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자동차업계의 '동상이몽'…NDC가 뭐길래 [뭔일easy]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5.11.12 06:00  수정 2025.11.12 06:00

정부, 2035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 '53~61%' 확정

자동차 산업계 '날벼락'… "문제점 명확히 해소 안 돼"

연간 전기차 80만대 팔아야…올해 1~10월 '19만대'

부품업계 친환경 차 전환 도와야…"강력한 지원 절실"

온실가스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산업계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혹은 필연적으로 등장한 이슈의 전후사정을 살펴봅니다. 특정 산업 분야의 직‧간접적 이해관계자나 소액주주, 혹은 산업에 관심이 많은 일반 독자들을 위해 데일리안 산업부 기자들이 대신 공부해 쉽게 풀어드립니다.



#포지티브적 해석: 어차피 가야할 길, 韓 전동화 경쟁력 이뤄낼 지도

#네거티브적 해석: 무리한 목표에 따르는 희생, 얼마나 치러야 할까



올해만큼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에 곡소리가 많았던 해가 또 있을까요. 연초부터 불어닥친 미국 관세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는데, 이번엔 정부를 향한 지적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곧 내연기관차를 못 팔게 될 지도 모른다'는 무서운 말들이 흘러나오고 있죠.


정부가 지난 11일 확정한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가 논란을 불러온 핵심인데요. NDC란 2015년 채택된 파리협정에 따라 당사국들이 5년마다 스스로 수립해 UN에 제출하는 10년 단위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말합니다.


정부는 한국의 NDC를 2018년 대비 2035년까지 53∼61% 감축하는 방안을 확정했습니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최소 감축안의 퍼센티지가 48%였는데, 하한선을 53%로 높여잡았습니다. 퍼센티지가 높을수록 감축해야 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구조로, 앞으로 10년 동안 온실가스를 최소 53%는 감축해야한다는 의미죠.


정부의 NDC 확정에 자동차 업계가 들고 일어선 건, 현재 우리나라 무공해차 시장의 상황 때문입니다. 수송분야에서 53%를 감축하려면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모두 제외하고 전기차·수소차 같은 '순수 무공해차'를 10년동안 952만대를 보급해야하거든요.


현재 우리나라 전기차 판매대수를 보면 952만대라는 수치가 얼마나 어려운 목표인지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정부의 목표대로라면 10년동안 952만대, 연간으로 계산하면 못해도 일년에 80만대는 전기차를 팔아야하는데요. 올해 우리나라 1~10월 전기차 판매대수는 19만여대에 그칩니다.


또, 작년 한 해를 살펴볼까요. 작년 한국에서 팔린 신차가 총 135만대였는데요. 1년에 80만대를 전기차로 팔려면 한 해 자동차 판매의 60%를 전기차가 채워야 한다는 건데, 작년 연간 전기차 판매대수는 10% 수준인 14만대 수준이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동차 업계에서는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지하지 않고서야, 이 목표를 현실적으로 달성하기가 어렵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업계에서 예상하는 2035년 현실적인 목표치는 550만대에서 650만대 수준인데요, 정부가 내세운 952만대와는 상당히 차이가 있죠.


경기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는 모습. ⓒ뉴시스


업계의 상황은 어떻게 바뀌게 될까요. 갑자기 내연기관차보다 전기차를 더 많이 팔아야하는 상황에 놓인 자동차 업체가 우선 곤란한 상황을 겪게 될 겁니다.


전기차는 연구개발에 들어가는 투자 비용이나, 배터리 원가가 높기 때문에 내연기관차보다 수익성이 낮은데요. 국내 제조사들이 전기차 신차를 많이 내놓고는 있지만, 내연기관 판매가 크게 줄면 결국 수익성이 떨어지게 되겠죠. 그러면서도 정부의 눈치를 봐야하니 안팔리는 전기차를 팔기위해 무리하게 가격을 낮추게 될 거고요.


더 큰 문제는 부품업계입니다. 오랜시간 완성차 업체에 내연기관차 부품을 납품해서 먹고 살아온 데다가 대부분 중소, 중견업체들로 이뤄져있기 때문이죠. 규모가 작으니 투자 비용이 넉넉지 않아 전기차 부품으로의 전환 속도도 느립니다.


실제로 현재 국내 부품기업 1만 여곳 중 절반에 가까운 업체가 엔진과 같은 내연기관 부품을 생산하고, 관련 종사자는 전체 고용의 47%, 약 11만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또 국내 부품업체의 무려 95%는 중소·중견기업이고, 친환경 차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15~18%에 불과한 상황이죠.


이렇다 보니 부품업계에서는 정부가 급하게 전기차 보급 속도를 높이면 오히려 국내 부품사들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서, 도산하게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국내 완성차 업체와 함께 열심히 경쟁력을 키워온 국내 부품업체들의 자리를 중국 저가 부품업체가 채우게 될 수 있다고 말이죠.


지난달 13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산업회관에서 열린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수송부문 설정 관련 자동차 부품산업계 기자회견'에서 각 조합 대표들이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결국 정부가 53% 감축 목표를 확정했으니,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가 문제인데요. 업계에서는 정부가 내놓은 목표를 이루려면 그만큼 국내 기업들에게 지원을 크게 늘려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업계는 수송 부문 감축량 목표는 유지하되 수송부문 내 감축 수단 다양화와 감축 수단별 감축 비중 조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데요. 당장 판매량이 적은 수소차, 전기차만 볼 게 아니라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병행해서 감축해야한다는 겁니다.


또 줄어들고 있는 전기차 보조금과 세제혜택 등을 과감히 늘려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주행거리, 충전과 같은 불편함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무작정 전기차 보급을 늘리기는 어렵다는 거죠.


업계는 무공해차 대당 보조금 확대, 충전요금 할인 특례 한시적 부활, 고속도로통행료 50% 할인 유지 등의 요구안을 내놨습니다. 전기차 판매 목표만 세울게 아니라, 전기차를 많이 팔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된다는 겁니다.


앞으로도 전기차 보급과 관련한 정부와 업계의 동상이몽은 계속될 것 같은데요, 과연 정부의 감축 목표가 이행될 수 있을까요?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는 내연기관차를 사고싶어도 전기차를 사야만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