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신뢰 회복, 사법부 흔들기 중단부터 [기자수첩-사회]

진현우 기자 (hwjin@dailian.co.kr)

입력 2025.11.28 07:00  수정 2025.11.28 07:11

김용현 전 장관 변호인들, 법정 안팎서 판사 향한 '막말'

여당, 사법부 힘 빼겠다며 법원행정처 폐지 카드 만지작

사법부 불신, 사법부 스스로 초래한 측면 없진 않아

사법부 스스로 자정할 수 있는 기회부터 주는 것 선행돼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데일리안DB

최근 우리 사회 곳곳에서 사법부를 흔드는 행위들이 이어지고 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변호인들이 법정 안팎에서 판사를 향한 부적절한 발언을 하고 여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국민의 신뢰를 저버렸다며 법원행정처 폐지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등 사법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김 전 장관 변호인단은 잇단 내란 재판에서 소란을 일으켜 논란을 키웠다. 특히 김 전 장관 측 이하상·권우현 변호사는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재판 방청석에서 법정을 소란한 행위로 감치 15일을 선고했다.


그러나 두 변호사가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 신원확인 절차를 거부했고 결국 감치 집행 불능으로 이들은 곧바로 풀려났다.


이 변호사는 풀려난 이후 한 유튜브 채널 방송에 나와 "이진관이가 벌벌 떨었다"며 "저희는 거리낄 게 없었는데 두려워했던 놈은 진관이, 진관종이 그놈"이라는 등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변호사회는 서울중앙지법의 요청에 따라 이들에 대한 징계 절차에 돌입했다. 법원행정처는 이들은 법정모독 및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사법부가 강력 대응에 나선 만큼 이들의 '법정 소란' 행위는 대가를 치를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사법부 힘 빼기에 나섰다. 사법행정을 총괄하는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법관 인사 및 예산 등을 심의하는 '사법행정위원회'에 법관이 아닌 인사도 참여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 초안을 지난 25일 공개했다.


여당은 사법부 불신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왕적인 사법행정권을 외부, 나아가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취지에서 개혁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규정한 헌법 제101조 제1항에 따라 외부 인사가 사법행정을 담당하도록 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크다고 지적한다.


전날 민주당 '사법불신 극복·사법행정 정상화 태스크포스(TF)'가 진행한 입법 공청회에서 이지영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총괄심의관 역시 여당 의원들 앞에서 사법행정위 신설을 두고 사법권 독립 침해에 따른 위헌 우려가 있다고 직접 밝혔다.


물론 사법부 불신은 사법부 스스로 초래한 측면도 없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이 피고인으로 있는 각종 재판 지연 문제, 석연치 않은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 취소 등 그동안 국민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 사법부의 결정은 한두 건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사법부를 흔드는 것은 곤란하다. 사법부를 겁박하는 행동들은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새로운 사법부'로 거듭나도록 하기 위해서는 사법부 스스로 자정할 수 있는 기회부터 주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10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일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는데 마음이 좋지 못하다"고 토로했다. 사법부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사법부를 흔드는 행위를 중단하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사실을 우리 사회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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