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국정 과제인 '65세 정년 연장' 추진
경영계 "청년 채용 막히고 인건비 폭등" 주장
'세대 갈등' 우려도…"퇴직 후 재고용이 해법"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2025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정부·여당이 국정 과제인 '65세 정년연장' 논의를 추진하자, 경영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영계는 인건비 폭증으로 인한 기업 부담 증가와 청년 신규 채용 감소 등이 우려되는 만큼 '사회적 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11일 경영계에 따르면, 경영계는 법정 정년연장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이날 김지형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접견 자리에서 "정부가 노동조합법 개정에 이어 추진하는 정년연장, 주 4.5일제 등 주요 노동정책 과제는 단순히 정년을 늘리거나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임금체계, 고용경직성 등 노동시장 전반과 연관된 사안"이라며 "사회적 대화를 통해 노·사 모두의 입장을 균형있게 반영하고, 국민과 미래세대를 위한 해법이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영계는 정년연장시 상용근로자 수 증가로 인건비가 급등해 기업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실제로 정년이 1년 늘면 정규직 고령자 약 5만5000명의 은퇴가 늦춰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1964년생 상용근로자는 59세 때인 2023년 29만1000명이었는데 60세인 지난해에는 23만7000명으로 5만5000명 감소했다.
이는 다수의 상용근로자가 법정 정년인 60세에 일괄 퇴직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960∼1964년생이 59세에서 60세로 넘어가는 시점에 상용근로자는 평균 5만6000명 줄었고 감소율은 20.1%에 달했다.
대규모 사업장(종업원 300인 이상) 상용직의 경우 정년퇴직의 영향이 더욱 컸다. 대기업 상용직인 1965년생은 2023년에 4만5000명이었으나, 지난해에는 2만5000명으로 44.5% 급감했다. 정년을 60세에서 높이면 고령 상용근로자는 자연히 증가하게 되고, 결국 기업은 최대 5만6000명에 달하는 고령 근로자를 1년 더 고용해야 해 인건비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정년연장이 청년 취업난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4월 발표한 '초고령사회와 고령층 계속근로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 근로자 1명이 늘어날 때 청년 근로자는 0.4∼1.5명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를 단순 적용하면 정년이 1년 늘어날 경우 연간 약 5만개의 청년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추산된다.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2021년 11만5000명, 2022년 11만9000명 증가했으나 2023년에는 9만8000명 감소했고, 2024년에는 14만4000명이 줄었다.
경총은 "법정 정년연장 시 그 혜택은 대기업·공공부문 정규직에 집중될 가능성이 큰데 청년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도 대기업·공공부문 정규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해당 영역에서 고령자와 청년 간 일자리 경쟁 격화로 세대 간 갈등이 심화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부작용이 예상됨에 따라 경영계는 '퇴직 후 재고용' 제도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정년 후 재고용에 관한 특별법'(가칭)을 제정해 기업의 재고용 선택권을 보장하는 한편 정부 지원방안을 폭넓게 명시하자는 것이다. 즉, 회사가 필요로 하는 업무와 인원 범위에서 재고용 인원을 선발할 수 있도록 재량을 주고 재고용 기업에는 인건비 지원과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내용이다.
중견기업 10곳 중 6곳도 기업 경쟁력 제고와 고령자 근로 안정을 위한 공동 해법으로 '퇴직 후 재고용'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중련기업연합회가 전날 발표한 '중견기업 계속 고용 현황 조사'에 따르면 중견기업의 62.1%는 '퇴직 후 재고용'을, 33.1%는 '정년연장'을, 4.7%는 '정년 폐지'를 택했다.
이호준 중견련 상근부회장은 "중견기업의 '퇴직 후 재고용' 인력 운용 현황에서 보듯 숙련된 고령자는 기업 경쟁력의 핵심인 반면, 현장의 수요와 괴리된 일률적인 정년 연장은 인건비 부담 가중 등으로 오히려 기업 펀더멘탈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단정적인 정년 연장이 아닌 전직 및 재취업 교육 확대, 노인 복지 강화 등 사회 정책을 폭넓게 아우르는 실효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영계는 또 연공서열형 임금체계 개편과 함께 정년연장을 논의해야 하며, 기업 현실을 반영해 법정 정년과 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의 연계 문제도 함께 다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총은 "연공형 임금체계에서 비롯되는 고용자 고용 부담이 막대한 만큼 연공급 임금체계를 직무 가치와 개인의 성과에 기반한 임금체계로 개편할 수 있는 실효적 조치가 고령자 고용방식 논의에 앞서 마련돼야 한다"며 "현행법상 제아무리 합리적인 방식의 임금체계 개편이라도 노조가 반대할 경우 조금의 변화도 끌어내기 어렵다"며 취업규칙 변경 절차 완화를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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