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하부터 가격까지 농가 주도…소비자 “다른 곳 비해 더욱 신선” [일본 유통·전통주 현장②]

김소희 기자 (hee@dailian.co.kr)

입력 2025.12.02 14:01  수정 2025.12.02 14:02

오전 출하 중심의 당일 판매 흐름으로 유지

농가가 직접 가격 등 관리하며 신선도 경쟁력

우리 정부도 직거래·직매장 활성화 대책 추진

지난 11월 26일 방문한 일본 하다노 직매장. 오후 3시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판매돼 진열대 곳곳이 비어 있다. ⓒ데일리안 김소희 기자

11월 26일 오후 3시, 가나가와현 하다노시에 위치한 JA 하다노 직매장 ‘지바산즈’에 들어서자 비어있는 진열대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 늦은 시간이 아님에도 농산물 판매가 이뤄져 대부분 진열대가 비어있는 것이었다. 매장 곳곳에는 오전 판매에 대부분 빠져나간 흔적만 남아 있었고, 늦은 시간대임에도 고령층 소비자들이 남은 상품을 천천히 고르고 있었다.


또 매장 한쪽에는 한국 농협 가공식품 전용 코너가 따로 마련돼 있었다. 김치 등 가공식품이 진열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협동조합 간 교류 취지를 설명해 조합원을 설득한 이후 운영하게 된 것이다.


최근 일본의 식료품 가격 상승 속에서 직매장이 주는 가격 경쟁력과 안정된 품질은 지역 주민들이 이곳을 찾는 중요한 이유로 보였다.


하다노 직매장을 자주 이용한다는 미토메(59) 씨는 “다른 슈퍼보다 가격이 싸고 신선도도 확실히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 마트에서 500엔 정도 하는 호박도 여기서는 절반 가까운 가격에 살 수 있다”며 “지역 농가가 직접 출하하는 곳이라는 신뢰가 있어 오래 보관되는 느낌도 든다”고 했다.


기타하라 요시노리 하다노 지바산즈 점장이 농가가 직접 품목명, 금액 등이 담긴 라벨을 출력하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소희 기자
농가가 운영의 주체가 되는 구조…가격·진열·회수까지 책임


하다노 직매장은 연 매출 11억 엔, 연 방문객 53만 명을 기록하는 지역 중심 직매장이다. 등록 출하농가는 614명, 이 가운데 약 300명이 상시로 출하한다.


이 매장의 특징은 운영 전 과정이 농가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이다.


농가는 아침마다 직접 농산물을 매장으로 가져와 품목명·규격·세금 정보 등이 담긴 라벨을 스스로 출력해 상품에 부착한다. 판매대에 올리는 진열 작업도 농가 몫이고, 계산대에서 판매가 이뤄지면 매출 정보는 실시간으로 농가에 이메일로 발송된다. 폐점 후 남은 재고 역시 농가가 회수해야 하며, 회수하지 않은 상품은 다음날 폐기된다.


가격 결정 방식도 완전히 농가 자율에 맡겨져 있다.


키타하라 요시노리 하다노 지바산즈 점장은 “농가가 주변 마트 가격이나 다른 출하농가의 판매가를 참고해 스스로 결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지나치게 낮은 가격을 붙이는 경우에는 이익이 남지 않는다며 조언을 하기도 한다”며 “반대로 가격이 너무 높아 판매되지 않을 경우에는 농가가 직접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생산·출하·가격·정산·회수까지 모두 농가 책임 아래 운영되는 구조는 시장 내 자연스러운 경쟁을 유도하며, 동일 품목을 출하하는 농가들 간 가격·품질 균형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품질관리 기준도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었다. 하다노 직매장은 잔류농약 296성분 검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며, 검사 결과를 소비자에게 공개한다. 상태가 좋지 않다고 판단된 상품은 판매대에 올릴 수 없고, 농가 스스로 품질 기준을 맞추지 않으면 다음 출하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도시 이주자나 신규 농업인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다.


하다노시는 2년 과정의 ‘시민 농업학원’을 통해 기초 재배기술과 현장 멘토링을 제공하고, 일정 교육을 마치면 직매장 출하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키타하라 요시노리 하다노 지바산즈 점장은 “이 지역은 도시농업 비중이 높은 편인데, 은퇴자가 들어와 농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구조가 있어서 출하농가 수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하다노 직매장 전경. ⓒ데일리안 김소희 기자
직거래가 만드는 가격 경쟁력…지역민은 신선한 농산물 확보


하다노 직매장이 유지되는 핵심은 직거래 구조에서 비롯된다. 생산자 책임이 강화돼 품질관리가 자연스럽게 따라오고, 유통 단계를 줄이면서 가격 경쟁력도 확보된다.


농가 간 가격 조정과 품질 경쟁이 작동하며 시장 내 질서가 유지되고, 지역 주민들은 안정적인 가격과 신선한 농산물을 확보하는 이점을 갖게 된다.


지역 농업의 일정한 생산 기반을 유지하는 데에도 직매장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우리 정부도 유통경로 다변화 정책 추진


우리 정부도 직거래의 이러한 장점을 인지하고 있다.


지난 9월 발표된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대책’에서는 직매장·로컬푸드 등 직거래 활성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산지조직화 강화, 품목별 규격·품질 표준화, 산지유통센터(APC) 자동화·스마트화 등 다양한 정책을 통해 생산자 주도 출하체계를 확대하고 있으며, 다양한 유통경로를 활성화해 경쟁을 촉진하고 전체 유통비용을 절감하겠다는 방향이 담겨 있다.


이는 직거래·도매시장·대형마트·온라인 등 여러 경로 간의 균형을 통해 구조적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점에서 하다노 직매장의 운영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특히 하다노 직매장이 벤치마킹한 곳은 전북 완주군 ‘용진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이다. 용진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은 생산자 책임출하·안전성 검사·지역 기반 가공·체험 연계 등으로 잘 알려진 대표 사례다. 용진농협은 출하농가 약 930명, 연 고객 수 130만 명을 기록하며 국내 로컬푸드 직매장의 성공 모델로 자리 잡았고, 일본에서도 견학이 이어지고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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