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경·이희준·하정우, 배우에서 감독으로 넓혀가는 영화 세계 [D:영화 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5.12.02 13:37  수정 2025.12.02 13:38

한국 영화계는 연기 뿐만 아니라 연출 영역까지 활동 폭을 넓히는 배우들 덕분에 더욱 다층적이고 입체적인 창작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감독으로 나선 류현경, 이희준, 하정우 세 배우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메가폰을 잡고 자신들만의 독특한 결과물을 스크린 위에 구현하며, 현재 한국 영화계가 요구하는 새로운 창작자의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류현경은 장편 데뷔작인 영화 '고백하지마'를 통해 파격적인 연출 실험을 감행했다. 이 작품은 "대본 없이 영화를 만들어보자"는 실험적 발상에서 시작되었으며, 실제 촬영 현장에서 배우 김충길의 고백 장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독특한 구성을 취한다.


놀라운 건 류현경이 단순히 감독 역할에만 머무르지 않고, 기획부터 감독, 주연, 편집, 배급, 마케팅까지 모든 과정을 도맡아 진행하는 '전천후 프로젝트 매니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류현경은 첫 연출 도전임에도 불구 '고백하지마'를 개봉 전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제50회 서울독립영화제, 남도영화제 시즌2 초청작으로 이름을 올렸다.


류현경은 “평소 같이 작품을 같이 한 친한 선후배동료들과 모여 함께 영화를 보고 또 영화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관객들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너무 기쁘고 함께 해주는 분들께 감사하다”며 이 도전에 대한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고백하지마'의 제작 방식은 독립영화의 제작 문법에 새로운 영감을 주며, 배우가 주도적으로 영화 제작의 전 과정을 이끌어가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배우와 감독의 경계를 오가며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는 이희준은 '이희준 특별전'을 통해 지난 11월 30일 단편 연출작 '병훈의 하루'와 '직사각형, 삼각형'으로 관객과 만났다.


'직사각형, 삼각형'은 '병훈의 하루'에 이어 이희준이 직접 각본과 연출을 맡은 작품으로, 좋게 마무리하려던 가족 모임에서 오래 묵은 갈등이 드러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익숙하지만 복잡한 가족 관계 속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들을 특유의 유머와 현실적인 시선으로 포착했다.


출연진은 이희준과 오래 호흡을 맞춰온 배우들로 구성됐다. 부모 역의 정종준·이제신을 비롯해 장남 부부 오용·김희정, 둘째 딸 부부 진선규·정연, 막내딸 부부 오의식·권소현이 참여해 세대별 관계에서 발생하는 미묘한 감정 변화를 입체적으로 표현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이 작품은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안시네마 부문에 공식 초청되며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이희준은 그간의 연기 경험에서 비롯된 세밀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일상적 갈등과 관계의 균열을 구체적인 장면과 리듬감 있는 대사로 풀어내며 자신만의 연출 감각을 보여줬다.


'롤러코스터', '허삼관', '로비' 등 세 편의 연출작을 선보인 바 있는 하정우는 네 번째 연출작 '윗집 사람들'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번 작품은 스페인 원작을 바탕으로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인 층간소음과 한 부부의 심리 구조로 재해석했다. 영화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지만, 성을 소재로 다루는 과정에서 결국 소통의 중요성을 중심에 두고 전개되는 영화다.


기존 배우 출신 감독들이 개인적 감정 서사에 집중해왔다면, 이번 작품은 사회적 현실을 반영한 리메이크라는 점에서 또 다른 접근법을 보여준다. 전작 '로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평가를 받았던 만큼, '윗집 사람들'은 하정우가 감독으로서 방향성을 다시 세우고 연출 역량을 입증할 중요한 작품으로 주목된다.


그는 배우 출신 감독 가운데서도 비교적 큰 규모의 상업영화 영역에서 자신의 스타일을 구축해온 인물로, 배우 감독이 어떤 방식으로 확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이렇듯 세 배우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연출에 뛰어들고 있지만, 이들의 시도가 공통적으로 말하는 바는 공통적이다. 영화 제작이 선형적인 구조만을 의미하지 않는 시대, 배우들이 더 이상 영화 시스템 안에서 주어진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도전은 한국 영화계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고 있으며, 배우의 시선으로 만들어진 독특한 영화들이 관객과의 만남을 통해 어떤 평가를 받고 또 어떤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낼지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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