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공유 실험하고, 자막 안경 도입…‘이해도’ 높이는 뮤지컬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5.11.29 09:36  수정 2025.11.29 09:36

뮤지컬 업계가 관객의 작품 이해를 돕기 위한 서비스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과거에는 관객이 시놉시스나 넘버를 미리 숙지하고 공연장을 찾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제작사와 극장이 직접 나서서 기술을 활용해 관람 편의성을 높이는 추세다. 대사 없는 ‘성스루’(sung-through) 뮤지컬의 가사를 모바일로 제공하거나, 증강현실(AR) 안경을 통해 실시간 자막을 보여주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블루스테이지

지난 7일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개막한 뮤지컬 ‘에비타’는 로비에서 관객에게 ‘에바 코인’(EVA COIN)을 배포한다. 주인공인 에바 페론의 이름을 딴 코인으로, 관객이 코인 뒷면에 인쇄된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작품의 전곡 가사가 담긴 모바일 웹페이지로 연결된다. 기존 일부 작품에서 가사집을 판매한 것과는 달리, 가사 전문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다.


제작사가 이러한 서비스를 도입한 이유는 작품의 형식적 특성 때문이다. ‘에비타’는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작사가 팀 라이스 콤비가 음악적 완성도를 자부하는 대표작으로 성스루 뮤지컬의 형식을 띈다. 일반적인 뮤지컬과 달리 대사가 거의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로만 서사가 진행된다. 아르헨티나의 현대사를 다루고 있어 정보량이 많은 데다, 음악의 템포가 빨라 가사를 놓치면 극의 내용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특성이 있다.


제작사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관객에게 사실상의 ‘모바일 대본집’을 무료로 제공하는 방식을 택했다. 관객은 공연 전이나 인터미션, 혹은 귀갓길에 스마트폰을 통해 가사를 확인하고 복기할 수 있다. 또한 코인이라는 실물 형태를 제공함으로써, 극 중 에바 페론이 빈민들에게 자선 활동을 하는 장면을 연상시키도록 기획했다. 이는 작품의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면서 동시에 성스루 형식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하드웨어를 통해 관람 환경을 개선한 사례도 있다. 뮤지컬 전용 극장인 샤롯데씨어터는 국내 대극장 최초로 ‘자막 안경’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이 서비스는 증강현실AR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 글래스를 활용한다. 관객이 안경을 착용하면 무대를 보는 시야 위에 자막이 실시간으로 겹쳐 보인다. 기존에 무대 양옆 모니터를 통해 자막을 제공하던 방식보다 시선 분산이 적고 몰입도가 높다는 것이 특징이다.


당초 이 서비스는 청각 장애인을 위한 배리어 프리(Barrier-free) 목적으로 도입됐다. 그러나 장애인은 물론 일반 관객과 외국인으로 서비스 대상을 확대하면서 배우들의 중창이 겹치거나 가사 전달이 까다로운 랩 파트 등에서 텍스트 정보를 명확하게 얻고자 하는 관객들의 수요를 충족시킨다. 한국어 가사뿐만 아니라 다국어 자막 서비스도 가능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처럼 뮤지컬 업계가 관객의 ‘이해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는 배경에는 티켓 가격 상승과 관객층의 변화가 있다. VIP석 티켓 가격이 19만원까지 치솟으면서 관객들은 비용 대비 만족도가 높은 ‘실패 없는 관람’을 선호한다.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 관람 경험을 망치는 리스크를 줄이려는 심리다.


이에 제작사들은 단순히 공연을 올리는 것을 넘어, 관객이 작품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들을 서비스의 일환으로 제공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기술을 접목해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은 작품의 예술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관객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수단”이라며 “이는 뮤지컬이 익숙하지 않은 초심자나 역사적 배경지식이 없는 관객의 접근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관람의 편의를 돕는 서비스는 앞으로 더 다양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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