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명오 꼬리표?”…‘아몬드’ 김건우가 ‘곤이’를 그리는 법 [D:인터뷰]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5.11.11 12:06  수정 2025.11.11 13:31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의 악역 손명오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 김건우, 그리고 어렵게 ‘은중과 상연’의 다정한 상학선배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김건우가 다시 어린 시절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는 17세 고등학생 소년 곤이(윤이수)로 무대에 섰다.


어린 시절 납치와 소년원 생활을 거치며 세상에 대한 분노와 결핍을 분출하는 곤이는 언뜻 손명오와 비슷한 폭력적인 캐릭터로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칫 다시 ‘악역’ 이미지에 갇힐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김건우는 ‘손명오와 결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좋은 작품을 피하는 것’을 “미련한 짓”이라고 말했다.


ⓒ자이언엔터테인먼트

지난달 19일 서울 대학로 NOL 유니플렉스에서 개막한 ‘아몬드’는 타인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윤재와 분노로 가득 찬 곤이, 극단적으로 다른 두 소년의 성장을 담은 작품이다. 2017년 출간된 손평원 작가의 베스트셀러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지난 2022년 초연하고 3년만인 올해 다시 재연되고 있다.


그는 거친 곤이 캐릭터를 ‘더글로리’의 손명오와는 전혀 다른 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손명오가 처음부터 끝까지 비열하고 나쁜 인물이라면, 곤이는 사랑을 갈구하는 결핍에서 비롯된 정제되지 않은 화를 가진, 개선의 여지가 있는 소년이라는 것이다. 이 변화의 폭을 극대화하기 위해 그는 곤이의 첫 등장을 ‘상종하고 싶지 않은 아이’로 거칠게 시작하는 데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변화되는 과정이라든지. 폭발하는 씬 구분을 명확히 해서 채워보려고 한 것 같아요. 장면으로 예를 든다면 등장씬에 공을 들였습니다. 카리스마 그 이상으로 상종하고 싶지 않은 아이로 거칠게 시작하고 싶었어요. 그래야 변화되는 과정이 잘 보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병은 아니지만, 사랑이 부족해서 생기 결핍 같은 거잖아요. 아빠한테 대하는 것, 윤재를 대하는 것, 모두 사랑을 갈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윤재를 만나면서 바뀌어가는 부분들을 표현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는 ‘손명오’라는 꼬리표가 주는 부담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극복해야 하는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저를 손명오로만 본다고 푸념을 하기엔 그 캐릭터로 얻은 게 너무 많으니까요. 손명오라는 이름표를 오래 달고 살아가야 할 걸 알고 있었고요. 실제로 본명을 잃어버린 지 꽤나 오래 됐습니다. 하하. 동시에 좋은 기회, 타이밍에 다른 역할로 지워낼 준비도 하고 있었어요. 다행히 ‘은중과 상연’이라는 작품을 만나서 생각보다는 빨리 지워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감사할 따름이죠(웃음)”


김건우는 처음 뮤지컬 대본을 봤을 때 많은 욕설 때문에 출연을 망설이기도 했다고 고백한다. 초등학생 이상 관람가인 작품에 너무 폭력적인 캐릭터로 다가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하지만 원작 소설을 읽고 작품의 따뜻한 본질을 이해하게 되면서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


“‘아몬드’라는 작품은 뮤지컬 대본으로 먼저 접했는데 걱정이 먼저 되더라고요. 욕이 너무 많고, 이걸 무대에서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어요. 그런데 소설을 보니까 따뜻함이 느껴졌어요. 그래서 공연을 하기로 결심했고요. 특히 윤재라는 캐릭터가 너무 따뜻했습니다. 이런 사람을 실제로 본 적이 없어요. 정말 뭉클하더라고요.”


“사실 욕을 많이 하는 공연을 좋아하진 않습니다. 그럴 때마다 드는 생각은 잘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왕 할 거면 찰지게요. 그런 생각은 항상 하고 있습니다. 할 거면 마치 직접 듣는 것처럼 ASMR 수준으로 가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웃음)”


ⓒ(주)라이브

그는 연극 무대를 꿈꿨던 과거와 달리, 이제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깊이 매료되었다고 말한다. 뮤지컬이 주는 압도적인 에너지와 힘을 직접 느끼며 생활 습관까지 바꿀 정도로 애정을 쏟고 있다.


“뮤지컬은 사실 제 관심사가 아니었습니다. 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일 뿐이었죠. 방송을 해야겠다는 마음도 없었고, 그저 연기가 좋았습니다. 어느 날 좋은 기회가 와서 시작하게 된 것이 ‘빠리빵집’이었죠. 처음엔 적응이 잘 되지 않더라고요. 근데 어느 순간 뮤지컬이 아름답게 느껴지기 시작하더라고요. 노래만 들어도 소름 돋을 때가 있습니다. 뮤지컬이 주는 힘을 느낀 것 같아요.”


김건우는 자신을 아직 뮤지컬 배우로서 ‘성장 중’이라고 겸손하게 표현하지만, 노래와 연기를 분리하지 않고 ‘하나의 표현’으로 생각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뮤지컬 배우들과 함께하며 힘 조절, 감정의 안배 등 노하우를 배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그 부분은 수월했습니다. 노래와 연기를 따로 생각하지 않고 하나라고 생각했어요. 표현하는 건 쉬웠는데 오히려 감정이 과해지면 몸에 힘이 들어가니까 노래가 안되거든요. 그런 미세조정들이 안되다 보니까 그런 걸 배웠던 것 같습니다. 아무리 눈물을 잘 흘리고 감정이 좋아도, 노래를 잘 해야 하기 때문에 분명히 안배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노래가 빠지면 당장이라도 도전을 할 수 있지만, 노래라는 것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해야 하는 평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관객들이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노래와 연기가 모두 중요한데, 분명히 뮤지컬은 노래로 선물을 줘야 하는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 때문에 지금은 제 기준에서 고맙게도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시작한 것 치고 빨리 성장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마지막으로 세 명의 곤이 중 자신만의 매력에 대해 ‘날 것 그대로의 생동감’을 강조하며 관객들에게 자신감 있는 초대를 건넸다.


“곤이라는 캐릭터는 다듬어지지 않은 캐릭터입니다. 사포질이 안 된, 세공이 덜 된 캐릭터예요. 그런 살아있는 걸 보고 싶다. 팔딱팔딱 뛰는 그런 생동감 있는 걸 보고 싶다고 하면 제 회차를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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