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RWA 2.53% 증가
FOMC 등에 달린 연말 환율 경로 따라
건전성 관리 더 어려워질 수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연합뉴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까지 치솟는 등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국내 시중은행들의 자본 건전성 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고환율 여파로 은행이 보유한 외화자산의 가치가 원화로 환산했을 때 급격히 불어나면서 위험가중자산(RWA)이 1년 새 20조원 넘게 폭증해서다.
시장에서는 고환율이 장기적으로 고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향후 자본비율 방어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올 3분기 말 기준 RWA 총액은 860조66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3%(21조2410억원) 증가한 수치다.
RWA는 은행이 빌려준 돈이나 투자한 주식·채권 등 보유 자산을 차주의 신용도나 담보 위험도에 따라 가중치를 곱해 계산한 값이다.
이 수치는 은행의 자본 적정성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산출하는 분모로 사용된다.
분자인 자기자본이 그대로여도 환율 상승 등으로 분모인 RWA가 커지면 BIS 비율이 하락해 은행의 건전성 지표가 악화된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국민은행의 증가 폭이 가장 컸다. 국민은행의 3분기 말 RWA는 241조24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6% 급증했다.
이어 신한은행이 4.39% 늘어난 226조2444억원, 하나은행이 2.73% 증가한 205조9038억원을 기록했다.
우리은행은 186조6774억원을 기록하며 소폭 감소세를 보였다. 기업대출 자산 재조정 등의 영향이다.
이처럼 시중은행의 위험 자산 규모가 급격히 커진 주된 원인은 고환율이다.
은행들은 해외 진출이나 무역금융 등을 위해 외화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달러 표시 자산의 원화 환산 금액이 자동으로 커지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고환율 기조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국내 기업들의 대미 투자 확정에 따른 달러 유출 우려 등으로 1470원대를 오르내리는 모습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보다 4.2원 오른 1473.0원으로 출발했다.
이후 1470원대를 등락하다 오후 3시30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1.9원 내린 1466.9원에 마감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올 연말까지도 환율이 1400원대 후반에 머무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이번주 미 연준의 FOMC를 앞두고 다소 매파적인 시각이 예상된다"며 "원화 약세가 심리 때문이라면, 이처럼 예상된 결과에는 원화 가치가 안정된 반응을 보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원화 약세가 수급 때문이라면 결과가 어떻든 최근의 약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며 "악재에 민감하고 호재에 둔감한 최근 원화의 특성이 이번 주에도 원화 약세 현상을 지탱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문정희 국민은행 연구원은 "원·달러가 FOMC를 기점으로 다소 하향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최근 미국 고용 부진을 감안했을 때 연준 금리 인하는 거의 확실시 되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FOMC 이후 연준의 완화적 기조에 따라 달러 약세에 (환율) 하락 전환이 예상된다"면서도 이달 환율 예상 범위를 1420~1480원으로 제시했다.
환율 상승세가 멈추지 않을 경우 은행들의 자본 관리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실물 경제에 대한 자금 공급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RWA가 계속 늘어나면 은행들은 BIS 비율을 방어하기 위해 기업대출 등 위험가중치가 높은 자산의 성장을 억제해야 한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환율이 1400원 후반대에서 고착화될 경우, 연말 건전성 관리를 위해 보수적인 대출 운용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며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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