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t당 1만1299달러 최고치…약 한달 만 경신
AI 데이터센터 등서 전력 인프라 수요 확대 영향
구리 가격 상승 반영하는 전선업계 수혜 가능성
LS전선이 만드는 525kV HVDC 케이블.ⓒLS전선
구리 가격이 또다시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충과 전력 인프라 확대가 구조적 수요를 떠받치는 상황에서 광산 업계의 공급 부진이 겹쳐 구리 가격을 '천정부지' 치솟게 했다. 구리 가격 상승이 매출 증가로 직결되는 전선업계의 실적 개선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2일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전일 구리 현물 가격은 톤(t)당 1만1299달러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10월 29일 1만1067.5달러로 17개월 만에 신고가를 기록한 데 이어 약 한 달 만에 다시 고점을 높였다. 올해 상반기 약 9000달러 선을 유지하던 구리 가격과 비교하면 상승세가 가팔라졌다는 평가다.
시장은 상승세의 배경으로 AI 데이터센터·배터리 등 다양한 신산업에서 전력 인프라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된 점을 꼽는다. 전기화 수요가 구리 소비량을 이전보다 확대시키며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셈이다.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서버 대비 전력 소모량이 4~6배에 달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구리 사용량이 기존 데이터센터 대비 크게 늘어난다. 업계는 AI 데이터센터 1MW당 구리 사용량이 기존 대비 약 2배 수준까지 늘어난다고 추정한다. 동시에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노후 송배전망 교체, 재생에너지 연계용 초고압 케이블·변압기 증설이 겹치면서 전력 인프라용 구리 수요도 중장기적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구리를 원재료로 하는 전선 업계는 외형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전선 업체들은 원재료 가격을 판매단가에 반영하는 '에스컬레이션'(원가연동형) 계약 조항을 넣어, 구리 가격 변동분을 납품 단가에 반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구조에서는 구리 가격이 오를수록 매출액과 수주잔고 등 외형 지표가 커진다.
실제 올해 3분기 기준 국내 전선 4사(LS전선·대한전선·가온전선·일진전기)의 매출은 7조88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 증가했다. 구리 가격 상승이 수익성에 직접적인 지렛대 역할을 한 셈이다.
수주 실적도 같은 흐름이다. LS전선은 북미 HVDC(초고압직류)와 유럽 해상풍력 연계 케이블, 중동 장거리 송전 프로젝트 등을 기반으로 수주가 빠르게 확대됐다. 지난 6월말 기준 6조2197억원 규모의 수주 잔고를 확보하며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대한전선 역시 미국·중동 지역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연이어 따내며 올해 3분기 기준 수주 잔고가 3조원대 중반까지 증가했다. 전체 수주 잔고의 절반 이상이 해회에서 창출되는 상황으로, 글로벌 성장세가 뚜렷하다.
시장에서는 내년에도 구리 가격이 강세 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2026년 t당 평균 구리 가격을 1만1313달러, 2027년에는 1만3501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골드만삭스는 t당 1만에서 1만1000달러대 범위에서 구리 가격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가 연 평균 수십만t 이상의 구리를 소모, 2030년까지 연간 100만t 이상의 추가 수요를 창출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면서 '구리 슈퍼사이클'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급 불균형이 지속되면서 구리 가격 역시 상승세"라며 "전선업계는 구리 가격 상승이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되는 구조여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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