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토피아2'·위키드2'·'나우 유 씨미3'…11월 극장가 속편들의 전쟁 [D:영화 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5.11.02 12:53  수정 2025.11.02 12:53

팬데믹 이후 영화 산업은 ‘안정된 선택지’를 찾기 시작했다. 제작비는 커지고, 관객의 취향은 예측하기 어려워진 상황 속에서 가장 확실한 해답은 이미 검증된 이야기였다. 그렇게 다시 불붙은 것이 속편 전쟁이다. 2025년에도 이 흐름은 계속되고 있다.


올해 글로벌 박스오피스 10위권 내에는 ‘쥬라기 월드: 리버스’, ‘미션 임파서블: 더 파이널 레코닝’,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드래곤 길들이기’, ‘더 판타스틱 포: 퍼스트 스텝스’, ‘릴로 & 스티치’, ‘슈퍼맨’, ‘썬더볼츠’ 등 최소 7편이 기존 시리즈의 연장선상에 있는 속편 혹은 리부트 작품이다.


속편이 흥행에 강한 이유는 분명하다. 이미 구축된 세계관과 팬층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적고, 관객 입장에서는 익숙함이 주는 안정감이 있다. 팬데믹 이후 불확실성이 커진 극장 시장에서 검증된 IP는 가장 안전한 투자처가 됐다.


이 흐름은 11월 한국 극장가에서도 이어진다. 마술 블록버스터 ‘나우 유 씨 미3’, 뮤지컬 판타지 ‘위키드: 포 굿’, 애니메이션 ‘주토피아2’까지 모두 흥행이 검증된 작품들이 관객을 찾는다.


9년 만에 돌아온 ‘나우 유 씨 미3’는 전 세계 9600억 원 이상의 흥행을 거둔 전작의 성공과 원년 멤버 재결합, 그리고 ‘베놈’의 루벤 플레셔 감독 합류로 관심을 모은다. 이번 작품의 또 다른 기대 포인트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마술 트릭이다.


하지만 화려한 볼거리만큼 주목해야 할 지점은 그 속에서 드러나는 인물 간의 관계 변화다. 신예 마술사의 등장과 세대 교체 구도 속에서, ‘정의로운 팀플레이’라는 시리즈의 본질을 얼마나 현대적으로 확장해낼지가 관건이다.


‘위키드: 포 굿’은 지난해 북미 개봉 후 오스카 음악상과 미술상 부문에 이름을 올리며 흥행과 완성도를 모두 인정받은 속편이다. 엘파바와 글린다의 대비를 중심으로 한 관계 서사가 여전히 중심에 있고, 무대 위에 머물렀던 뮤지컬의 상상력을 시각적으로 확장해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화려한 음악과 연출에 감정선의 진정성까지 더해지며, 뮤지컬의 감동을 영화적 스펙터클로 재현했다는 평가다.


‘주토피아2’에 대한 기대감은 상당하다. 해외 박스오피스 분석 매체 박스오피스 시어리(Box Office Theory)는 “‘주토피아2’가 개봉 첫 주말 최대 1억 3000만 달러의 수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올해 개봉작 중 최고 성적을 기록한 ‘마인크래프트’(1억 6200만 달러)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치로, 업계는 ‘주토피아2’가 그 흥행세를 위협할 잠재력을 지닌 작품으로 보고 있다. 전작이 2016년 전 세계에서 10억 달러를 넘는 흥행 수익을 거두며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대표 IP로 자리매김한 만큼, 속편 역시 글로벌 흥행 10억 달러 달성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속편의 각본과 연출은 전작의 공동 각본가이자 ‘엔칸토’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제러드 부시가 맡았다. ‘엔칸토’의 프로듀서 이베트 메리노가 제작을 맡아 디즈니 특유의 음악적 완성도와 감정선을 이어가며, 새로운 캐릭터 ‘게리’ 역에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키 호이 콴이 목소리를 더했다. 여기에 세계적인 팝스타 에드 시런이 음악 작업에 참여하며 작품의 스케일을 한층 확장시켰다.


속편 3편이 각자의 방식으로 관객 앞에 설 준비를 마쳤다. 그러나 흥행의 공식이 언제나 유효한 것은 아니다. 속편이 새로움을 보장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속편의 강세가 이어지더라도, 관객이 다시 극장을 찾는 이유는 이미 아는 세계에서 새롭게 발견되는 변주다. 11월 극장가가 이 흥행 공식을 증명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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