에 따른 마케팅비 증가와 인력 선순환 차원의 희망퇴직 비용 약 1000억 원이 반영된 영향이다. LG전자는 "운영 효율화와 수익성 개선에 역량을 집중하고 웹OS 플랫폼 사업의 콘텐츠·광고 기반 매출 비중을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TV 외 스마트 모니터·사이니지 등으로 웹OS 생태계를 확장하고 글로벌 사우스 시장 공략을 강화할 방침이다.
재무 측면에서는 3분기 영업활동현금흐름 1조6365억 원, 순현금흐름 6940억 원을 기록했으며, 현금성 자산은 분기 말 기준 7조9581억 원으로 늘었다. LG전자 인도 법인 IPO로 확보한 자금은 미래 성장 분야 투자 및 인오가닉(외부 인수) 기회 확대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4분기 전망과 관련해 LG전자는 가전·TV 수요 회복 속도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면서도, 전장·공조 중심의 질적 성장 전략을 유지하고 데이터센터 냉각 등 신규 수요를 기반으로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LG전자 관계자는 “차세대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 사업은 2년 내 1조 원 단위 규모의 유니콘급 신규 성장축으로 육성할 계획”이라며 “제품 공급에서 유지·서비스까지 아우르는 토털 쿨링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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