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서 나온 K-스틸법…전기료·세제 현실화 관건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5.12.02 13:34  수정 2025.12.02 13:35

40년 만에 부활한 철강 전용법…범정부 컨트롤타워 신설

산업용 전기요금 3년 새 76%↑…철강업계 ‘한계 경고’

배출권·전환설비 부담 급증…“시행령서 구체 지원 필요”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야적장에 철강제품이 쌓여 있는 모습.ⓒ뉴시스

국가 핵심 제조업인 철강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K-스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산업 회복의 첫 단추를 끼웠다. 법 제정으로 골자는 마련된 만큼 업계는 전기료·투자 세제 혜택 등 후속 조치가 실질적인 체감 변화를 결정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2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K-스틸법)이 제정됐으나 회복 효과는 시행령에 담길 구체적 지원에 달렸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이번에 통과된 K-스틸법은 1986년 ‘철강공업육성법’ 폐지 이후 40년 만에 마련된 철강 전용 법률이다. 정부가 철강을 독자적 전략 산업으로 규정하고 범정부 차원의 개입을 제도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무총리 소속 ‘철강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신설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5년 단위 기본계획·연간 실행계획 의무화는 산업 재편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하는 조치다.


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구조조정과 공급 과잉 해소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다. 공정거래법상 담합에 해당할 수 있는 감산·설비 조정 협의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공동행위 특례’가 마련되면서 철근·봉형강 등 만성적 과잉 공급 업종에서 시장 조정의 공식 창구가 생겼다. 기업결합 심사 기간도 최대 120일에서 90일로 단축돼 인수·합병(M&A) 기반의 구조조정 속도 역시 빨라질 전망이다.


탄소중립 전환 비용을 정부가 일부 분담하는 근거가 마련된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은 수소환원제철·전기로 전환에 막대한 규모의 투자가 필요한 가운데 국가 인프라 지원으로 부담이 완화될 수 있다.


권지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K-스틸법은 바닥을 통과하고 있는 철강 산업의 바닥 구간 충격을 완화하고 중장기적 체질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가 주도하는 공급 과잉 해소와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제도적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실제 체질 개선 효과가 나타나려면 시행령 단계에서 업계 전반의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조치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 제정만으로는 즉각적인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철강산업 전용 요금제 신설과 투자 세제 혜택, 중소기업 탄소 저감 설비 국비 지원 등 현장에서 체감 가능한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철강산업에서 제조원가 중 전기요금 비중은 20% 안팎이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용 전기요금은 2022년 1분기 킬로와트시(kWh)당 105.5원에서 지난해 4분기 185.5원으로 3년 새 75.8% 상승했다. 업계는 정부가 친환경 전환을 요구하면서 전기요금은 지속 인상해 전환 유인이 오히려 약화되고 있다고 토로한다.


내년 시작될 제4차 배출권거래제(2026~2030년)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정부가 배출 총량을 1억톤(t) 이상 줄이고 발전 부문 유상할당 비율을 50%까지 확대할 계획이어서 기업은 부족분을 한국거래소 배출권 시장에서 구매해야 한다. 그간 100% 무상할당을 받아왔던 철강사들은 유상할당 확대에 따라 산업용 전기료 인상 압박도 커지게 된다.


한국경제인협회 분석에 따르면 유상할당 50%, 배출권 가격 3만원 기준으로 산업용 전기요금은 kWh당 9.41원 인상될 수 있다. 철강업계의 연간 추가 부담은 3094억원 규모로 추정되고, 추가 배출권 구매 비용도 연간 최소 6000억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익수 한국신용평가 수석 연구원은 “국내 철강업계는 산업용 전력요금 인상과 규제 강화 등으로 제반 비용 부담이 확대되면서 적정 수익성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졌다”며 “전력 의존도가 높은 전기로 제강사를 중심으로 원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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