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선미 서울대병원 PA 간호사 인터뷰
“30년의 세월, 현장에서 떠오르는 선배 됐으면”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오른쪽)이 안선미 서울대병원 간호사에게 칭찬 릴레이 프로그램 표창장을 전달하고 있다. ⓒ안선미 간호사
“찌르기만 하면 다 나온다고요? 30년 차 간호사의 자부심이죠.”
서울대병원에서 30년째 근무 중인 안선미 정형외과 PA(진료지원) 간호사는 지난 7일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간호사가 되려는 목표는 처음부터 없었다”고 담담히 말했다. 하지만 대화가 이어질수록 그의 말투에는 오랜 세월 현장을 지켜온 간호사의 단단한 자부심이 묻어났다.
“간호사도 돌봄이 필요합니다”
최근 의료현장에서는 간호사 조직문화와 인권 개선에 대한 논의가 점차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잇따른 간호사 과로·직장 내 괴롭힘 사건 이후, 의료기관 내 조직문화 개선과 정신건강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30년간 의료현장을 지켜온 안 간호사는 이런 문제의 근본적인 맥을 짚었다. 간호사들이 변화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현장을 잘 아는 간호사들이 관리자나 정책 담당자로 나서야, 제도와 현장이 함께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간호사는 특히 간호사 인권 문제에 대해 “요즘 간호학과에 들어가기도 어렵고, 병원 취업 경쟁도 치열하다. 이런 인재들에게 함부로 대하면 안 된다”며 “간호사 처우 개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사회적 인식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간호협회가 ‘심리상담 전문가단’을 신설하고, 일부 대형병원들이 정신건강 클리닉이나 ‘마음케어’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하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마음케어 프로그램이 단순한 개인 상담이 아닌, 상하관계나 조직 분위기까지 함께 다루기 때문에 실제로 도움이 된다”며 “상담 후 관계가 개선된 사례를 여러 번 봤다”고 설명했다.
일에서 찾은 만족감, 30년의 버팀목
안선미 간호사(맨 오른쪽 아래)가 가족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안선미 간호사
오랜 기간 한 현장을 지켜온 의료진은 환자들과의 ‘신뢰’ 기반이 된다. 의료계에 따르면 국내 간호사 평균 근속 연수는 약 7년으로, 이직률은 15%를 웃돈다. 신규 간호사의 절반 가까이가 입사 1년 안에 병원을 떠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인력이 빠르게 교체되면 의료 서비스의 질과 환자 안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의료계 안팎에서 “경험 많은 의료진이 오래 머무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병원의 경쟁력”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안 간호사는 의료계에서 흔치 않은 장기 근속 케이스지만, 그 역시 힘든 시기가 있었다. 바로 육아와 일을 병행하던 때였다. 안 간호사는 “당시는 임산부 단축 근무나 임산부 나이트 근무 금지 같은 법적 제도가 없던 시절이었다”며 “육아와 3교대 근무를 병행하다 보니 ‘이제는 그만둬야겠다’는 생각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때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근무 중이던 정형외과에 PA 자리가 신설되면서 그가 발탁된 것. PA 간호사는 간호법에 따라 일정한 요건을 충족한 전담간호사로, 의사의 지도감독 하에 의사의 업무 일부를 수행하는 진료지원 인력이다. 상근직으로 근무할 수 있어 워라밸이 보장된다.
PA로 3교대 근무가 아닌, 주5일제 상근직을 하며 육아에도, 업무에도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면서 커리어를 연장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안 간호사는 설명했다.
결코 쉽지 않은 길이었다. 그러나 그는 흔들림 없이 한 자리에서 30년을 버텼다. 이처럼 오랜 시간 현장을 지켜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다름 아닌 ‘일에서 느끼는 만족감’이었다. 그는 “힘든 시기도 많았지만, 모르는 건 물어보고 공부하며 제 걸로 만들었다”며 “후배들이 ‘그 선배는 찌르기만 하면 다 나온다’고 하더라. 그렇게 쌓인 지식이 자신감을 키웠다”고 말했다.
끝으로 안 간호사는 자신이 어떤 간호사로 기억되길 바라느냐는 질문에 “현장에서 떠올려지는 선배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수능을 맞아 간호학과를 목표로 하는 후배들에게는 “자녀에게도 간호학과 지원을 권유하고 싶다”며 “후배들이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며 성장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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