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역내 조달 규제 강화 대응 위해 데브레첸 생산기지 가동
삼성SDI·SK온 이어 CATL까지 신규 고객 확보 가능성 부상
현지 생산·판매 조직 일체화로 공급망 선점 효과 노려
에코프로 헝가리 데브레첸 공장 공사 현장. ⓒ에코프로
에코프로가 유럽 배터리 격전지로 부상한 헝가리에 생산기지를 구축하며 현지 공략에 속도를 낸다. 강해지는 역내 조달 규제와 대형 고객 접근성 확보가 맞물리면서 헝가리를 핵심 전진기지로 삼는 전략이 가속화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에코프로는 지난달 말 헝가리 데브레첸에서 양극재 생산 공장을 공식 준공하고 내년 하이니켈 제품 양산을 목표로 상업 가동 준비에 들어갔다. 이로써 에코프로는 국내 주요 양극재 기업으로선 최초로 유럽 현지 생산 거점을 가동하게 된다.
데브레첸 공장은 부지 약 44만㎡ 규모로 완공됐고 초기 생산능력은 연 5만4000t이다. 향후 10만8000t까지 확장하는 로드맵을 마련했다. 공장 내에는 에코프로비엠(양극재), 에코프로이노베이션(리튬 공정), 에코프로에이피(산소·질소 공급) 등 주요 계열사가 입주했다.
에코프로는 내년 2분기부터 3개 라인 중 1개 라인을 우선 가동할 예정이다. NCA, NCM 등 하이니켈 삼원계 양극재를 순차적으로 양산하며 고객 수요에 맞춰 향후 미드니켈, 리튬인산철(LFP) 등 중저가 제품군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방침이다.
또한 에코프로는 제조 거점 확보와 함께 판매 조직 현지화도 추진 중이다. 최근 독일에 설치한 유럽 연락사무소를 법인으로 승격하는 절차를 진행하며 양극재 마케팅, 리사이클링 피드 조달, 신규 고객 대응 등 현지 수행 업무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동채 에코프로 창업주(왼쪽)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헝가리 데브레첸에서 열린 헝가리 공장 준공식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에코프로
에코프로가 유럽에서 생산과 판매 조직을 동시에 확장하는 이유는 공급망 규제 강화로 고객사들이 역내 조달 비중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CRMA(핵심원자재법)와 TCA(영국−EU 무역협력협정)는 유럽 공급망 전략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꼽히고 있다.
CRMA는 2030년까지 EU 연간 소비량의 최소 10%를 역내에서 채굴하고 40%를 가공하며 25%의 이차 원자재를 생산하겠다는 생산 목표를 수립하고 특정 국가에 대한 종속을 완화하기 위해 EU 연간 소비량의 65% 이상을 단일 제3국에서 조달하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역내 생산 능력을 갖추지 못한 기업은 장기적으로 공급 자격을 유지하기 어렵다.
TCA는 2027년부터 전기차 부품의 역내산 비중이 55%에 못 미칠 경우 상호 교역에 10% 관세를 적용하는 조항을 포함한다. 이 규정이 발효되면 역내 생산 비중을 충족해야 하는 완성차와 배터리 기업의 조달 부담이 커지며 EU에서 제조한 양극재 수요가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결과적으로 유럽에서 팔리는 전기차에 들어갈 양극재는 ‘유럽 내에서 생산된 소재’가 수주 경쟁의 기본 전제가 된 셈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에코프로는 데브레첸 공장을 통해 규제 대응력과 고객 접근성을 확보하고 OEM의 장기 공급망 파트너 지위를 선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헝가리가 배터리 격전지로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독일 3사가 헝가리에 전기차 생산 거점을 확대하고 있고 고객사인 삼성SDI와 SK온도 헝가리에서 생산 거점을 운영 중이다.
헝가리 내 글로벌 배터리 투자 확대는 에코프로의 고객 포트폴리오 확장에도 직접적인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데브레첸에 100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는 중국 CATL과의 협력 가능성이 주목된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 상반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CATL을 대상으로 공급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히며 유럽 시장에서의 신규 고객 확보 움직임을 공식화한 바 있다.
CATL은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를 비롯한 유럽 주요 완성차 업체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헝가리 투자를 확대했으며 2026년 초부터 가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에코프로 공장과 CATL 공장은 같은 데브레첸 산업벨트 내에 인접해 있어 물류 효율과 조달 안정성 측면에서 입지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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